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들었던 노래 중에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국민가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노래 시작 부분입니다. 이 노래에서 등장하는 하이에나는 사자나 호랑이 같은 육식동물이 먹다 버린 고기만을 먹어서 ‘초원의 청소부’라고도 불립니다. 산기슭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며 동물들이 먹다 버린 먹이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모습을 상상해보면 우리 사람들의 감정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이에나의 먹이는 오직 다른 육식동물이 먹다 버린 고기입니다. 눈앞에 사슴이 천천히 걸어와도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자가 먹다 버린 고기를 몰래 가져가려다가 사자에게 들켜 죽음을 맞기도 합니다. 오직 하이에나가 관심 있는 것은 육식동물의 먹다 버린 고기입니다. 이런 하이에나와 우리들의 감정은 어떤 점이 비슷할까요? 우리들은 기쁨, 분노, 혐오, 공포, 행복, 슬픔, 놀람, 감사, 사랑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매일매일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각각의 감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그 크기가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예를 들면 우리 고장의 산과 같습니다. 낮은 높이의 뒷동산이 여러 개 있고 고장을 대표하는 높고 웅장한 산도 있습니다. 광주로 이야기하면 이곳저곳에 많이 보이는 산들이 뒷동산이고,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산은 무등산입니다. 사람들 마음에는 낮은 뒷동산의 감정이 여러 개 있고, 그 사람을 대표하는 높은 산이 하나 있습니다.
그 사람을 대표하는 가장 높은 감정의 산이 하이에나 감정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핵심감정 또는 표준 감정으로 이야기합니다. 감사가 많은 사람은 하이에나 감정이 감사이며,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하이에나 감정이 화입니다. 하이에나는 짐승이 먹다 버린 고기만을 먹듯이 불안이 하이에나 감정인 사람은 늘 주변에서 불안을 찾아 어슬렁거립니다. 감사가 하이에나 감정인 사람은 늘 감사를 찾아 어슬렁거립니다. 불만이 하이에나 감정인 사람은 주변에 감사가 보여도 잘 보지 못합니다. 오직 불만만을 찾아서 어슬렁거립니다. 마치 하이에나가 눈앞의 사슴보다는 사자가 먹다 버린 고기를 찾아다니는 모양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불만이 하이에나 감정인 사람은 왜 감사라는 맛있는 고기를 보지 못할까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매사에 불만으로 가득 찬 친구들을 볼 수 있습니다. 대개 이런 친구들은 일상의 주제가 다른 친구들과 다툼입니다. 친구가 잘못을 조금만 하여도 불만을 참지 못하고 화를 냅니다. 친구의 잘못한 점만 보지 말고 좋은 점도 보라고 이야기를 해보지만 그때뿐입니다. 물론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런 어른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습니다.
불만이 하이에나 감정인 사람이 감사를 보지 못하는 원리는 우리 뇌가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작동방식’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에 된장국에 밥을 먹고 출근하던 사람이 샌드위치를 먹은 날 하루 종일 속이 불편함은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입니다. 먹는 음식뿐만이 아닙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 자동차 운전을 하여도 일정하게 다니는 길이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새 옷을 사도 내가 좋아하는 익숙한 패턴의 옷을 고릅니다. 감정을 포함한 우리의 모든 일상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뇌의 작동 방식은 먼 조상들의 생존 방식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백만 년 전 채집과 수렵을 하던 우리 조상들에게 있어서 생명을 가장 확실히 지킬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강력한 돌도끼를 만드는 것도 중요했지만 익숙한 것을 되풀이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부족 사람들이 따 먹고살았던 과일을 먹었을 때 생존의 확률이 높습니다. 밀림에서 새로운 과일을 따먹다가 죽은 사람이 많았을 것이며,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생존에 가장 안정적인 방법은 익숙한 것을 되풀이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 먹었던 과일을 찾아 밀림 속을 어슬렁거리는 삶을 우리 조상들은 살았습니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이런 인류의 유전자로 인하여 우리나라 사람은 된장국에 밥을 먹어야 하며, 서양 사람은 샌드위치를 먹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감정이라는 것도 지금까지 익숙한 감정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불만이 익숙한 사람은 좋은 상황에서도 불만만 눈에 들어오고, 감사가 익숙한 사람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감사할 일을 찾게 됩니다. 매사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가정과 선생님을 만나면 감사한 아이들로 성장하는 이유가 바로 인간은 익숙한 뇌의 작동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