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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Oct 17. 2021

가을에 시작되는 봄

학교 공터 이곳저곳에 유채밭을 만들었습니다. 비옥한 유채밭을 만들기 위해 잡초, 나무뿌리를 걷어냈습니다. 그곳에 퇴비를 가득 뿌려서 유채씨가 행복한 예쁜 보금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봉숭아가 자랐던 담벼락에는 길쭉하게, 진홍색 꿈을 키우는 석류 발아래에는 네모 모양의 유채밭을 만들었습니다. 

 

   

그곳에 유채씨를 뿌렸습니다. 네모 모양의 밭에는 줄을 맞추어서, 길쭉한 모양의 밭에는 흩어뿌리기로 유채씨를 채웠습니다. 가을비의 덕분일까요? 얼마 전 유채씨에서 싹이 올라오더니 벌써 키가 한참 자랐습니다. 일부 솎아서 나물로 해 먹자는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집니다.      


학교 본관 앞에는 24개의 텃밭 상자가 있습니다. 얼마 전 이곳에서는 가지, 토마토, 수박, 참외 등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여름날 햇빛만큼 아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주었던 친구들입니다. 그들의 잔가지를 모두 치웠습니다. 그리고 퇴비를 넣어서 영양분이 풍부한 상자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는 봄동을 심었습니다.   


  

봄동은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채소 중의 하나입니다. 봄동은 속이 꽉 차지 않아서 겉절이, 된장국, 쌈장 등으로 이용됩니다. 텃밭 상자 1개당 8개의 줄을 맞추어 가지런히 심었습니다. 봄동 모종을 심은 지가 10여 일 되었을까요? 어느새 키가 훌쩍 커버렸습니다. 누군가 봄동 요리를 위해서 가져가지 않을까? 라는 괜한 걱정이 들 정도입니다.     


우리 학교에서 봄동, 유채를 심는 이유를 말씀드릴까요? 학교라는 건물에 노란색 치마를 입히기 위함입니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노란색 유채꽃, 배추꽃을 눈에 담기 위함입니다. 나비, 벌들을 학교로 초대하기 위함입니다. 그곳에서 아이들 손을 잡고 걸어가는 선생님의 발걸음을 보기 위함입니다.    

 


우리 학교 텃밭에서는 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가을이 이제 한창인데 봄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가을비에도, 가을바람에도 봄의 향기가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내 마음에는 이미 유채꽃, 배추꽃이 피워버렸습니다. 그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 옆 화단의 가을 장미는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제 우리 학교의 주인은 이제 너희들이야. 잘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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