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눈으로 듣는다!

 미국 한 심리학자가 재미있는 연구를 했다. 술을 마시면 정반대로 돌변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맨 정신일 땐 겁먹은 조개처럼 몸을 사리다가도, 술만 들어가면 끈적거리고, 부대끼고, 흐느적거리고, 휘감기는 야누스로 돌변하는 여인이었다. 심리학자가 그녀의 이중생활을 경험한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그녀에 대한 평판은 놀라울 정도로 엇갈린 것이었다. 그녀가 맨 정신일 때 처음 소개받은 사람의 80%는 그녀의 술버릇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그녀는 정숙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반대로 그녀의 취중 육탄전을 먼저 본 사람의 80%는 그녀를 ‘그렇고 그런’ 여자로 보았던 것이다.    

 

 영업이나 상담 등 대인관계가 많은 직종에서 오래 일한 사람은 첫눈에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얼마간 갖게 마련이다. 게다가 이야기라도 몇 마디 나누고 나면 “아, 저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고 과감하게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렇고 그런 사람”이란 선입견을 갖고 일을 끝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첫인상은 쉽게 바뀌지 않을뿐더러 무척 오래간다. “개꼬리 3년 묻어 둔다고 쇠꼬리 되나”, “호박에 줄친다고 수박 되나”, 심지어 “걸레는 빨아도 걸레” 같은 몹쓸 험담도 첫 인상에서 비롯된 고정관념 때문에 나온 것이다. 

  

 사람은 처음 소개받는 사람의 좋은 측면보다 나쁜 측면을 더 강렬하게 기억한다. 그래야 만에 하나 당할 수도 있는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돈도 잘 빌려주고 밥도 잘 사고 술도 크게 내고 남의 궂은일이라면 마다 않는데, 그런데 가끔 남의 여자를 넘본다던가?” 이런 식으로 남에게 소개된 사람은 기피 인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고, 그의 웅대한 장점들은 온데간데없이 잊혀지게 된다. 따라서 남에게 자신을 처음 소개할 땐, 농담이라도 자조하는 짓은 삼가야 하며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자기 존재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으면, 첫인상과 첫마디가 기억에 강렬하게 남으므로, 남보다 먼저 일어나 자기소개를 할 일이다.

 

 사람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첫 인상을 남기는 사람들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이들에겐 이런 공통점이 있다. • 상대방이 이야기할 땐 호기심을 보인다 • 천천히, 또박또박, 차분하게, 그리고 가급적 적게 말한다. • 상대방의 전문분야에 대해 절대로 아는 척하지 않는다. • 손아랫사람에게도 예절을 갖춰 배려한다. • 누구의 말이든 잘 들어준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남의 말을 경청(傾聽)하는 태도’다.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하는 사람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 

  

 성공학자 데일 카네기가 한 출판업자가 주최한 한 저녁 파티에서 저명한 식물학자를 만났다. 이날 카네기는 의자 끝에 걸터앉아 식물학자가 토해내는 매우 흥미진진한 식물들과 품새로운 품종개량실험 등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 자리엔 십여 명의 사람이 있었으나, 카네기는 그들을 무시한 채 그 식물학자와 몇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떠나기 시작했고, 마침내 식물학자가 파티를 주최한 사람에게 가더니 카네기엔 대한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카네기가 매우 흥미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한 다음 마지막에 카네기가 가장 흥미롭게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카네기는 다소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카네기는 그 자리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는 식물학에 대해 더 이상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열심히 듣기만 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관심이 있었기에 열심히 들었던 것이다. 실은 식물학자는 카네기가 열심히 듣는다는 것을 느꼈고, 경청하는 자세에 만족을 느낀 것이었다. 경청은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 한다. 카네기는 실제로 단순히 잘 경청하고 식물학자에게 말을 하도록 유도했을 뿐인데 식물학자에게는 대화를 매우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된 것이다. 

   

 어느 심리학자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믿는 미국인 부부 2만 쌍에게 물어 보았는데 “배우자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대답이 80% 이상이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주목받고 싶어 하고 잘난 척하고 싶어 하는데 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상대방에겐 얼마간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관계를 가지려 애쓸 수밖에 없는 고독한 동물인 것이다.    사람은 눈으로 듣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사람들은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7%만 상대가 말하고 있는 내용으로 첫인상을 결정했으며, 38%는 상대가 말하는 태도, 55%는 상대의 겉모습에 때라 결정한다고 한다. 

 

 이런 말이 있다. “성공하는 사람은 이미지를 먹고 성장한다고 한다.” 아무튼 첫인상이 당신 이미지의 80% 이상을 결정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더욱이 그 짧은 순간이 돌이키지 못할 결과를 낳기도 하는 것임을 가슴속에 담아보자.  소통의 첫 걸음 ‘첫 인상’ 을 챙겨라. 사람은 눈으로 당신을 듣기 때문이다. 

 사람의 귀도 두 개지만, 눈도 두 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