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 브랜드 디자인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갖기
'낯설게 하기', '낯설게 보기'
'낯설게 하기'란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러시아의 문예학자, '빅토르 시클롭스키'[Viktor Borisovich Shklovski ]이다.
그는 문학의 형식적인 측면을 연구하여 당시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가로 그는 문학을 문학답게 하는 문학성은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과 관련된다고 생각했으며,
이때 '낯설게 하기'의 방식에 의해 문학적 특성이 드러난다고 했다.
이는 사건을 그대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구성(플롯, plot)에 있어서 리듬, 비유, 역설 등을 사용하여 다른 결합 규칙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말하며 작가가 이야기와 관객과의 거리를 조절해 가며 상상력을 자극하여 흥미와 긴장감이라는 반응을 유발하는 기법으로 쓰이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
시나 소설과 같은 장르에서 시작된 방식이지만 '낯설게 하기'는 시와 소설 등 그 장르적 특징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직접적인 예로 우리가 연극을 관람할 때 우리는 가끔, 그 이야기의 연기자에 몰입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때 그 연기자는 가끔 ‘이건 연극이고 당신은 연극을 보고 있어’라 느끼게 하는 독백이나 대사 등의 행동을 취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관객은 '아, 지금 저 극 중 인물이 나에게 질문을 하는구나... 나는 관객이고 저 주인공을 관찰하고 있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으며 객관적인 관람객의 자세를 취하게 되다가 또다시 극에 몰입하여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러한 것도 연극 연출에 있어서 ‘낯설게 하기’의 연출법이라 볼 수 있다.
‘친절한 금자 씨(2005, 박찬욱 감독)’란 영화에서도 이러한 기법을 볼 수 있는데 영화 중 뜬금없이 내레이션이 나오는 장면을 기억하시는 분이 많으실 것입니다.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고 다시 객관적인 눈으로 몰입하게 하는 일종의 쉼표로서의 작가(감독)의 장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뭐 이러한 평에는 각자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창작자로서 몰입하면서 곧 관객이 되어 보는 시간,
창작 작업을 할 때 몰입하고 작업하는 순간을 떠나 잠시 다른 일을 하거나 멀리 떨어져 바라보는 과정...
상표나 브랜드, 혹은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시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창작자에게 낯설게 하기란 그 창작물과의 관계의 맥을 잠시 끊고 주의를 환기시킨 후 소비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눈으로 만들고 다시 그 창작물을 바라보는 ‘낯설게 보기’로 특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낯설게 보기'는 상표가 그 상표 소비자에게 넘어갔을 때도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상표가 소비자에게 넘어가면 일종의 서사(narrative)로 읽힐 수 있습니다.
서사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가장 보편적으로 채택되어 온 구분이 바로 ‘story(이야기)’와 ‘discourse(담화)’입니다.
담화(discourse):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된 구어적 언어 형식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따라서 각각의 담화는 하나의 독특하고 고유한 기능을 지닌다. 담화가 지니는 기능을 나눠보면 정보 제공 기능, 호소 기능, 약속 기능, 사교 기능, 선언 기능 등이 있다. 담화의 하위 유형들은 대체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지지만, 하나 이상의 목적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는 경우도 흔히 있다. 예를 들면, 광고는 청자를 설득하여 상품을 구매하게 하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인 기능은 ‘호소’라고 할 수 있지만, ‘정보 제공’의 기능이나 ‘약속’의 기능을 동시에 지니기도 한다.
