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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내화 Apr 17. 2024

호구(?)처럼 살면 행복할까?

 신앙을 갖은 지 10여년 정도 됐다매주 신앙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계층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이들과 만남 속에 더러는 상처도 입기도 하고 더러는 정말 호구(?) 같은 사람들도 보게 된다참 저렇게도 살아도 되는가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사는 이들도 있다.  필자가 속한 교회 공동체에 별난 호구들이 많이 있다이들은 집사라는 세상이 주는 타이들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가 주는 타이틀을 단 이들이다타이틀 이름처럼 집사처럼 행동을 한다말하자면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서 한다이들이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이타적인 행동엔 늘 감사와 감동이 묻어 난다.  

     

  이들은 남을 의식하거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 미더 봉사를 하는 건 아니다그저 좋아서 하는 것 같다이들이 하는 행동이 뭐 거창한 것은 아니다가령 모임을 마치면 의자 등 집기를 치우고 화이트보드를 지우고 자리를 빠르게 정리해놓는다음료 등을 먹고 나서 나오는 쓰레기 등도 깔끔히 치운다그 수준은 생황의 달인에 버금갈 정도다물론 싫은 내색이나 모습은 없다이들에게선 이타적인 향기가 그윽하게 풍긴다말만 번지르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다.

     

 이럴 때마다 과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자문자답을 해보곤 한다사실 동아리 등 단체 활동을 할 때면 그렇게 나서서 하지 않다고 된다즉 묻어가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한 성직자가 한 말이다. “뛰는 놈 위엔 나는 놈이 있다그런데 나는 놈 위엔 붙어사는 놈이 있다!” 요즘 세태를 잘 반영하는 메시지다그렇다 묻어가거나 붙어가고 별 탈이 없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짓(?)을 짱구들의 짓이라고 칭한다.   

  

 독일 심리학자 링겔 만이란 사람이 재미있는 실험을 해봤다집단 속 개인의 공헌도를 측정하기 위해 줄다리기 실험을 했다. 1게임에서 1명이 내는 힘을 1백으로 할 때 참가자수가 늘면 개인이 어느 정도의 힘을 쏟는지를 측정했다2명이 참가하면 93으로, 3명이 할 때는 85로 줄었고   8명이 함께 할 때 한 사람은 49의 힘즉 혼자 경기할 때에 비해 절반밖에 내지 않았다

      

<2-6-2 법칙> 이란 게 있다어느 생태학자가 개미의 일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런데 개미가 모두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다이들을 나름대로 구분해보니까 열심히 일하는 계층이 20%정도,중간이 60%정도그리고게으름을 피우는 계층이 20%정도 되더라는 것이다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계층>을 따로 떼어놓아 보았다열심히 일하는 계층>도 아주 열심히가 20%,중간 열심히가 60%,덜 열심 가 20%가 되더라는 것이다이런 현상은 인간 세상에게도 적용된다 

    

 참가하는 사람이 늘수록 1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이런 집단적 심리현상을 '링겔 만 효과‘ 라고 부른다자신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이 주어져 있는 1게임과는 달리 '여러 명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할 때는 사람은 전력투구하지 않는다익명성이라는 환경에 개인은 숨는 것이다말하자면 <묻어>가거나 <붙어>가는 셈이다아마 인간이라면 다 이런 속셈 일 것이다  

   

 이쯤해서 필자 곁의 호구 한 사람을 소개한다나는 이 사람을 S집사라고 부른다올해로  50대 중반이고 대기업에 다닌다키도 작아서 인지 척 보면 착한(?) 내음이 많이 풍긴다말하자면 인간의 향기가 절로 묻어 나온다.  단적으로 말해 순도 100% 호구다무슨 일이나 모임 있은 후엔 후사는 이 사람이 도모한다몸을 아끼지 않고 후사를 챙긴다그러고도 지칠질 않는다군대로 말하자면 신병처럼 빠르게  알아서 뛴다


 이런 S집사를 볼 때면 늘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론 왜 저러지” “혼자만 천국 가려고 하나” “아니면 호구(?)” 이런 문장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필자는 이런 사람을 인플루엔서(Influencer)라고 한다이들은 어떤 의도를 갖고 호구처럼  사는 게 아니라 이들의 행동이 주변사람에게 영향력을 끼친다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서서히  이들의 행동이 스며드는 것이다물론 이들은 모른다필자도 이들의 행동에 물이 들어가고 있다바로 앞서지는 못하지만 S집사 곁에서 붙어서 따라잡이를 하고 있다처음엔 좀 창피하기도 하고 어색했지만  어느새 호구들의 행동을 되새김질하고 있다.

      

 그래서 속으론 이런 생각도 해봤다. “나도 호구처럼 살아야지” 100% 호구는 안 되어도 반쪽짜리 호구라도 되어보자고세간이 이런 말이 있다. < 학사보다 높은 게 석사석사보다 높은 게 박사박사 보다 높은 건 밥사 그렇다면 밥사보다 높은 건바로 <봉사>.  이 세상 가장 취득하기 어려운 타이틀일 것이다앞서 소개한 S집사는 학위가 바로 <봉사>     


 <利他自利>란 말이 있다남을 이롭게 하면 자신에게도 이로운 일이다.라는 의미다인플 루엔서들은 영향력을 주려고 일을 도모하는 건 아니다이들은 자리보다 이타를 우선순위에 놓고 사는 이들이다우리나라 개성상인들에게 내려오는 격언이 하나 있다. “다 퍼주어 손해 보는 장사는 없다” 혹시 이 세상의 호구들이 살아가는 키워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아니다이들은 계산적이지 않은 이들이다그저 호구처럼 좋아서 한 아마 이들은 진짜 <호구>가 아니라 세상을 <구호하는 이들일 것이다

     

 혹시 행복해지고 싶으신지요그럼 호구처럼 살아보세요.  당신이 호구처럼 살면 세상이 환하게 웃을 겁니다.  이런 게 진짜 행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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