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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Oct 20. 2020

엄마라는 두 글자

엄마들은 자식이라는 두 글자가 ‘세상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부부 갈등이 심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잠들어 있는 자식의 얼굴을 바라보면 새로운 힘이 솟아납니다. 엄마에게 있어 자식은 또 다른 나이며, 자식이 있어서 세상의 어떤 불안,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라는 두 글자는 아이들에게 있어 생명의 에너지입니다. 식물은 태양 에너지로 광합성을 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태양 에너지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언제 가장 진지한 모습을 보일까요? 바로 엄마와 관련된 활동입니다. 엄마에게 편지쓰기를 하게 되면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변합니다. 들썩이던 어깨가 잔잔해지며 눈에는 사랑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꼭 잡은 연필로 정성스럽게 또박또박 써 내려갑니다. 귀여운 1학년도 그렇고, 사춘기 6학년도 그렇습니다. 모범생 남수도 그렇고, 가끔 말썽을 피우는 건우도 그렇습니다. 모든 아이가 그렇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은 엄마를 좋아합니다. 만약 엄마가 아이의 이런 모습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졌을 것입니다.


엄마가 집에서 보는 아이보다, 학교에서 보는 아이는 더 대견합니다. 엄마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누구나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엄마 이외의 다른 존재, 예를 들면 친척, 학교 선생님 등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엄마의 에너지로 배우고 성장합니다. 이런 아이들이 지쳤다고 말합니다. 힘들다고 말합니다.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보아야 합니다. 어디 한번 들어볼까요?    


【 2학년 】

․ 심부름이 힘들어요.

․ 엄마 사랑해요.

․ 엄마 일 많이 하지 말고, 커피 조금만 드세요.

․ 엄마 아빠랑 싸우지 마세요.

․ 엄마, 저 학원 몇 개만 다닐 수 없나요?

․ 엄마 저를 태어나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 3학년 】

․ 엄마 사랑합니다.

․ 나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 엄마 아프지 마시고 힘내세요.

․ 엄마 제발 제 기분도 모르면서 마음대로 판단하지 말아 주세요.

․ 엄마 밤에 혼자 핸드폰 하지 마세요.

․ 엄마 이래라저래라 그만 하세요.

․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엄마 아침부터 화내지 마세요.

․ 엄마 잔소리 듣기 싫어요.

․ 엄마가 내 엄마가 되어 주어서 감사합니다.

․ 엄마 술 드시지 마세요.    


【 4학년 】

․ 엄마 사랑해요. 아빠도 우리를 위해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 엄마 사랑해요.

․ 엄마 잔소리 좀 줄여주세요.

․ 나 머리카락 빠진다고 야단치지 말아 주세요.

․ 같이 놀아주세요.

․ 엄마 말 안 들어서 죄송해요.

․ 엄마 게임 많이 해서 미안하고 사랑해요.

․ 엄마 사랑합니다. 그리고 죄송해요.

․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 엄마 힘들지 마세요.   

 

【 5학년 】

․ 엄마 주말에 놀러 가고 싶어

․ 동생 편 조금만 들어주셨으면

․ 엄마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 잔소리 좀 그만해

․ 정말 감사합니다.

․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 엄마 내가 가방 안 숨겼어요. 의심하지 말아 주세요.

․ 엄마 옷 참견하지 마세요.

․ 핸드폰 자유롭게 사용하게 해주세요.

․ 엄마 그만 좀 화내세요.

․ 우리 가족 중 한 명이 잘못하면 한 명만 혼내세요.

․ 엄마 공부 좀 줄여주세요.   

  

【 6학년 】

․ 엄마 사랑해요.

․ 동생과 나 모두 잘못 했는데 나한테만 꾸중하지 마세요.

․ 엄마 나도 노력하고 있어요.

․ 엄마 난 열심히 노력하는데 제발 노력 안 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 엄마 학원 쉬고 싶어요.

․ 미안해요.

․ 엄마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되고 힘들 땐 힘들다고 하세요.

․ 나에게 신경을 안 썼으면 좋겠어요.

․ 엄마 학원 다니기 힘들어요.

․ 동생과 싸워서 스트레스받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 하라는 거 다 할 테니 기다려 주세요.

․ 엄마 아침밥이랑 점심 챙겨주세요.

․ 엄마 힘들어요.    

위의 내용은 아이들이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저학년이나 고학년이나 가장 많이 하고 싶은 말은 “엄마 사랑해”였습니다. 이제 엄마들이 “엄마도 사랑해”라고 답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엄마 사랑해”라는 마음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엄마가 답을 해야 합니다. 입으로도 마음으로도 답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내 자식이 아니라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고, 그들에게 선택권을 주면 됩니다. 엄마의 욕심과 체면을 조금 내려놓으면 됩니다.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아이 손을 잡고 “엄마가 많이 사랑해.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면 됩니다. 그러면 욕심도 더 많아지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하는 예쁜 내 아이로 자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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