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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Aug 08. 2018

감정은 배움의 접착제

어제 퇴근길에 4학년 아이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구두를 꺼내기 위해 신발장을 열었는데 하얀 종이가 한 장 신발장 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의아한 마음으로 종이를 펼쳐보았습니다. 4학년 은채가 저에게 보내온 편지였습니다. 편지의 줄거리는 학교가 많이 바꾸어져서 기분이 좋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의 작품을 응모하여 학교 기둥에 벽화를 그리고 있는데 보기 좋았던 모양입니다. 아이의 편지를 받고 우리 선생님들께서 학교를 예쁘게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점을 아이들도 알고 있나 봅니다. 은채의 편지를 읽고 나서 저의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설렘, 기쁨과 같은 희망의 감정들이 한줄기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누군가의 응원을 받는 것이 일상의 생활에서 무척 중요 한가 봅니다.


이전 글에서 감정은 나의 마음의 독재자라고 표현을 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마음은 ‘이성’과 ‘감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감정이 나의 마음의 독재자라는 뜻은 감정이 이성을 지배한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남자들이 술을 먹고 실수를 많이 합니다. 실수를 하고 나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술을 먹으면 내가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이러한 다짐이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술을 먹을 때의 유쾌함, 편안함 등의 감정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즉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오늘은 감정은 ‘기억의 접착제’라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기억이란 사람이나 동물이 경험했던 것을 특정 형태로 저장해두는 것을 말합니다. 학자들은 기억을 여러 가지로 분류합니다. 우선 우리가 운전을 하면서 지나가는 자동차, 들판, 바람소리, 나무들 등 많은 것들을 보고 듣게 됩니다. 이것을 감각 기억이라고 합니다. 즉 우리가 눈, 귀 등 감각기관으로 보거나 들었을 경우 잠시 동안 우리의 뇌 속에 머무는 기억을 감각 기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감각 기억은 수초만 지나면 모두 잊어버리게 죕니다. 지금 아침에 운동장 저편에서 여러 마리의 새들이 날아와서 지저귀고 있습니다. 저 새들은 잠깐 나의 뇌에 머물다가 사라져 버립니다. 지금 잠깐 저 운동장 건너편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의 울림을 잠깐은 기억할 수 있어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 사람은 수많은 정보들이 시각, 청각 등 오감을 통해서 접수되지만 99%는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리는 감각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감각 기억이 오랫동안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감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조금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려면 주의를 기울이거나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구조에 결합시키면 단기 기억으로 전환합니다. 즉 오감을 통하여 들어온 감각 기억 중에서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하여 우리 뇌에 수초 내지 수십 초 머물러 있게 하는 기억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가끔씩 식당이나 사무실 전화번호를 찾기 위하여 114에 전화를 합니다. 114에서 들려주는 전화번호는 수초 내지 수십 초 동안 기억이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이러한 단기 기억은 사라져 버립니다. 단기 기억을 오랫동안 우리 뇌에 저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반복 또는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114에서 들려오는 식당 전화번호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외워지게 됩니다. 그리고 식당 전화번호에 특별한 나의 주의를 기울이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전화번호로 남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장기기억이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억이 감각 기억으로 사라지느냐, 단기 기억 또는 장기기억으로 남느냐의 결정적인 구분은 내가 ‘주의’를 기울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에 있습니다. 내가 ‘주의’를 기울이려면 나의 감정의 울렁거림이 있어야 합니다. 아름답다거나, 중요하다는 감정이 기억에 동반될 때 그 기억은 장기기억으로 저장이 되어 훗날 일상생활이나 학습에서 그 필요할 때 인출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감정은 기억을 우리 뇌에 접착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긍정적인 감정은 그 기억을 오랫동안 유지시켜 주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기억을 사라지게 만들어 줍니다.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 은채의 편지를 소개하였습니다. 특별히 기억하기 위하여 노력을 하지 않았지만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은채의 이름과 편지 내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의 보람, 감동, 행복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이 은채가 보내준 편지에 접착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사건이나 사실에 대하여 긍정적인 감정은 그 사건이나 사실에 부착되어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들어줍니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공통점 중 한 가지는 담임선생님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담임선생님을 좋아하는 긍정적인 감정이 선생님이 가르쳐준 지식에 접착이 되어 오랫동안 기억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즉 단순히 선생님을 좋아만 해도 이 아이의 학습능력은 향상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선생님을 싫어하는 아이는 어떻게 될까요? 선생님을 싫어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선생님이 가르쳐준 지식이나 사실에 접착이 되어서 오래 기억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줍니다. 신기한 것은 긍정적인 감정은 기억을 오랫동안 할 수 있게 만들고, 부정적인 감정은 기억을 오래 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부정적인 감정 즉 뱀을 보았을 때 공포 등은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하므로 장기기억에 남도록 돕지만 학습 등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결합하면 곧 잊어버리는 지식이 되어버립니다. 아마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진화의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구체적인 것은 다음에 한 번 더 다루겠습니다. 오늘은 긍정적인 감정은 우리들이 매일 접하는 사건이나 사실 즉 지식에 부착되어 오랫동안 기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 또한 기억에 접착이 되어서 장기기억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상의 생활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치매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학계의 보고도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사건이나 기억에서 감정이 어떻게 유발되는지 자세히 관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정을 다루다 보면 내용이 조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학습능력, 창의성, 인성 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감정에 대한 설명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금은 어렵지만 우리 아이들을 이해를 위해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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