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크리스마스
학교 화단에 장미가 활짝 피었다. 장마라는 보약을 먹었을까? 아니면 늦바람이 났을까? 우리 학교 화단의 장미는 7월이 축제의 기간이다. 5, 6월에는 그들의 얼굴을 보기가 어려웠다. 그들의 예쁜 얼굴을 많이 보고 싶은데. 어찌나 드문드문 보이던지 속이 상할 때도 있었다.
그랬던 그들이 폭염경보가 울리는 한여름에 장미축제를 벌이고 있다. 아! 그랬구나. 이 아이들은 4월에 우리 학교로 이사를 왔지. 새로운 땅에서 적응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들의 뿌리는 안식처를 찾아 땅속 여기저기를 헤맸을 것이다. 잎과 줄기는 낯선 사람들로 인해 얼굴 내밀기가 부끄러웠을 것이다. 이제 적응기가 끝났겠지. 그래서 축제를 벌이는 걸 거야.
장미 화단으로 발길을 옮겼다. 꽃잎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더위에 지친 꽃잎들이 엿가락처럼 축 늘어져 있다. 너무 많은 꽃송이 탓일까? 영양분이 부족했는지 꽃을 피우다가 시들어버린 아이들도 보인다. 이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4월이 아니라 3월에 옮겨심었다면 이들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이들은 5월의 장미보다 더 예쁘고 건강하다. 조심조심 잎을 만져보았다. 향기가 코를 지나 온몸에서 파도를 친다. 좀 더 자세히 바라보았다. 끝이 조금 새까맣게 탔다. 마치 누군가를 사랑하면 사람의 마음이 타들어 가듯. 이들이 누군가를 열심히 사랑했을까? 그 대상이 누구일까? 우리 아이들, 선생님은 아닐까?
우리 학교에서 활짝 핀 장미꽃을 보면서 이들의 이름을 생각해 보았다. ‘7월의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어떨까? 그 뜻은 이렇다. 한여름에는 장미의 줄기와 잎이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학교 화단의 장미들은 꽃이 활짝 피어있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