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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Nov 08. 2018

감정은 어디에 숨어있을까?

드라마 ‘브레인’을 보면 사람의 뇌를 fMRI로 촬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자 주인공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한 후 그녀의 뇌를 fMRI로 촬영합니다. 여자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자 뇌의 특정 부분이 반응합니다. 이것을 보고 주위 의사들은 그녀가 사랑에 빠졌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뇌신경외과 교수는 “사랑은 고차원적인 감정이라 뇌의 다양한 부분이 활성화되고, 사람마다 사랑이 다르기 때문에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도 다르다”라고 말합니다. 누구의 이야기가 맞을까요?    


우선 수련의들의 이야기에는 감정에 따라 뇌의 특정 부위가 관여한다는 사실이 전재되어 있습니다. 우리 집이 거실, 안방, 부엌, 작은방 등으로 구성되듯이, 뇌에도 감정에 따른 방이 하나씩 있어서 어느 방이 불이 켜지느냐에 따라 어떤 감정인지를 알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이 방이 불이 켜지면 사랑이고, 저 방이 불이 켜지면 두려움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초기 뇌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지배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변연계에 있는 편도체를 제거하자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심지어 잠자는 고양이 등에 올라타 귀를 물어뜯는 장면까지 연구자들에게 목격되었습니다. 편도체가 손상된 생쥐는 고양이에 대한 공포라는 감정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실험은 원숭이에게도 행해졌습니다. 실험은 인도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습니다. 이 원숭이들은 우두머리에서 꼴찌까지 서열이 확실했는데, 우두머리의 편도체를 제거하자 성격이 고분고분해져서 다른 원숭이에게 물리고 맞으며 서열이 꼴찌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이 편도체에 있다는 것을 초기 연구자들은 점점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이후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사람의 경우는 쥐 나 원숭이 실험처럼 정확하게 좌우 뇌의 편도체 두 개가 손상된 경우를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1990년 뇌에서 편도만 유일하게 손상된 여자 환자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녀는 우르바흐-비데(Urbach-Wiethe) 병을 앓고 있었던 25세 S.M.이라는 환자였습니다. 우르바흐-비데(Urbach-Wiethe) 병은 편도체에 있는 세포를 죽이는 희귀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M. 은 10세 때부터 우르바흐-비데라는 질환에 걸리게 되었고, 몇 년 후 편도가 있어야 할 장소에 검은 구멍만 뚫려있었습니다. S.M. 은 특별하게 인지기능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사진 속 얼굴에서 나타나는 특정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화난 표정과 두려운 표정, 특히 두려운 표정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로 인하여 인간의 감정을 담당하는 중추를 편도체로 여기고 있으며, 뇌의 삼층 모델과 같은 이론들이 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연구결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정서적 신경과학’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만큼 감정에 관련된 두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과거의 연구에서 ‘편도체’가 감정의 핵심 중추라고 이야기하는데 감정만을 담당하는 핵심 중추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드라마 브레인에서 뇌신경외과 교수의 “사랑은 고차원적인 감정이라 뇌의 다양한 부분이 활성화되고, 사람마다 사랑이 다르기 때문에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도 다르다”가 정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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