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미술과 법

2_예술과 법, 그 관계가 궁금하다.

2_05. 미술의 창작성도 법으로 판단 하나?

by 김두만

2_05. 미술의 창작성도 법으로 판단 하나?


(법률적인 용어로는 "창작성"에 관하여...)


저작권에서의 보호 대상은 '저작물'이다.(저작권법 제2조 1호)

저작물은 표현의 방법, 형식 여하를 막론하고 학문과 예술에 관한 일체의 물건으로써,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에 관한 "창작적" 표현물이어야 한다. (대법원 1979. 12 선고 79도 1482 판결)




법에서의 창작성이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그 표현물에 대해 독자적 작성, 최소한의 '창작성'이 요구된다”(「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이처럼 저작권법에서는 '창작성'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창작성에 관해 저작권법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우선 그 판단의 이론적 배경에서부터 판단 기준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창작성 판단의 이론적 배경

1) 노동이론(Labour Theory)

- 창작자의 '노동·노력' 그 자체를 보호 대상으로 삼자는 관점

- “작품에 투입된 정신적·육체적 수고가 독창성이며, 이를 인정해야 한다”라는 입장


2) 유인이론(Incentive Theory)

- 창작 활동에 대한 "유인(incentive)" 제공을 중시

- 저작권 보호를 통해 “보상을 기대할 수 있으니 더 많은 창작이 이루어진다”는 경제적·사회적 목적 강조


3) 선택의 폭 이론(Choice Theory)

- 표현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폭)"이 창작의 본질

- “수많은 표현 중 하나를 선택해 구현했다면, 그 선택 자체에 독창성이 있다”는 관점



2. 판단 기준의 시작

이에 관해서는 독일에서 "창작성의 수준(Schöpfungshöhe)"이라는 개념에서 발전해 왔다.


1920년대 : “작은 동전(kleine Münze)” 비유로 설명했다. 이에 너무 흔해서 “작은 동전처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표현”이란 뜻으로 이는 보호해 주기 어렵다는 뜻으로 쓰였다.


1950년대 : “예술적 디자인 수준(künstlerischer Gestaltungshöh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단순히 틀 안에 색칠만 한 것’과 ‘새롭고 개성 있는 구성·형태를 가진 것’을 구분하여 보호범위를 결정하겠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유럽 대륙법계의 창작성 기준은 20세기 중반까지 ‘Schöpfungshöhe’ 이론을 통해 그 뼈대를 이루었지만, 이후 베른협약을 토대로 각국의 법·문화적 배경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구체화되며 대륙법계 공통의 판단틀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국제 무역과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저작권 보호가 국경을 넘어야 할 필요가 커지면서, 각국은 자국의 법·사회적 특수성에 맞춰 창작성 기준을 재정립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으로, 미국·EU·일본·한국 등 주요 법체계가 어떻게 “창작성”을 정의·판단하고 판례 화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3. 글로벌 기준의 확산


+ 미국(Modicum of Creativity) : “작은 창의성”만 있으면 보호 (노동·선택의 폭 이론 반영)

---> 대표판례: Feist Publications v. Rural Telephone (1991)


+ 유럽연합(Author’s Own Intellectual Creation) : “저작자 고유의 지적 창작”이어야 보호 (독일 이론 계승)

---> 대표판례: Infopaq International (C-5/08, 2009)


+ 일본(創作性の発揮, Sōsakusei no hakki): 표현의 ‘독창적 발현’을 요구

---> 대표판례: 일본저작권법 제2조


+ 한국(정신적 노력의 소산 + 식별 가능성) :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 타 저작물과 구별 가능하면 충분”

---> 대표판례: 대법원 2002도 446 (2003.10.23)


"단지 저작물에 그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03. 10.23 선고 2002도 446 판결)

-> 해석:"노동이론"과 "선택의 폭 이론"을 결합해, “창작자의 정신적 노력”이 반영된 순간부터 “다른 작품과 식별 가능한 차별점”이 드러나면 더 이상 ‘작은 동전’같이 모두가 똑같이 만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니므로 보호 대상이 된다는 취지


이처럼 독일식 이론이 출발점이었으나, 미국·EU·일본·한국이 각기 자국 실정에 맞게 변용·발전시키며 오늘날 글로벌 스탠더드로 수렴해 오고 있다.


