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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Jul 15. 2019

당신이라는 섬

이른 새벽 반가운 얼굴을 보았습니다. 커피를 내리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이 교장실 문을 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잠이 오지 않으셨나 봅니다. 잠이라는 달콤한 휴식을 방안에 두기 어려운데 아마 선생님께서는 어떤 특별한 설렘이 준비되어 있어나 봅니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이 선생님 총각인데 특별한 사연이 있을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이 한동안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교장실을 찾아준 이유만으로도 저는 반갑고 행복했습니다.   

  

30년이라는 교직생활을 뒤돌아보면 학교라는 공간 중에 가기 싫어하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곳이 교장실이겠지요. 제가 교사일 때는 그곳이 가기 싫었는데 막상 교장이 되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오늘 아침 선생님처럼 누군가 나를 찾아주기를 기대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무인도 야생화처럼 갈매기가 나를 바라봐주길 기대하고, 지나가는 바람이 잠깐 멈추기를 기도합니다.    


교직에서 선배, 교장이 되는 것의 의미를 말해달라고 묻는다면, 섬에 가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배낭을 메고 그 섬을 향해 달려갈 때는 너무나 활기찬 나날들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행복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았고, 아름다운 나날들이 매일 펼쳐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열망했던 섬의 이름은 고독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나를 슬프게도 하고, 어느 날은 나를 어둡게도 했습니다. 이 섬에서 벗어나버릴까라는 고민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운동에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살아보기도 했습니다. 몇 년이 흐르고 고독이라는 섬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이제 조금씩 알겠습니다. 그것은 자유롭게 훨훨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져야 하고 나침반처럼 방향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개는 섬과 섬을 이어주는 잔잔한 파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날개를 언어로서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따뜻한 관계라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나침반의 이름은 아이들의 배움 성장이었습니다.    

 

우리들 마음속에는 누구나 섬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섬은 파도가 너무 심해서 다가가기 힘이 듭니다. 어떤 사람의 섬은 지치고 힘이 들어서 누군가 꼭 옆에 있어주어야 살 수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사람의 섬은 제각각의 빛깔과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섬을 찾아주고, 어느 시인의 이야기처럼 자세히 보아주어야 합니다. 그 빛깔과 향기에 맞는 이름을 지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서로의 빛깔과 향기를 불러주는 우리들의 행복한 관계를 꿈꾸어 봅니다. 그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저절로 배움이 성장합니다. 더위에 쉽게 지질 수 있는 7월 중순입니다. 힘이 들어도 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이 서로의 토닥거림임을 잊지 않는 한주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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