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용운
-한용운
만일 애인을 자기의 생명보다 더 사랑하면 무궁을 회전하는 시간의 수레바퀴에 이끼가 끼도록 사랑의 이별은 없는 것이다
어디 쓰다 만 노트가 없을까하고 책꽂이 구석구석을 살피다 대학 때 쓰던 기억도 가물한 노트를 펼쳤더니 첫장부터 한용운의 시들을 필사해놨더라 그러고보면 이별은 늘 나에게 글을 쫒고 글을 뱉게 만들었던 것 같다
위에 적힌 이별이라는 시는 꼬릿말에 (한문장)이라고 별도의 말을 더 적어놨는데, 아마도 이별에 관한 시를 이렇게 한 문장으로 매듭지은 것에 대한 감탄이었을 듯 싶다
수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애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것은 종종 겪어보았지만 애인이 날 더 사랑하는 것은 겪어보지 못했고
서로가 그런마음이 아닌 다음에야 이별은 숙명임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오히려 인연설을 믿는다
인연을 만나기 전까진 모두가 시행착오이며
참사랑은 아니라는 것
혹 이번 생에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면 그뿐이라는 것까지도
다음 생에는 낙엽으로 태어나고 싶다
한철만 바람따라 날아다니다
누군가의 발자욱에 바스락 부서지면 그만일,
그런 낙엽으로 태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