이에, “나의 작품이 ‘정말 흔한 아이디어’인지, ‘그 안에서 작가만의 독창적 결합’을 보여주는지”를 판단할 때, 이 글로벌 흐름을 염두에 두고 법리 적용 범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창작성에 관한 판단 사례


아래 사건의 캐릭터는 2004년 일본에서 만화, 영화 등을 통해 표현되기 전에 상품으로 먼저 공표된 캐릭터로 이 사건 캐릭터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로 일반적인 미술저작물로서 창작성을 갖추었는가 핵심 쟁점이었다.


토끼.png 대법원 2015.12.10. 선고 2015도 11550 판결의 등록상표


1. “토끼 인형” 사건(2015다 5059)**


일본 캐릭터를 본뜬 ‘토끼인형’이 사소하게 변형되었더라도, 귀 모양·얼굴 윤곽·신체 비율 등 "핵심적 시각인상"이 동일하면 복제권 침해를 인정했다.


미피vs부토.JPG 미피와 부토(부끄러운 토끼)

2. Miffy vs. Booto 사건


‘미피(Miffy)’와 ‘부토(Booto)’ 캐릭터는 귀·눈·몸통 윤곽 등 **구체적 형상요소**가 달라 “실질적 유사성”이 부정되어 비침해 판결을 받았다.



이 두 판례는


"작은 차이도" 핵심 인상이 동일하면 침해로 보고, "충분한 차이가" 핵심 인상이 달라지면 비침해로 본다는 실질적 유사성 판단의 기준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창작성 판단 기준은 뒤에서 “공정이용(fair use)”을 다룬 후에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본 페이지에서는 특히 미술 창작성의 또 다른 축인 ‘스타일’에 주목해 보기로 하자,

즉, 붓 터치의 리듬, 구도 배치, 색채 운용처럼 작가 고유의 표현 개성이 과연 창작성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함께 검토해 본다.




저작권법에서의 스타일이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붓 터치 하나하나의 흔적을 통해 작가의 숨결과 감정을 전하듯, 작가의 숙련된 손놀림은 그 작품의 정체성과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미술가의 스타일은 저작권법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타일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예술가의 스타일 자체는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예술적 스타일의 불공정하거나 기만적인 복제는 상표법 등 기타 법률 및 보통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으므로...


KakaoTalk_20250618_133104696_1.jpg 산업재산권 제79호, 385쪽, 스타일 보호에 관한 문구






스타일(idea) vs. 구체적 표상(expression)에 대한 저작권법의 입장은...



스타일과 구체적 표상 간 개념의 정립


1) 스타일(style) : 아이디어·방법론에 가까워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아님

--> 예: 몬드리안의 네오플라스티시즘, 폴록의 드리핑 기법, Ghibli 특유의 물감 톤·선 굵기, 또는 “물방울을 이용해 투명한 효과를 내는 기법” 자체는 아이디어이므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음


2) 구체적 표상(fixed expression) : 한 작품에 구현된 구체적 형상(brushstroke pattern, 색채 배합, 캐릭터 디자인)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대상

