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미술과 법

2_미술과 법, 그 관계가 궁금하다

2_06. 미술의 공정이용

by 김두만

2_06. 미술의 공정이용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시각이미지는 손쉽게 복제·전송되는 상황에서, 저작권자는 물론 이용자도 “어디까지가 허용된 사용인가?”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로서의 이미지 활용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전통적 복제권 논의에 더해 공정이용 기준의 적용 범위와 한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에 아래 두 사건은 미술 작품에서 ‘복제권’과 ‘공정이용’이 충돌한 대표적 예로, 법리가 어떻게 현실에 적용되는지 이해해 나가보자.

우리가 흔히 "표절(plagiarism)"이라는 행위도 타인의 표현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허락 없이 사용하는 행위를 넓게 일컫는 말인데, 그중에서 타인의 창작물을 실질적으로 복제해서 사용하는 것”은 곧 저작권법상 복제권(reproduction right) 침해에 해당한다.



사례: 사진 기반 미술의 복제권의 침해 vs. 공정이용


1. Warhol Foundation v. Goldsmith (2023)

- 사실관계: Andy Warhol의 팝아트 시리즈가 Lynn Goldsmith의 Prince 사진을 기반으로 제작됨

andy_.JPG (좌) Goldsmith가 찍은 Prince의 사진과 (우) 앤디워홀의 작품

- 쟁점: Warhol이 사진의 핵심 시각 요소(구도·표정·원근감 등)를 얼마나 변형했는지, 그리고 그 변형물이 원저작물의 라이선스 시장을 대체·잠식하는지 여부


- 결과: 대법원은 “표현의 본질적 요소”를 지나치게 의존했다며 공정이용을 부정하고 추가 사용을 금지



[앞 서 1_02. 예술속 법,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에서 거론 된 사례를 다시 언급해 본다.]

2. Shepard Fairey vs. AP 통신 (2009–2011)

- 사실관계: Shepard Fairey가 제작한 ‘Hope’ 포스터가 AP 사진을 모티프로 삼아 그래픽화 됨


오바마_.jpg (좌)AP통신 사진과 (우) Shepard Fairey의 포스터

- 쟁점: 포스터의 색채·스타일 변형이 ‘변형적 사용(transformative use)’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상업적 판매가 AP의 원사진 시장을 침해하는지 여부


- 결과: 양측 합의로 종결되어, 법원은 공정이용 여부를 공식 판단하지 못함



위 사건 모두 복제권의 침해와 공정이용이다. 이에 복제권의 의미를 다시 이해하고 이어가 보자.


* 복제권 (제22호)

1) 복제의 개념
“복제”란 사전적으로 ‘본디의 것과 똑같이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작권법은 이를 좀 더 구체화하여, "인쇄·사진 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행위(제22호)"로 정의하고 있다.

2) 무형저작물과 유형매체
복제권의 보호 대상은 형태가 있는 매체가 아니라, 그 매체에 구현된 ‘무형의 저작물’ 그 자체이다. 유형매체는 저작물을 전달·열람하기 위한 수단일 뿐, 보호의 초점은 저작물의 아이디어·표현에 있다. 따라서 무형의 저작물을 다른 매체로 옮기는(복제하는) 모든 행위가 복제권의 적용 대상이 된다.

3) 권리 주체
복제권은 저작자뿐 아니라, 저작인접권자인 실연자·음반제작자·방송사업자 등에게도 부여된다.(이건 음악저작물의 경우이며, 미술저작물에 관한 소유자와는 차이가 있다.

4) 디지털 환경에서의 복제
컴퓨터 시스템에서는 ‘일시적 고정(스트리밍 캐시)’조차 곧바로 “직접적인 감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인터넷 스트리밍 중 발생하는 일시적 복제도, 원칙적으로 무단 복제로 간주될 수 있다.




