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훈련소에서(1)

논픽션-

by 여림


훈련소는 감옥 같았어.

괴로웠다는 뜻은 아니야, 아니 괴로웠지만 훈련소가 감옥 같아서는 아니라고.


그냥 감옥 같았어.

자그마한 방에 많은 남정네들을 일렬종대로 눕혀놓고 같은 모포와 같은 옷을 입히고 머리는 모조리 박박. 다 같이 샤워를 하는데 몸에 문신 있는 애들이 무척 많았어. 귀여웠지.


복도에는 항상 조교가 지키고 있고 우리는 돌아가며 불침번을 섰지. 첫날 호기롭게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던 놈들은 조교에게 걸려 불시에 우리는 소지품 검사를 또 받아야 했지만, 난 잠깐이라도 담배를 피웠다는 그 놈들이 부러웠어.


훈련소는 감옥 같았어.

소등을 해도 별빛 달빛이 숙소를 살포시 비춰 그리 어둡지가 않았지. 물론 잠이 오지 않아서야. 잠이 오지 않아 눈을 껌벅이고 있으면 내 관물대에 비친 어떤 그림자가 마치 붉은 눈의 뿔 두 개 달린 악령처럼 보이곤 했었어. 평소 귀신 따위 두려워 한적 없었는데 그때는 좀 무서웠던 것 같아. 옴짝달싹 할 수가 없더라고.


훈련소는 따뜻한, 감옥 같았어.

한 나흘을 악령과 씨름하며 잠을 설치다 보니 깨어있어도 악령이 곁에 있는 것 같았어. 그 악령이 자꾸 내 목을 조르는 거야. 숨이 턱턱. 정말 죽는 줄 알았지. 그러다, 이거 내가 이 자식을 이길 수가 없겠다 싶었어. 이제는 내가 자꾸 악령이 돼서는 스스로의 목을 매려 하더라고.


훈련소는 따뜻한, 감옥 같았어.

왜 살아야겠다고 느꼈는지는 모르겠어. 어떤 조교의 눈빛이 그래도 따스히 여겨졌나 봐. 그 조교를 은밀히, 은밀함을 원하는 자세로 찾아갔어. 그는 나를 데리고 나가더니 운동장을 함께 걸어줬어. 모두가 청소를 할 때였는데 나를 살짝 빼준 거지. 내가 나를 죽이려 한다. 나를 살려주시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하소연을 했어.


훈련소는, 따뜻한 감옥이었지.

그 조교가 나를 병원에 안내해줬어. 떨렸어. 내내. 난 의사가 나를 병신 취급할 거라 여겼어. 사실은 내가 나를 병신 취급한 거였지만. 혹은 누군가-. 의사는 의외로 날 따스히 대해줬어. 그래서 내 병은 뭔가요. 난 내가 병든 것이길 원했어. 그럼 나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데 병이 아니래. 자꾸 어떤 병이라 규정짓지 말래. 사실 우울증이라는 건 사람들이 쉬이 붙여놓은 거라며. 의사는 날 환자가 아니라 설득했고 난 환자라 진단해주길 애원했어. 머 아무튼 약은 받았으니까.


훈련소를 출옥하니, 이제 내 방이 감옥이었어.

악령은 질긴 놈이 었어. 자꾸만 목을 매게 해. 치사하게. 그래서 이번엔 혼자라도 병원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지. 왜 자꾸 살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어.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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