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미술과 법

2_예술과 법, 그 관계가 궁금하다

2_02. 예술의 자유와 규제

by 김두만

2_02. 예술의 자유와 규제


자유란?

보통 “자유”라고 하면, ‘제한 없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상태’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철학, 정치학, 특히 법철학에서 말하는 자유는 단순히 무제한적인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유는 언제나 관계 속에서, 조건 아래에서 성립하는 개념이다.


그도 그렇듯이, 영어에서 자유는 크게 세 단어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 ‘free’는 상태적 자유를 뜻한다. 즉, 속박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둘째, ‘freedom’은 개념적 자유를 뜻하며, 철학적·정치적 권리, 권한에 관한 개념으로 쓰인다. 나머지 하나는 ‘liberty’이다.


‘liberty’는 법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제도화된 자유를 뜻한다.


즉, 시민권, 자율성, 공적 권리 등에서의 자유에 관한 것으로 흔히 시민적 자유(civil liberty),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를 뜻한다. 즉, 단순한 "하고 싶은 대로 하기"가 아니라, 정치적·법적으로 확보된 권리로서의 자유를 표현할 때 사용된다.


예를 들어, “Freedom of speech”와 “Liberty of the press”는 다르게 쓰인다. 즉, 전자는 개인의 자유를 강조, 후자는 제도 안에서 보장된 공적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제도 안에서 보장된 공적 자유
U_005.jpg 김두만, 네 번째 자유의 흔적(50 x 70_액자포함)



이번 화는 작품 이야기를 먼저 하며 이야기를 풀어가 보기로 한다. 위 작업은 *「네 번째 자유의 흔적」*이라는 작은 소품으로, 목련이 피기 시작한 이른 봄의 인상을 담은 그림이다.


아시다시피 봄을 알리는 꽃의 개화 순서는 보통 동백 → 산수유 → 매화를 지나 네 번째로 목련이 등장한다. 이후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 목련은 봄을 여는 전환점 같은 꽃이다.


이처럼 자연 속 꽃들의 피고 지는 순환에는 묘한 규칙성과 리듬, 그리고 그 안에서 질서 속의 자유로움이 있다.

자유란, 결국 그저 무규제 속의 행동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흐름 안에서 피어나는 생명처럼,
자유는 때로 제한 속에서 더욱 의미 있고 아름답게 나타날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

사상가들의 Liberty 개념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자.


대표적으로 존로크(John Locke, 1632 – 1704)는 “정부는 개인의 자유(=liberty)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라고 보았다.


또, 존 스튜어트 밀(J.S. Mill, 1806 – 1973)은 『자유론(On Liberty)』에서 Liberty를 “사회 내에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자기 결정권”으로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아이작 벌린(Isaiah Berlin, 1909 - 1997)은 자유를 ‘소극적 자유(negative liberty)’와 ‘적극적 자유(positive liberty)’두 가지로 나누었다.

소극적 자유는 간섭받지 않을 권리, 적극적 자유는 스스로 통치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상태로 나뉘어 설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예술가에게 자유란 무엇인가?

예술가에게 자유란 단지 개인의 감정 표현(freedom)에 그치지 않는다.

예술가 역시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이기에, 그의 자유는 “사회적 참여자이자 시민으로서 보호받는 자유(liberty)”의 차원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예술에서의 자유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의미로 나누어 설명해 볼 수 있다.



나는 자유롭게 표현한다 → freedom of expression


이 표현은 자신의 생각, 감정, 의견, 신념 등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말, 글, 예술,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는 기본권으로서 폭넓게 보장되는 자유지만, 동시에 사회적 충돌 가능성도 내포한다.


