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하늘색 카네이션을 들어보세요. 줄기를 사선으로 자른 다음 45도로 꽂아 보세요. 그럼 카네이션이 나만 바라보게 된답니다.” 지금 과학실에서는 사제동행 꽃바구니 만들기가 한창이다. 장미, 카네이션, 소국, 유칼립투스 등의 재료로 반 아이와 함께 예쁜 꽃바구니를 만들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으로 기억된다. 코로나로 교육복지 예산이 계획대로 집행되지 않았다. 코로나 심각 상황으로 외부 체험활동이 중단되면서 예산이 남게 된 것이다. 담당 선생님께서는 걱정이 되셨는지 교장실을 방문했다. 그때 나온 아이디어가 ‘사제동행 꽃바구니’ 만들기이다. 방과 후 특별한 일정이 없는 아이와 담임 선생님이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실까?’라는 걱정도 들었지만, 아이와 함께 예쁜 꽃바구니를 만드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담당 선생님께서 꽃바구니 만들기 희망자를 모집하게 되었다.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바쁜 일과 속에서도 많은 선생님이 손을 들어주셨다. 역시 우리 학교는 대한민국 최고의 선생님들이 모인 곳이다.
올해에도 많은 선생님이 참여해 주셨다. 아이 한 명만을 데리고 온 선생님도 계시고, 여러 명의 아이와 함께 참여하시는 선생님도 계신다. 특별히 남자 선생님들이 많이 참여해 주셨다. 한참 동안 교실 뒤편에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코스모스 미소가 그들의 얼굴에서 보였다. 무엇이 그리 즐거울까? 도란도란 행복 이야기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었다. 당시 담임 선생님은 무섭기로 소문난 40대 초반의 남자 선생님이었다. 청소 시간에 복도 유리창을 닦고 있을 때였다. 담임 선생님이 가까이 다가오셨다. 내가 청소를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심장이 조여지고 있을 때, 선생님은 내 엉덩이를 ‘툭’ 치셨다. 그리고 환하게 웃어주셨다.
그날 이후 담임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선생님에 대한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선생님이 좋아지면서 학교생활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꾸중을 받아도 선생님께 미안했으며, 매를 맞아도 아프지 않았다. 학교생활이 늘 행복했고, 수업 시간에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성적도 점점 향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