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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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림


엄마의 입맛은 아직도 유년기에 머물러 있어

치킨의 매운 양념에도 괴로워한다


어느덧 유년기를 버려버린 나와 동생은

구태여 더 맵게 해주세요를 주문 사항에 집어넣는다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더니 우리 아들이 왜 이럴까


내가 뱉는 말들이 을씨년스러웠을 거다

차디찬 바닷속 같았을 거다

저 너른 들판의 봄 풍경과는 너무도 멀었을 거다

아득했을 테다


사람이 좋다니 난 사람이 제일 싫어

사람은 너무나 비인간적이라 싫어

난 사람이 제일 싫어

숨겨놓은 야동을 들킨 것 마냥 핏대를 세운다


엄마도, 그래 나도 사람이 싫다 한다

공감해주는데 위로가 안된다

위로가 안되야만 한다


동생 결혼식 때는 누구를 부르지 말 것인지만이

우리의 화두인 시절이다


안다

사랑과 증오는 붙어있다는 거


굳이 한쪽만 보고 산다

여태 한쪽만 보고 자랐다

굳이 지금 보이는 달의 앞면이 앞면이라 여긴다

그건 대수가 아니니까


물어보지 못했다

아니 토를 달아볼까 했었다

그러지 않았다


아빠가 그리 된 건 사람을 좋아해서잖아


토를 달지 않았다

토를 삼켰다


그런 날도 있다

그래야 하는 시절이 있다


난 그냥 엄마가 좋다

엄마가 당신이어서가 아니라

당신이 엄마인 게다

그래서 그냥, 좋다


내가 아들이어도 되는 유일한 사람이다

당신이 없으면 난 누구의 아들도 아니게 된다

그래서 그냥, 좋다


이 토를 삼키는 시절이 끄윽끄윽 지나가면

지나가면, 지나가면, 지나가면,


그때도 우린 엄마 아들 합시다


그것만 해줘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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