--> 예: 영화 속 토토로작가 A가 캔버스에 물방울 효과를 구현한 특정 그림(구체적 이미지)은 보호 대상, 특정인물이나 캐릭터의 정확한 실루엣


“스타일(style)”이라는 용어를 저작권 논의에서 다룰 때, 영어권에서는 이를 곧 “idea(아이디어)”로 취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작가나 예술가가 특정한 붓 터치·구도·색채 운용 같은 스타일을 고안했다 해도, 그 스타일 그 자체는 아이디어 영역에 속하기에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무용이나 음악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은 온몸으로 갈고닦은 기량과 수없이 반복된 연습의 결실이 만들어낸 감동에서 우리는 예술적 감동을 느끼곤 한다. 마찬가지로 미술에서도 작가의 숙련된 붓터치와 치밀한 손놀림이 빚어내는 고유한 스타일에 우리 마음이 울리는 것이다. 그런데 저작권법이 이 ‘손끝으로 전해지는 예술적 혼(魂)’까지 보호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에 최근 인공지능에 의한 그림생성에 '지브리 스타일 논란'에 관해 이해해 보기로 하자.



Studio Ghibli 스타일 AI 이미지 논란에 대해서는...


1) 일본 국회 논의

지난 2025년, 4월 16일 일본 하원 상정 위원회에서 “AI가 생성한 Ghibli 스타일 이미지는 ‘merely similar(단순 유사)’하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는 의견이 제시됨.


다만 “Ghibli 원작 이미지의 핵심 시각인상(core visual impression)”을 모방해 기존 시장을 잠식하면 침해 소지가 있다는 역설적 입장도 함께 논의됨 designboom.com.


2) Studio Ghibli의 공식 입장

현재까지 공식 소송·경고는 없으나, Miyazaki 감독을 비롯한 스튜디오 측은 “우리 작품의 "정서적·예술적 혼(魂)"을 AI가 ‘모방’ 해선 안 된다”는 윤리적 우려를 표명,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보다는 “AI가 창작자의 정체성·노동을 침해”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중이다.


3) 결론

현행 법체계는 “스타일” 자체를 보호하지 않아, AI가 Ghibli 스타일로 수백만 장을 생성해도 직접적 침해는 어려움.

이에, 지브리는 Ghibli는 “내러티브·정서·작가의 노동을 지켜 달라”는 윤리적·정치적 호소에 집중 그리고 판권자 입장에선 무단 학습 데이터 사용 금지나 트레이드 드레스 등 다른 법리로 보호를 모색해야 함.


4) 기타 스타일과 저작권 논쟁의 실제 예

Nichols v. Universal Pictures (1930) 작가가 쓴 연극 줄거리(idea)는 보호되지 않지만, 대사·인물 심리 묘사·장면 전개(표현)는 보호된다는 판결 “비슷한 스타일”만으로는 침해 성립 어려움


Scènes à faire(필연적 장면) 원리 특정 장르(서부영화·공포영화)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장면들은 아이디어로 간주되어 보호 대상에서 제외




왜 저작권은 작가의 스타일을 보호하지 않는 것일까?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예술적 스타일의 불공정하거나 기만적인 복제는 상표법 등 기타 법률 및 보통법에 따라 보호될 수 있으므로..." 또는, "윤리적·정치적 호소에 집중 그리고 판권자 입장에선 무단 학습 데이터 사용 금지나 트레이드 드레스 등 다른 법리로 보호를 모색" 하려 하는 등 다양한 보호 방법이 요구된다는 결론을 발견할 수 있다.


흔히 미술품의 보호를 저작권에 의한 보호로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작권법은 어디까지나 저작물의 “표현”을 보호하기에, 스타일에 관한 보호 시도는 저작권법 취지와 벗어난 권리 범위이다.

이는 저작권법 제1조(목적)가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로부터 파생되는 이익을 보호함과 아울러 문화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이므로 저작자, 저작물에 관한 파생이익, 그리고 문화발전의 기여를 위해 존재하기에 스타일 보호 부분은 저작권의 목적과 취지를 벗어난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타일 자체가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란 건 아니다.



만약 보호받을 만큼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면, 저작권뿐 아니라 아래와 같은 다른 법리를 통해서도 보호받을 수 있다.


