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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Nov 11. 2021

외로움의 본질

“지금 당신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실시한 ‘서울시민 마음 알기’ 조사 결과에 의하면 ‘가장 듣고 싶은 말’ 1위는 ‘사랑해’였다고 합니다. 2위는 ‘수고했어’가 차지했고, ‘잘하고 있어’가 3위, ‘감사합니다’가 4위였습니다. 누구에게 가장 이런 말을 듣고 싶었을까요? 1위는 배우자였고, 부모, 자녀 순이었습니다. 

    

“지금 당신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듣고 싶은 말과 마찬가지로 1위는 ‘사랑해’였습니다. 뒤를 이어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힘내’가 차지했습니다. 이런 말을 누구에게 하고 싶었을까요? 1위는 부모가 차지했고, 2, 3위는 배우자, 자녀였습니다.  

   

‘사랑해’라는 말은 어른들에게 있어서 가장 듣고 싶고, 가장 하고 싶은 말입니다. 아이들은 어떠할까요? 우리 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부모님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저학년, 고학년을 막론하고 1위는 ‘사랑해’였습니다. 2위는 ‘잘하고 있어’가 차지했습니다. 특별히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말도 많이 듣고 싶어 했습니다.   

   

“내가 가장 많이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이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랑해’, ‘잘하고 있어’, ‘힘내’라는 단어였습니다. 누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지? 나에게‘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해주는 주인공은 예쁜 딸이었습니다. ‘사랑해’라는 말과 함께 살포시 아빠를 안아줍니다. 나의 근육들이 행복으로 꿈틀거립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 아무것도 부럽지 않습니다.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오릅니다. 우리의 유전자에는 무엇이 담겨있길래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 갑자기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우리 몸속에는 외로움이라는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학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외로움’이라는 유전자가 틀림없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철저히 외로운 존재여서 사랑이라는 응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면 단순해집니다. 먼 옛날 구석기 시대 인류 모습을 상상하면 됩니다. ‘외로움’이라는 유전자가 우리 몸에 존재한다는 것을 쉽게 증명할 수 있습니다.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 날 동굴에서 홀로 지내려면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요? 먹을 음식이 없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깊은 산으로 사냥을 떠났습니다. 사냥 중에 동료들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사나운 짐승들의 포효소리가 들려옵니다. 얼마나 두렵고 외로웠을까요?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두려움, 외로움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두려움, 외로움을 이겨내는 수단이 등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가족, 이웃과의 ‘사랑’을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을 나누어 먹고, 채집, 사냥을 함께 했습니다. 점점 인간은 사랑꾼으로 변해갔습니다. 사랑받고, 사랑을 주어야만 외로움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종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외로움, 두려움이 가득했던 먼 인류의 감정이 유전자의 형식을 빌려서 나의 몸속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 지긋지긋한 외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가 숨을 쉬는 동안 외로움의 지배를 받아야 합니다. 그 유전자는 지금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가족, 이웃과 ‘사랑해’, ‘힘내’,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더 많이 주고받아라. 그것이 나(외로움)를 이겨낼 유일한 방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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