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 지갑이 필요하다.
이은정 작가의 “쓰는 사람 이은정”을 읽고 있습니다. 문학이 소외되는 시대에 살아가는 작가의 일상이 책 곳곳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나의 주변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서점에서 책 10권을 구매했습니다. 누구에게 선물할까? 10이라는 숫자는 우리 학교 부장 선생님 숫자와 일치했습니다. 부장 선생님들에게 책 1권씩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한 분 한 분이 선물을 받기 위해서 교장실을 방문합니다. 코로나로 무척 오랜만에 뵙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시골 마을의 감성이 가득 들어있는 책이랍니다. 선생님 꼭 읽어보세요.” 노란색 표지부터 선생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봅니다. 책을 가져가시는 선생님들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반짝거립니다.
선생님들의 얼굴을 보면서 갑자기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 생신 등 집안 잔치가 있으면 온 동네 사람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였습니다. 집으로의 초대는 항상 저의 몫이었습니다. “오늘이 아버님 생신날입니다. 식사하러 오세요.” 이 말을 들은 이웃 어른들의 환한 표정이 지금도 생생히 떠오릅니다. 그 표정을 오늘 선생님들의 얼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읽고 있는 책을 바라봅니다. 만화를 읽는 아이들이 많아 보입니다. 화려한 주인공의 모습에 아이들은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시를 읽는 아이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문학이 외면받고 있다는 현실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만화도 좋지만, 우리 아이들이 동시, 동화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문학을 왜 멀리하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맞다. 우리 어른이 문학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시를 읽다 눈물이 맺힌 엄마의 동공을 보아야 합니다. 늦은 밤까지 소설을 읽는 아빠를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의 느낌, 감성이 살아납니다. 그 감성은 잔잔한 우정을 만들어주고, 공부에 지친 심신을 달래줄 것입니다.
내가 가진 지갑이 문학에 툴툴거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 지갑이 시, 소설, 수필을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밥, 술에만 열리려고 꿈틀거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문학을 선물하는 남자가 되자고 다짐합니다. 매달 문학 도서 몇 권씩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겠습니다. 그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문학 소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교장 선생님. 이 책 읽고 울었어요.” 어느 여 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저의 마음에서도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참. 잘했어” 책 몇 권을 샀더니 지갑이 행복이 되어 돌아온 날입니다. 행복 찾기란 참 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