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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Nov 26. 2018

수리수리 마수리 엄마야 착해져랴

얼마 전 1, 2학년 친구들의 감동한 줄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감동한 줄 전시회는 책을 읽고 나에게 가장 감동을 주는 한 문장을 찾아서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한 문장을 찾아서 학교 현관에 게시하면, 다른 학년의 친구들이 스티커를 이용하여 ‘좋아요’ 표시를 하게 됩니다. 가장 응원을 많이 받은 친구의 작품을 학교 교문, 후문, 1층 시청각실 앞, 2층 놀이터 등에 현수막으로 제작하여 게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감동한 줄 전시회는 1, 2학년의 작품이 게시되었고, 평가는 3, 4학년 친구들이 해주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보면서 눈에 띄는 문장은  어느 1학년 친구의 ‘수리수리 마수리 엄마야 착해져라 얍’이었습니다. 처음에 그 문장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마음 한 곳을 바위로 누르듯 무겁게 다가온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아이들의 감동한 줄을 자세히 읽다 보면 그들의 마음의 모양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감동한 줄이 아이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을 높여보자고 시작했는데, 점점 아이들이 요즘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대하여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1, 2학년 아이의 작품을 3, 4학년이 평가했는데,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작품 중의 하나가 ‘수리수리 마수리 엄마야 착해져라 얍’이었습니다. 우리 3, 4학년 아이들이 이 문장에 표를 많이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착한 엄마의 반대는 나쁜 엄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는 엄마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쁜 사람으로 자리 잡고 있을까요? 사실은 상당 부분 그러한 면이 많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상담이나 수업을 하면서 ‘엄마’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시작되면 눈이 반짝거리는 아이들이 있고, 고개를 푹 숙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눈이 반짝거리는 아이들은 엄마의 좋은 점은 수없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좋은 점을 써보라고 하면 무엇을 써야 할지 망설입니다. 한 번은 5학년 아이와 상담 도중에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던 일도 있었습니다.    


물론 어른이 된 우리들도 학창 시절에 엄마를 미워한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움의 양보다는 좋아함의 양이 더 컸기에 ‘엄마’는 내가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엄마를 좋아하는 마음의 양을 미워하는 마음의 양이 넘어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엄마를 미워하는 양이 좋아하는 양을 넘어서는 아이들은 선생님도 미워하고, 사회도 미워합니다. 엄마를 미워함으로부터 시작된 부정적 감정이 겹겹이 쌓이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왜 밉니?”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까요? 공통적으로 나오는 소리는 ‘잔소리가 심하다’, ‘학원만 가라고 한다’, ‘때린다’, ‘엄마의 주장만 강요한다’ 등의 이유를 말합니다. 그럴 때 저는 이렇게 이야기해봅니다. “엄마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다 너희들 잘되라고 그런 거잖아” 그러면 아이들은 “저희들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런데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하면서 울먹거립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인 ‘엄마’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합니다. 하지만 학년이 점점 올라가면서 엄마의 기대도 점점 올라갑니다. 여기에서 아이들은 그만 지치고 맙니다. 마라톤을 하면 처음에는 잘 달리지만 체력이 떨어지는 어느 순간이 옵니다. 그때에는 누구나 그만두고 싶습니다. 엄마를 미워하는 우리 아이들 마음이 마라톤과 같습니다.   

 

부모님이나 아이들이나 이런 어려운 고비를 넘고 싶은 목적은 같습니다. 하지만 달리기에 지쳐서 멈춰버리고 싶은 아이에게 ‘주먹 꼭 쥐고 열심히 해야 한다’,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공부밖에 없어 그래서 학원은 꼭 가야 해’라고 아이를 계속 긴장시킨다면 아이가 정말 열심히 할까요? 우리가 마라톤을 잘할 수 있는 길은 체력이라는 멋진 영양분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힘든 학교생활을 잘 이겨내기 위해서도 영양분이 필요하겠지요. 그 영양분이 무엇일까요? 세계적인 심리전문가 아들러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이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십시오. 덜 간섭하십시오.” 어쩌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영양분은 아이에 대한 기대를 조금 더 낮추고, 덜 간섭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리수리 마수리 엄마야 착해져라 얍’에서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엄마 저도 잘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가 너무 힘들어요.” 아이에 대해서 기대를 조금 내려놓으면 힘들어하는 아이의 마음이 보입니다. 아이의 마음이 보이면 엄마의 생각과 행동이 바뀝니다. 엄마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면 아이는 내가 바라는 기대보다 훨씬 멀리 잘 날 수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아이에게 한마디 해주면 어떨까요? “힘들면 쉬어가렴. 엄마가 참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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