출처: (Basic 고교생을 위한 국어 용어사전, 2006. 11. 5., ㈜신원문화사)
앞서 스타벅스의 상표분쟁에서 법원의 판결을 통해 느낄 수 있듯이 상표-브랜드는 기업이 제시하는 표상 만이 아니라 그 표상이 소비자에게 넘어간 뒤 소비자가 느끼는 그 무엇에 의해 브랜드의 가치를 판단하고 유사성 역시 이러한 부분을 더 중요하게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미술작품과 마찬가지로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위해 사용하는 상표-브랜드는 시장에 소비되는 순간 주도권은 소비자에게 넘어가 story(이야기)를 이어가고 제품의 정보나 소비자와의 약속을 담고 있는 다중의 discourse(담화)화를 포함하고 어우러져야 소비자에 의해 비로소 브랜드의 가치가 생성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미술과 화이트 큐브
우리가 현대 미술관을 생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 사방이 새하얀 공간으로 구성된 하얀 상자와 같은 공간에 그림들이 띄엄띄엄 걸려 있으며 그림 앞에 ' 눈으로만 보세요'와 같은 문구를 기억할 것입니다.
이처럼 미술작품을 '낯설게 보기'하는 것은 언제부터 생겨났으며 왜 생겨났을까?
이러한 미술관을 공공미술관이라 하는데 공공미술관이란 예술적 가치가 있는 보물들을 일반인에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을 말합니다.
공공미술관의 시작은 1506년, 위(라오콘 군상이라 불리는) 조각상의 발견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로마의 한 포도밭에서 위 조각상을 발견한 당시 교황이었던 율리시스 2세는 당시 미켈란젤로를 포함한 예술가들에게 이 조각품에 대해 조언을 얻기 시작했는데 미켈란젤로는 이 조각품이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관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을 묘사한 것으로 이 조각을 ‘예술의 기적’이라고 하며 그 가치를 평가했다고 합니다.
이에 교황은 이 조각상을 손 본 후 바티칸 성당에 공간을 마련하고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권력을 자랑하다. 쿤스트 캄머
이탈리아의 르네상스가 절정기에 이른 15세기 말엽은 콜럼버스가 북미대륙을 발견한 시기입니다. 이른바 '지리상의 발견'이 시작되었으며 이를 통해 희 귀물들이 대거 입수되었으며 이러한 희 귀물에 대해 수집과 진열공간을 구축하는 것이 유행이 되던 시기였습니다.
영어권의 단어로'캐비닛(cabinet)'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하였으며 소장품을 진열하는 장소로 때론 소장품 전체를 가리키는 단어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어권에는 '분더캄머(Wunderkammer)'라는 용어로 확장되었는데 우리말로 해석하면'경이로운 방'이라는 뜻으로 보석으로 장식한 그릇, 상아로 만든 미니어처, 동판화, 귀중한 필사본, 동양의 무기, 시계, 멸종 새의 깃털, 멸종 식물의 과일 등이 전시되는데 이후 '놀라움(Wunder)'의 뜻이 다소 경박하다 하여 '예술품이 있는 방'이라는 뜻의 '쿤스트 캄머(Kunstkammer)'라는 명칭으로 사용되었다 합니다.
이러한 부를 과시하는 수집의 역사가 17세기 바로크 시대에서는 회화 작품만으로 전시하는 지금의 갤러리 형식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때부터 지금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미술가, 예술가의 개념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미술가의 작품이 부를 상징하는 수집과 소유의 대상으로 그 가치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 이전의 미술가는 성당의 벽화나 기록화, 혹은 귀족의 초상을 주문에 의해 그려주는 일종의 지금의 '디자이너'와 같은 영역의 일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디자인이 무엇이냐라는 정의를 파고든다면,
디자인이란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위한 창작이므로 과거의 그것과 달리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창작하는 입장에서 그 역사를 본다면 '주문에 의한 목적을 갖은 창작'이냐, '창작자가 주문자이며 생산자로 생산 후 그 소비의 가치를 이후에 받느냐'로 이해한다면 새로운 관점이 생겨날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현재 디자이너는 제품의 초기 기획단계부터 참여하거나 독립적인 스튜디오에서 독립적인 디자인을 개발하여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 이야기는 지속적인 입장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잠시 접어두고...
미술과 미술전시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화두를 던진 현대미술의 거장 '마르셀 뒤샹의 샘'의 작품? 아닌 상품의 전시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표법을 이야기하는데 이렇게 미술과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렇기에 우리는 상표와 브랜드를 소비하는 소비자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이해를 위해 다음장에서는 '상표의 소비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