예를 들어, 혐오 표현, 정보 왜곡, 허위 사실 등은 자유의 이름으로 표현되더라도 사회적 해악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설명해 볼 수 있다:


→ 자유롭지만, 때로는 비사회적 표현(불쾌함, 도발, 파괴적 내용 등)을 내포할 수 있음

→ 일정 수준의 법적 제한 혹은 사회적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음

→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이 아니라, 공공질서와 타인의 권리와 균형 속에서 작동해야 함

→ 예술에서도 충격적 표현, 선정성, 정치적 메시지는 이러한 갈등 지점에 놓이게 됨




나는 검열 없이 창작할 권리가 있다 → artistic liberty


이 표현은 예술가가 창작 과정에서 외부 간섭이나 검열 없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는 ‘예술’이라는 고유한 맥락을 전제로 하며, 즉흥적이거나 실험적인 시도, 표현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자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정치적·이념적 개입, 선정성 기준의 강요, 사회적 금기의 강제로부터의 예술의 자율성이다.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 창작은 사회적 규범과 긴장 관계에 놓일 수 있지만,

예술의 맥락에서는 상징, 은유, 허구를 통해 일정한 ‘사회적 안전지대’를 형성함

→ 따라서 무분별한 외부 검열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존재

→ 즉, “나는 artistic liberty를 행사했다”라는 말에는

사회적 해악을 의도하지 않았으며, 표현 자체가 목적이었다는 전제가 담겨 있음.



정리하자면,

“나는 자유롭게 표현한다”라는 말은 비사회적이거나 이해가 충돌하는 표현까지 포함할 수 있지만, “나는 검열 없이 창작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은 이미 예술적 맥락 안에서 창작되었고, 사회적 해악을 의도하지 않았다는 정당성의 전제가 담긴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자유란...

자유는 때때로 벗어남(free)을 뜻하고, 때론 존재의 확장(freedom)을 의미하며, 또한, 사회 안에서 지켜내야 할 권리(liberty)로 작동한다.

예술가가 자유롭다는 말은, 결국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방식으로, 사회 안에서 존재할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헌법에서 말하는 ‘자유’는 이런 예술가의 자유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헌법 21조와 22조, 자유의 부분

우리 헌법 21조에는 표현의 자유, 22조에는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예술의 자유의 내용으로서는 일반적으로 예술창작의 자유, 예술 표현의 자유, 예술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을 들고 있다.

그중 예술창작의 자유는 예술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로서 창작 소재, 창작 형태 및 창작 과정 등에 대한 임의로운 결정권을 포함한 모든 예술창작 활동의 자유를 그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음반 및 비디오물로써 예술창작 활동을 하는 자유도 이 예술의 자유에 포함된다.


예술 표현의 자유는 창작한 예술품을 일반대중에게 전시·공연·보급할 수 있는 자유이다. 예술품보급의 자유와 관련해서 예술품보급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 출판자 등도 이러한 의미에서 예술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다.(헌법재판소 1993. 5. 13. 자 91 헌 바 17.)


우리 헌법은 공연, 출판, 설치미술,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예술적 표현에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 주고 있지만, 이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며 제한할 수도 있다.


1993년에 선고된 예술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판례, 93 헌마 186 사건은 예술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중요한 법적 해석을 다룬 판례이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예술 표현의 자유가 예술작품의 창작과 발표에 대한 자유를 포함하지만, 국가가 예술작품을 전시하거나 공연하는 시설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고 해석하지 않았다. 즉, 예술 표현의 자유는 창작의 자유와 발표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국가가 예술작품을 강제로 제공하거나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핵심적인 내용은 예술가가 창작한 작품을 전시하거나 공연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받는 권리는 있지만, 국가기관이 특정 예술작품을 전시, 공연, 보급해 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예술 표현의 자유의 범위와 한계를 정리하는 중요한 판례로, 예술과 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예술인의 자유와 국가의 의무 간의 균형을 다룬 사례이다.

즉, 예술의 자유는 소극적 권리로서 보호되며, 국가에 대해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해달라고 청구할 권리(시설 제공, 전시 보장 등)는 헌법상 포함되지 않는다는 태도이다.

따라서 만약 시립미술관에서 특정 미술품에 관한 전시를 거부했다면, 그것은 헌법적 침해가 아니다. 다시 말해, 국가에 대해 예술 표현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을 청구할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





제37조 제2항, 일반적 법률유보 조항


이러한 예술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의 기본권이 아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그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라 하고 있다.

결국, 예술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무제한은 아니며, 타인이나 사회에 피해를 주면 법으로 제한될 수 있다.


