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 교직원이 출근하여 아이들 맞이 준비를 하는 날입니다. 방학 동안 쌓였던 교실 먼지도 닦아내고, 수업 준비도 합니다. 조금 게으름을 피우던 우리 마음도 영양제를 맞으면 좋겠지요. 오늘은 전남 순천에서 교직 생활을 하셨던 안준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오랫동안 사립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셨고, 1992년 제자들에게 써준 생일 시를 모아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를 출간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생일 시’가 무엇일까요? 선생님은 제자들의 생일날 시를 지어서 선물로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담임을 20여 년 하시면서 900편 이상의 생일 시를 지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지으신 생일 시 한 편을 읽어볼까요? 사회 복지사가 꿈인 연우라는 학생의 생일 시입니다.
누군가의 꿈이 되어주고 싶은 /안준철
만약 천국이 있다면
그곳의 계절은 가을일 거라고
가을의 바람, 가을의 햇살
가을의 아침과 저녁이 반복되는
영원한 가을일 거라고
영원한 십일월일 거라고
십일월 중에서도
네가 태어난 초여드레
그쯤일 거라고
그 무렵의 고요함일 거라고
그런 생각에 종종 빠질 만큼
가을을 좋아하지, 나는
가을에 태어난 사람,
세상에 처음 눈 뜬 그날이
가을인 사람도 좋아하지
나뭇잎을 스치는 갈바람 소리
영혼 어디에선가
그런 음(音)을 낼 수 있는
가을을 닮은 사람을 좋아하지, 나는
우리 연우처럼
사회 복지사가 되어
누군가의 꿈이 되어주고 싶은
다른 이의 천국이 되어주고 싶은
남의 가을이 되어주고 싶은
안준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의 삶도 뒤돌아보았습니다. 학교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 시간은 아이의 반짝거리는 눈빛을 마주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눈빛은 별빛이었습니다. 그 눈빛은 봄바람이었습니다. 그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심장은 어제 내린 가을 소나기처럼 내 마음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반짝거리는 눈빛을 보기 위해 우리는 존재합니다. 그 눈빛이 아이의 배움이고 성장입니다. 반짝거리는 눈빛을 보기 위해서 절실히 필요한 것이 우리의 땀방울이 필요합니다. 기다려주고, 보듬어야 합니다. 안준철 선생님처럼 아이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지혜도, 기술도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힘이 듭니다.
요즘 교단에서 유행하는 단어 중 하나가 ‘교사 상처’입니다. 교사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무엇일까요? 안준철 선생님은 ‘보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힘들고, 지치고, 상처 받은 교사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보람’이라는 것입니다. 개학을 맞이하면서 우리 선생님 모두 마음 영양제를 단단히 맞았습니다. 안준철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