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훈련소에서(2)

논픽션-

by 여림


훈련소는 지옥이었어

정신과는 급이 좀 높은 조교가, 직급을 까먹었네. 아무튼 급이 좀 높은 돼지가 나를 차에 태워 실어날랐지. 정신과는 그런 거래. 그 돼지는 돼지 같은 몸매로 무언가를 씹어대며 내게 말했지. 편하게 마음먹어라. 세상은 살만하다. 맘속으로 생각했지. 응. 넌 편해 보여. 그런데, 넌 내가 몇 살인 지나 아니. 이 돼지새꺄.


훈련소는 지옥이었지.

식사시간이 지옥 같았어. 밥알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구역질이 나서 목으로 넘길 수가 없었지. 첫날 첫 식사 때부터. 그래서 안 먹기 시작했어. 훈련소에서 식사를 안 하려면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보고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일인지라 식당을 가지 않을 순 없었어. 그래서 난 일부러 가장 퉁퉁한 친구들이랑 섞여 밥을 받고는 그 밥을 모조리 나눠 주었지. 그래서 나 사실 인기 좀 있었어. 퉁퉁한 친구들한테.


훈련소여서 지옥이었던 건 아니었지.

4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와서는 두려운 마음으로 핸드폰을 켜봤지. 혹시나, 혹여나 훈련기간 중에 있었던 내 생일 문자라도 와있지 않을까 했거든. 페이스북을 꾹 눌렀어. 카톡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그에게 난 아무것도.


세상이 평온해 보여 그것이 지옥이었던 거지.

타 온 약이 아직 꽤나 남아 있었어.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먹으라고 했던. 모조리 털어 넣고는 술도 끄억끄억 부어 넣고는, 악마를 보았지. 15층 중 5층 높이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 밖을 보면 바닥이 그리 멀어 보이지 않았어. 베란다 창문만 열면, 간단하지.


달은,

훈련소에서는 꽉 찼던 녀석이 왜인지 가느다란 모양으로 모습을 드러냈지. 달은 그믐이 좋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나처럼. 창문을 열고 베란다 발코니에 발을 딛고 몸을 앞으로 기대고, 아직은 발목에 힘을 준 채 눈을 감는 거야. 달도 눈을 질끈 감고는, 사실은 살며시 만 뜨고는 나를 지켜봤겠지. 재미없다. 재미가 없어서 관뒀어.


4주 만에 피는 담배는 꿀 맛일 줄 알았는데, 4주간 먹은 게 없어서인지 담배조차 역해 연기를 토해냈어. 재미없다. 죄다.


그냥,

죽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라는 문장이 나를 살렸어.


참 별거 아니지, 사는 거.

살고 싶으면 뭔 짓을 못할까 싶어.


사는 건 픽션이야

진실은 글에만 있어.

나머진 모두, 픽션. 꾸며진 거라고.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


휴.. 그럼 이 얘긴 다음에 혹 의지가 생기면 해줄게.


난 앞으로 내 글에 소설이라는 칭호를 붙이지 않을 거야. 그 일도 픽션이거든.

이래도?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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