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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림 Feb 18. 2016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빈집-기형도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사랑을 나눌 때는 시가 필요가 없었다.

사랑이 곧 시였으므로,


사랑을 잃고서야 시를 쓴다.

사랑이 곧 시였으므로.


짧았던 밤들 과 흰 종이와 눈물을 모두 보내고

다시 시를 쓴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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