그 제한도 아무렇게나 해서는 안 되고, 헌법이 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라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즉, 예술 표현의 자유는 소중한 권리지만, 다른 사람의 권리나 명예, 또는 사회적인 도덕이나 윤리를 심하게 침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나라의 안전, 사회 질서, 모두의 이익을 위해 법률로 그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제한도 그냥 막 하면 안 되고, 다음의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①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

그 법이 좋은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예: 공공의 안전, 청소년 보호 등)


② 방법이 적절해야 한다.

그 목적을 이루려면, 그 방법이 실제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효과도 없고 엉뚱한 방식이면 안 된다.


③ 피해는 최소한이어야 한다.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가능한 한 적게 제한해야 한다.

꼭 필요한 만큼만 제한해야지, 과하게 막으면 안 된다.


④ 공익과 사익을 비교해야 한다.

그 표현을 막음으로써 얻는 공익(공공의 이익)이 개인의 표현 자유라는 사익(개인 권리) 보다 훨씬 더 커야 한다.




예술 표현의 한계

예술도 공공질서와 타인의 권리보호라는 헌법적 한계 안에서만 보호되나 다음과 같은 표현은 제한될 수 있다.


음란물: 사회 일반의 성적 도덕감정에 반하는 경우, 포르노그래피, 외설적 표현 등

- 형법 제243조, 제244조 (음화반포 등)


명예훼손: 타인의 명예·평판을 훼손하는 경우, 풍자화, 비판 예술이 개인 명예 침해 시

-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 민법 제751조 (손해배상)


인격권 침해: 타인의 초상권, 사생활권 침해, 사진작품에 동의 없는 인물 노출 등

- 민법 제750조, 개인정보보호법


혐오·차별 조장: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 혐오 조장, 인종·성별·종교 등을 비하하는 표현

- 일부 지자체 인권조례, 형법상 모욕죄


국가안보 또는 질서 위해 : 사회 질서 또는 국가 체제 부정 등, 반국가적 선전물, 극단주의 선동

- 국가보안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기타

미술에 관해서는 그 대상이 미술품으로 물건으로서 동산이지만 설치 장소에 의해 지배될 때는 부동산이 된다. 이들의 거래는 민법상이며, 민법의 법리에 의한다. 또한 문화재적 가치일 경우 문화재보호법의 제한이 있다.


위작의 경우 사후 처리, 미술 감정인의 책임 문제, 위탁매매, 경매, 보험 등 모두 민법과 상법의 문제이다.


그리고 미술품은 재화에 해당하므로 그 소유나 상속, 국내 거래 및 국제 거래와 관련하여 세법 및 관세법과도 연결된다. 최근 양도소득세 등 세법과 관련된 문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음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외에도 미술품의 도난이나 약탈에 관하여 개인과 개인의 문제를 떠나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문화재와 관련된 국제조약이 다방면에 걸쳐 성립되어 있다.








본 페이지를 마치며...

본 페이지(절)에서 다룬 자유의 개념과 예술 표현의 헌법적 맥락 외에도, 미술품은 ‘물건’이자 ‘재화’로서 민법·상법·세법·문화재보호법 등 다양한 법적 체계 안에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위작, 감정, 경매, 보험, 상속, 세금, 국제 거래, 문화재 반환 등은 전문적인 법률 영역과도 깊이 연결되기에, 이 자리에서 모두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본 시리즈는 예술과 법의 만남을 누구나 사유할 수 있는 공론의 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커뮤니티 북 성격의 출판을 염두한 브런치 연재이므로, 너무 전문적이거나 방대한 법률 정보는 별도 정리 후 블로그나 외부 링크로 공유할 예정입니다.

book_info_.jpg

『미술, 법에게 묻고 예술인에게 듣다』는 21세기, 새로운 창의력으로 살아가야 할 창작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기반 창작 생존서 『창의적으로 살아가기』 시리즈 중 첫 번째 질문을 담은 책을 위한 브런치 글입니다.



미술과 법 매거진 목록으로 보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_ 예술과 법, 그 관계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