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친구 딸이 이제 중학교 2학년인데 집에만 오면 술을 그렇게 마신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매일!
그것도 두, 세 시간은 기본이고 점점 더 심해져서 어제는 새벽 두 시까지 마셨다는 거야. "
"정말? 나도 마셔 보고 싶다!"
"지금 뭐래! 그 엄마가 얼마나 속상하겠니?"
"장난이지. 중학생이 술 먹으면 안 되잖아. 술을 어떻게 구해? 학생에겐 안 파는데"
"처음에는 집에 있는 술을 몰래 마신 거야"
"아하"
"엄마는 몰랐대. 자기 방에 앉아서 공부하는 줄 알았지! 아니 공부 하긴 했어.
술 마시면서 공부하고 있더래. 그러니 속인 것은 아니지"
"술 마시면서 어떻게 공부해? 그럼 공부가 안 되잖아"
"학생 말로는 조금씩 마시면서 해야 공부가 더 잘 된대.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기분도 좋아져서 집중이 더 잘된다는 거야!"
"진짜? 그럼 나도 술 마시면서 공부할까?"
"무슨 진짜야, 말도 안 되지. 술 먹으면서 공부하면 집중력이 더 떨어지고 공부를 해도 멍하고 기억이 오래가지 않지. 알코올성 치매라는 말 들어 봤지?"
"그게 뭐야? 알코올성 치매?"
"술을 많이 먹어 뇌세포가 파괴되는 거야. 이마 앞쪽 전두엽이라고 하지. 그 부분이 손상되는 거지"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충동성도 강해지고 성격도 달라져. 조용하던 사람이 괴팍해지기도 하고 판단력에도 문제가 생기고, 작은 변화에도 불안해하지. 의지력도 나빠져서 모든 일에 흥미를 잃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해."
"정말? 그럼 그 중학생 언니는 어떻게 해?"
"그래서 그 엄마가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하고 벌금을 매기기도 했는데 안 돼.
결국 술을 빼앗으면 난리 난리 생난리지. 소리 지르고 욕하고 등등 차마 네게 말을 못 하겠네"
"그래서?"
"가끔 아주 가끔, 잠자기 직전에만 술을 조금 마시고 자는 경우도 있대. 그런 경우는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잘해서 이제 좀 나아지려나 싶지. 하지만, 그때뿐. 그다음 날은 어김없이 학원 갔다 온 순간부터 저녁 먹고 잘 때까지, 거의 새벽까지 또 술에 취해 지쳐서 잠들지."
"언니는 왜 술을 마셔?"
"중학생이 되면서 학교와 학원으로 하루 종일 힘든데 그나마 술이 있어야 좀 살만하대. 그 순간들이 정말 진짜 행복하대. 만약 술을 끊게 하면 죽을지도 모른대"
"저런!"
"술을 그렇게 마시고 잠드니, 학교 생활이 힘들지. 아침에는 항상 짜증을 부리고 조금만 힘들어도 해 보지도 않고 못하겠다고 포기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니 모든 일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거지.
한 번은 학원 마치고 집에 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안 오더래. 나중에 알고 보니까 학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술 마시면서 오느라 느즈락느즈락 한 거야. "
"설마! 길에서도?"
"걸어가면서도 마시고 숙제하면서도 마시고 매일 술이 없으면 못 살 정도까지 왔으니 완전 중독 된 거지"
"불쌍해! 언니 어떻게 하면 나아질까?"
"술 중독에서 못 빠져나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뭔 줄 아니?
'딱 한 잔 만'이야! 그 언니도 '딱 한 잔만, 또는 이번 한 병만 마실 거야'라고 항상 말해. 하지만 결국 새벽까지 마시고 말아. 한 번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둘 수가 없나 봐"
"저런......"
"언니가 술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아예 첫 한 잔을 시작하지 않아야 해!"
"언니가 그랬으면 좋겠다."
"언니가 매일 마시는 술 이름이 뭔지 아니? 핸드폰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