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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Apr 06. 2022

교육 넘어 교육

얼마 전 초등학교 선생님 몇 분을 만나게 되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비대면 등교로 인한 아이들의 학력 저하, 기초 생활 습관의 붕괴, 욱하는 감정 조절에 실패하는 아이들, 마스크를 쓰고 온종일 말을 해야 하는 어려움 등의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중에서 필자의 귀가 번쩍 열리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 어느 아이였다. 그 아이는 1학년 때부터 학교에 유명 인사였다. 학교에서 발생한 부정적인 사건에는 그 아이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 까닭으로 새로운 학년도가 시작되면 이 아이의 담임 문제로 큰 어려움을 매번 겪었다.     


지금 그 아이는 5학년이라고 한다. 지금은 다른 어떤 아이보다도 학교생활을 잘한다고 한다. 도대체 5학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훌륭하신 선생님을 만나서 이 아이가 변하게 된 것일까? 필자의 예상을 뒤집는 대답을 들려왔다. 이 아이가 변한 이유는 엄마 때문이라고 한다. 엄마가 변하면서 아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작년 10월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 아이는 친구 간의 다툼 문제로 같은 반 학부모들의 민원을 다수 받게 되었다. 결국 이 아이는 초등 가정용 Wee센터에서 4주간 특별교육을 받았다. 이곳에서 이 아이는 친절하고 유능한 상담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 선생님은 이 아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엄마’라고 판단하였다.   

  

그 상담 선생님은 아이 엄마의 직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처음 방문했을 때, 엄마는 상담 선생님을 싸늘하게 대했다고 한다. “다시는 오지 마세요.”라는 호통과 함께. 하지만 상담 선생님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 날에도 엄마의 직장을 찾아갔다. 엄마는 상담 선생님의 정성에 감동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아이의 문제행동의 근본 원인은 자신이었음을 인정하고, 상담 선생님이 제시한 방법에 따라 아이를 대하는 방법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을까? 이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긍정적으로 변해갔다고 한다. 이 아이가 5학년에 올라와서는 아주 모범생이 되었단다.     


부모의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 아이의 사례를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식의 행동을 보면 그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기 위한 교육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부모이다.     


이제 교육청과 학교는 발상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작금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 중심에는 부모교육이 자리 잡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부모교육은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이루어진 연수, 학부모회나 동아리 활동 지원 등이었고, 주로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만 참여하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이제 부모 개개인의 가슴 속 이야기를 들어주고, 토닥여주고, 교육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시스템으로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가 학교나 교육청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부모 개개인에게 다가가는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담임 교사나 상담 선생님 등이 가정, 직장을 방문해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연수도 마찬가지이다. 학교나 교육청에서 강사를 초빙한 대규모 연수보다는 학급 단위 또는 소그룹 모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교회 등에서 이루어지는 셀 모임 같은 작은 모임의 연수가 수시로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참여자가 자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를 토닥여주는 연수로 전환되어야 한다.    


꿈 너머 꿈이라는 말이 있다. 의사가 되고 싶은 것은 ‘꿈’이다. 의사가 되어 가난한 사람의 병을 고쳐주겠다는 것은 ‘꿈 너머 꿈’이다. 이를 교육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교육’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교육 너머 교육’은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 부모의 고통을 토닥여주는 교육이다. 이제 교육 너머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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