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어릴 적 고향 냄새를 찾아 나섰습니다. 지금은 친척 하나 살지 않지만 명절이 되면 온 가족 함박웃음 집 안마당에 가득 차던 그곳이었습니다. 그리운 이들과 맑은 달빛 아래 시간 가늘 줄 몰랐고, 자식들 사랑 한 아름 끌어안고 손자 손녀를 기다렸던 그곳, 사람 사는 멋이 파도처럼 출렁이며 아름다웠던 곳이었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또 흘러 친척 하나 남아있지 않고 세상은 변하고 또 많이 변하였지만, 그곳은 유년의 고운 추억이 바다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가슴 한 곳에서 일어나는 뭉클함이 발길을 쉽게 돌리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넉넉한 가슴들이 그리웠고 보고 싶었습니다.
그곳에서 꽃무릇 향연을 만났습니다. 꽃무릇은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핀다고 합니다. 꽃과 잎이 만나지 않아 상사화라 부르기도 하지만, 상사화는 8월에 잎이 먼저 나고 9월에 꽃이 핍니다. 절터 등에서 붉게 핀 꽃들은 대부분 상사화가 아니라 꽃무릇입니다. 꽃들의 향연에서 우리도 상사화로 살고는 않는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서로를 애타게 찾고 있지만 만날 수 없는 상사화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로 간에 그리움의 시간 차이로 인하여 편견과 오해가 점점 많아지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꽃무릇에게 잎이 없다고 불평하며, 상사화에게 꽃이 없다고 한숨 쉬는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내 마음에 먼저 고운 달이 떴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미움과 편견을 걷어내는 아름다운 보름달이 떴으면 좋겠습니다. 욕심을 걷어내고 내 마음에 환한 보름달이 떴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보름달이 우리 가슴 가슴속에 술래가 되어 우리들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찾아주는 아름다운 추석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