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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봄을 위해
겨울을 준비하는 첫 낙엽처럼

by 깜장달


살다 보면 오래 기다려야 할 때가 있어.


한창 푸른 잎사귀들이 태양을 다 빨아들일 듯해. 뜨거운 햇살을 향해 넓은 잎을 마음껏 펼쳤어. 영원할 것만 같았던 여름. 세상을 모두 초록 잎들로 다 덮을 것처럼 짙어지고 빽빽해지는 중에도 나무는 이미 알고 있었어. 얼마 있으면 이 모든 잎들이 사라지리란 걸.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끝을 알지만 멈추라고 말하지 못했던 거야.


잎사귀들은 조금씩 예전과 같지 않은 태양빛을 느꼈어. 잎들은 이대로 멈추고 싶지 않았어. 태양이 따스하게 비추는 마지막 날까지 자신을 키우고 초록을 입히고 조금이라도 더 자라도록 잎을 더 넓게 펼쳤어.

노력하고 노력해도 안 된다고 느꼈을 때, 긴 기다림을 준비하기 시작했지.


생명을 담은 초록들을 다시 모으고 거두어들여 나무속 깊은 곳 어딘가에 저장했어. 한 점의 초록이라도 남아 있지 않게 모으고 모아 다시 찾아올 따스한 태양을 위해 꼭꼭 숨겼어.

초록을 빼앗긴 잎들은 조금씩 추워질 때마다, 노랗게 빨갛게, 주황으로 갈색으로 그렇게 변해갔어. 그러다 마침내 첫 잎을 떨어뜨렸어. 뜨거운 여름을 견디며 만든 모든 것들을 그냥 버렸어.


첫 낙엽과 함께, 나무에 담긴 초록 꿈은 긴 기다림이 되었어.


너도 이렇게 버릴 수 있겠니?

긴 기다림으로 버텨야 할 때, 네가 가진 많은 것들을 버려야 할 때가 있을지도 몰라.

단지, 생존만으로 버텨야 할 때가 있을지도 몰라.

지금이 바로 그 때라면, 그래도 네 안에 초록 꿈이 담겼다는 사실을 잊지 마.


초록을 숨긴 나무들처럼, 좀 더 기다려야 할 때가 지금이라는 것을 알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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