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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Jul 09. 2019

가끔은 숨어버리고 싶다

 살면서 그리움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폭풍우가 내리는 아침에도 내 곁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봐 주셨던 분이 계셨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늦은 밤 술 취한 나를 기다려주셨던 분이 계셨습니다. 꽃샘추위가 한 창인 어느 날 지나가던 길에서 뽀얀 들꽃을 발견하시곤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던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을 언어로 표현하면 어머니라고 부릅니다. 살면서 내가 힘들 때마다 그분을 찾았던 것을 고백합니다. 나의 그림자로, 나의 숨 쉬는 공간으로서 그분을 기억합니다.   

  

내가 부족해도 넉넉하게 웃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가 어머니라는 생각이 더 짙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쩌면 힘들 때마다 숨고 싶은데 그런 곳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동료가 보여주는 친절도 싫을 때가 있습니다. 아마 이런 경우는 대개 마음에 상처기 깊이 파인 날입니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동료가 아프게 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이라는 무기로 나를 습격할 때입니다. 이런 날 아무도 모르게 숨어버리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날은 있습니다. 다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자주 오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선생님이라고, 어른이라고 보듬어 달라고 하지만 힘이 들 때가 참 많습니다. 아픔이라는 것은 쌓이고, 사랑이라는 것도 쌓인다고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아픔이라는 산은 높이 쌓여서, 누군가 돌 하나만 놓아도 쉽게 무너져 버립니다. 그 아픔이라는 산이 무너져 버린 날 어디론가 숨고 싶습니다.   

  

다행히 나이를 먹을수록 사랑이라는 산은 그렇지 않습니다. 누군가 사랑이라는 돌 하나를 얹으면 더 튼튼한 산이 됩니다. 튼튼한 사랑의 산 앞에서는 슬픔이라는 것도 산 그림자가 되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이 필요 한가 봅니다. 누군가 숨어버리고 싶을 때는 사랑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갈증이 심할 때 물을 먹지 못하면 신체가 아픕니다. 사랑이 필요할 때 받지 못하면 마음에 상처가 납니다. 그건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에 귀 기울여주는 것입니다. 내 생각으로 가 아니라 상대방 감정에서 어떤 소리가 울리는지 듣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런 풍경이 가득한 우리 가정, 우리 학교, 우리 사회를 그려봅니다. 내가 숨고 싶을 때, 당신이 숨고 싶을 때, 괜찮다고 토닥거려주는 우리 월계초등학교를 그려봅니다. 이런 곳에서 우리 아이들의 배움 성장은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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