'공정이용(fair use)'이란 무엇인가?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17 U.S.C. § 107)에 규정된 공정이용(fair use)은, 저작권자가 가지는 배타적 권리를 전면적으로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학문·비평·보도·교육 등의 공익적 목적을 위해 저작물을 일부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예외 규정입니다. 공정이용 여부는 다음 네 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하고 있다.


1. 공정이용의 요건

* 미국 연방법원 판례에서 정립된 네 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공정”한 이용인지를 판단한다.


- 1) 이용 목적 및 성격 (Purpose and Character of the Use)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 여부가 핵심, 단순 복제가 아니라 원저작물에 새로운 의미나 메시지를 더했는지 - 비영리·교육·비평 등 공익적 목적이 강할수록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음


-- 2) 저작물의 성격 (Nature of the Copyrighted Work)

사실보다는 창작성이 강한 예술·문학 작품은 보호범위가 넓어 공정이용 판단이 엄격하지만 "사실 전달 목적의 저작물"(뉴스, 통계 등)은 공정이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 3) 이용된 부분의 양 및 실질성 (Amount and Substantiality of the Portion Used)

전체 중 차지하는 비율(양적 기준)뿐 아니라, “핵심 부분”(질적 기준)을 사용했는지도 고려, 핵심적 클라이맥스나 식별 요소를 그대로 가져오면 침해 판단 가능성이 커짐


---- 4) 시장에 미치는 영향 (Effect of the Use on the Potential Market)

원저작물의 "라이선스·판매 시장"을 대체·잠식하는지 검토, 공정이용 이용자가 원저작물 시장에 실질적 피해를 주었는지 검토



한국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 : 우리나라 저작권법도 2021년 개정을 통해 “공정이용(Article 35의2)” 조항을 도입하여, 교육·연구·비평·보도·공익적 목적 등 과학적·기술적·문화적 발전과 저작권 균형을 위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일정 범위 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타인의 저작물, 즉 사진 등을 본인의 작품에 이용하려면 그것이 공정한 이용인지 여부에 관해 확인하는 방법으로 아래 두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1. 동일한 사진을 바탕으로 한 두 사례에서, “얼마나 달라져야(transformation) ‘공정이용’이 인정되는가?”
2. “원저작물의 시장을 대체·잠식할 정도의 상업화”는 어떻게 구체적으로 검증해야 하는가?






공정한 이용의 확인 방법


* 위 사례를 다시 정리해 보면,

"Warhol Foundation v. Goldsmith"는 공정이용으로 인정받지 못하였고,

" Shepard FaireyShepard Fairey vs. AP 통신"은 판단 하지 못하였다.

이에 그 질문을 이어가 본다.



1.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

* 의의:

단순 모방(ripping)이 아니라, 표현 전반에서 핵심 구성 요소(구도·인물 배치·시각적 강조 등)가 얼마나 원작에 의존하는지를 따진다.


* 적용:

1. Warhol 사건 → 사진의 ‘핵심적 시각 요소’가 거의 그대로 재현 한 것으로 판단, 불인정

2. Fairey 사건 → 색채·스타일은 변형했으나, 인물 배치·원근감·표정이 원작에 유사, 판단 불허


* 쟁점의 질문:

- “얼마나 다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 미술 분야에서 ‘핵심 요소’는 사진·회화·그래픽 각 장르별로 어떻게 달라지는가?



2. 시장성 검증(market substitution test)

* 의의:

복제물이 원저작물의 기존 라이선스·판매 시장을 대체·잠식하는지 여부를 사실관계에 기반해 심사한다.


* 적용:

1. Warhol 사건 → 잡지 표지·머천다이즈 시장을 Goldsmith 사진이 차지하던 시장과 동일하게 활용

2. Fairey 사건 → 포스터·굿즈 판매 수익이 AP 사진 라이선스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음(합의 종결)


* 쟁점 질문:

- “밀접한 대체재”란 어떤 상황을 말하는가?