* 저작권 외 미술품 보호의 적용 가능 법리

상표권(트레이드 드레스): 패션 브랜드의 시그니처 색상이나 로고 스타일 보호
디자인권: 제품 디자인(의장)은 별도의 디자인권으로 등록·보호
영업비밀: 비공개 기법·레시피는 영업비밀로 관리
기타 부정경쟁방지법


즉, 저작권·상표권·디자인권·영업비밀 등 각 지식재산권은 그 보호 대상과 목적, 범위가 다르므로, 하나의 법리만으로 작품 전부를 보호하려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이러한 법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창작자는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킬 수 없게 된다.


물론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변호사나 변리사의 조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누군가 내 권리를 대신 찾아주는 것’만을 기다리는 태도는 창작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 있지 않는가?


따라서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과 스타일이 어떤 법리 아래,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직접 명확히 해석하고 파악할 능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이 글이 진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몬드리안_작품.jpg 뉴욕 소더미 경매에 나온 피애트 몬드리안 호가의 '구성Ⅱ '.(사진-AFP)



몬드리안_스타일_3.jpg 다양하게 현대 문화에 영향을 끼친 몬드리안 작품 [출처] <서양미술사> 몬드리안의 그림엔 왜 직선만 등장할까?




그렇다면 저작권법이 보호하려는 이유와 내용은 무엇인가?


이에 저작권 보호의 “이론적·정책적 근거”를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창작자의 노동과 열정"을 정당하게 인정

+ 노동이론(Labour Theory)

창작 행위 자체에 투입된 정신적·육체적 수고를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

한국 저작권법 제1조(목적)에서는 “문화의 창달 및 국민의 문화 향상”을 위해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규정해 두었으며, 그 밑바탕에는 바로 이 노동·노력의 인정이 깔려 있다.

2) "개별 표현의 독창성"이 존중받도록 법적 경계를 설정

+ 선택의 폭 이론(Choice Theory)과 실질적 유사성 원칙

수많은 표현 중 하나를 골라 구현했다면 그 “선택” 자체에 독창성이 있다는 이론

대법원 2002도 446(2003.10.23) 판결이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 타 저작물과 식별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라고 밝힌 점도, 결국 이 개별 표현의 식별 가능성을 강조한 것이다.


3) "공공의 문화적 성장"과 조화를 위한 조율점을 제공

+ 유인이론(Incentive Theory) 및 저작권법 목적 조항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더 많은 창작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 사회 전체의 문화 수준이 향상된다는 실용주의적(공공이익 중심) 접근

베른협약 서문이나 한국 저작권법 제1조 모두 “문화의 발전”과 “공공의 이익”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몬드리안_스타일.JPG
그렇다면 저작권법에서는 왜 예술가의 스타일을 보호하지 않는 것일까? 에 관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법이 스타일 보호를 인정하지 않는 핵심 배경에는 저작권법의 보호 원리가 바로 “공공의 문화적 성장”(유인이론)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언급하자면, 저작권이 보호하는 것은 특정한 “표현(fixed expression)”이지, 그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아이디어·방법·스타일 그 자체가 아니다.


스타일까지 보호했다가는…


누구나 활용해야 할 기법·아이디어를 독점해 버리면, 다른 작가들의 표현 선택 폭이 크게 좁아질 수 있다. 즉 이것을 후속 창작의 제한이라 할 수 있다.


또, 그 스타일을 누군가가 독 접하게 된다면, 다양한 스타일의 자유로운 공유와 변형이 멈추면, 공공의 문화적 풍요로움이 위축되게 되어 문화향상에 저해가 될 수 있다.


결국, 문화는 축적과 전승을 통해 성장하는데, 스타일 보호로 인해 학습·응용·변용이 막히면 그 연속성이 끊기게 되는 문화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곤란을 초래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저작권법은 “아이디어·스타일”은 모두의 몫, “구체적 형상표현”만 권리의 대상으로 삼아 창작자에게는 정당한 보상과 보호를, 나머지 모두에게는 자유로운 학습과 재창조의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의 문화적 성장과 지속을 최우선 가치로 지키고자 한 법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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