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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Jul 21. 2021

소미 유치원 면접 날

소미 유치원에 가다. 

    

오늘은 우리 집 막내 ‘소미’의 유치원 면접 날입니다. 소미가 누구일까요? 우리 집 반려견의 이름입니다. ‘소미’라고 부르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 아이는 사람을 무척 좋아합니다. 사람을 쳐다보는 그 아이 얼굴은 항상 웃고 있습니다. 그 모습 덕분에 웃음이 예쁜 아이 ‘笑美’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름을 지으면서 고민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주위에 소미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분들 중에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에게 미안해서 고민했지만, 강아지도 충분히 ‘笑美’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잘한 일일까요?     


그 소미와 함께 강아지 유치원 면접을 다녀왔습니다. 강아지도 면접에 합격해야 유치원을 보낼 수 있습니다. 유치원에서는 공격성, 질병 등을 세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가자마자 유치원 선생님에게 덥석 안깁니다. 다른 친구들과 코를 벌렁거리며 신나게 놉니다. 이 정도면 무조건 합격입니다. 틀림없이 100점을 맞지 않았을까요?     

소미가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저렇게 친구들을 좋아하는데. 낮 동안 집에 홀로 있었구나! 이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맞벌이 관계로 이 아이는 텅 빈 집에서 혼자서 보내야 했습니다.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얼마나 격하게 반겨주는지. 표정과 행동에서 ‘외로워요’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사실 이 아이는 반려견 이상의 특별한 존재입니다. 내가 글을 쓰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글에 대한 아이디어 대부분은 이 아이와 산책 중에 얻어졌습니다. 그래서 나온 책이 ‘아이를 위한 감정의 온도’입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저의 힘들었던 뱃살을 이 아이가 가져가 버렸습니다. 어디로 가져갔을까요? 소미와 산책을 하던 오솔길이 그 뱃살을 빼어가 버렸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 소미 선생님으로부터 동영상을 받았습니다. 친구들과 공놀이를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밥도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소미가 유치원에서 행복이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유치원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기를 소망합니다. 건강한 아름다운 미소를 오랫동안 꽃 피우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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