- 온라인·디지털 배포 시장에서 시장성 검증은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3. 변형적 사용(transformative use)의 범위

* 의의:

단순 복제가 아닌, 새로운 표현적 가치를 부여했는지(예: 비평·패러디·교육 등 목적) 살핀다.


* 적용:

1. Warhol: 팝아트 기법이 더해졌으나, 상업적 용도·시각적 인상은 원작과 동일 시장

2. Fairey: 포스터 스타일이 상징성을 강화했으나, 법원 판단 없이 종결


* 쟁점 질문:

- 미술가가 자신의 창작물에 ‘비평적 해석’이나 ‘패러디 성격’을 명시적으로 부여하면, 법원은 이를 어떻게 평가할까?

- 전시·온라인 갤러리·NFT 등 신시장에서는 변형적 사용의 판단 기준이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가?




이어지는 질문과 논의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공정사용에 관해서는

이처럼 "실질적 유사성" "시장성 검증" "변형적 사용"의 3단계 틀을 통해 이뤄지고 있음을 정리할 수 있다.

침해는 단순히 ‘래핑(ripping)’만이 아니라, 표현 전반에 걸쳐 유사함이 인정되어야 한다.


K-49.jpeg
K-48.jpeg


위 사진은 한 때 만화가들 사이에 논쟁이 있었던 <슬램덩크>관련 표절문제의 이미지들이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 살펴본 단계를 거쳐 질문해 보자,

그리고 그에 관한 답변을 필자가 임으로 해 보았다.


우선 ① 목적 및 성격: <슬램덩크>의 만화주인공이 열정적으로 농구하는 모습을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매력적인 포즈를 요구 이에 사진과 같은 동작을 차용,

저작물 성격: 작가가 가진 자기만의 만화 및 캐릭터에 맞게 작화 한 만화

③ 양 및 실질성: 해당 페이지 내 자리하고 있는 범위는 크지만, 해당 만화의 수백장의 페이지 중 한 페이지에 불과

④ 시장 영향: 원작의 경우, 해당 농구선수의 팬클럽 등에 호소하는 사진이지만, <슬럼덩크>이미지는 해당 만화소비자를 대상으로 함. 두 시장 간 이해관계 없음.


위 쟁점에 관한 필자의 의견이다. 또 이에 앞서 원저작물이 가진 권리 영역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원 사진의 경우, 해당 운동선수의 농구하는 동작에 대해 저작권이 있는지에 관해 먼저 질문 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해당 동작 - 인간의 동작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가 독점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므로 해당 동작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게 의견이다. 그렇다고 저 사진 자체에 저작물성이 없다는 게 아니다. 저 사진은 그 사진 자체로 저작물성이 있는 것이지 거기서 표현된 인간의 동작은 저작권에서의 보호 대상이 아니란 게 필자의 의견이다.


이처럼 미술가나 디자이너, 작가는 자신의 이용이 “변형적”인지, 원저작물의 “핵심”을 얼마나 차용했는지, 해당 이용이 기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지를 모두 고려하여, 사전에 라이선스를 취득하거나 공정이용 방어 전략을 마련해야 하겠다.


따라서 창작자들은 원저작물을 참고하려 한다면,

① "자신의 작품이 “원저작물과 충분히 구분되는지”,

② “새로운 창작적 가치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지”

③ 자신의 이용이 “변형적”인지, 원저작물의 “핵심”을 얼마나 차용했는지,

④ “기존 시장을 침해하지 않는지”

를 사전에 점검하고,

만약 필요에 의해 사용해야 한다면, 라이선스 협상과 공정이용으로서의 당위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12.jpeg 이미지 출처 : http://gall.dcinside.com/list.php?id=comic_new&no=1789741


그렇다면, 위 사진 간 침해 판단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러한 쟁점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제기될 것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이용의 예측불가 형태에 따라 앞으로도 지속하여 제기할 문제이므로 이번 페이지에선 여기까지 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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