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기업경영과의 관계를 알아본다.
우리는 지금까지 '상표법으로 디자인'하기란 명제 아래
상표법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해 보기 위해 대표적인 상표의 분쟁과 판결 내용을 기초로 다양한 상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01. 상표법 이해하기에서 알아보았듯이 지식재산권은
대한민국 헌법 제22조의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또한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라는 대 전재는 창작자의 창작을 보호합니다.
하지만 상표법은 헌법 제23조의 재산권 조항과 제119조의 경제 질서 조항을 근거로 상표권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익적인 제도라는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즉, 창작자의 창작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그 결과물에 대한 시장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법원에서 바라보는 상표에 대한 등록이나 분쟁에서의 판결 초점은 창작자에게 맞춰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소비하는 관객-소비자에게 있음도 짧게나마 알아보았습니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브랜드가 곧 기업의 경영철학의 표상이란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 합니다.
우리는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인지할 때 상표나 브랜드 혹은 기타 광고 선전물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시각 표현물은 기업의 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곤 합니다.
하지만 본 저자가 이러한 디자인 작업을 할 때 가끔 느꼈던 좌절감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아마 많은 디자이너분들도 공감하실 꺼라 생각하며 이어갑니다.
2017~8년 이슈가 되고 있는 'sbs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다 보면 비록 어설픈(?) 주인이라 할지라도 외부로 보이는 메뉴판이나 인테리어 등은 훌륭한 곳을 많이 보게 됩니다.
외부로부터 보이는 그 가계의 이미지와 그 서비스의 근본이 되는 음식과는 많은 괴리가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지요.
대표적인 예로, 해방촌 신흥시장의 한 카레식당에서 맛깔나게 그려진 메뉴판을 보고 백종원 대표는 '이 그림을 음식을 먹어보고 그린 거냐? 아님 그냥 그린 거냐?'라는 질문에 주인분은 아는 지인을 통해 음식을 먹어보지 않은 채 그린 거라 설명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즉, 메뉴판에 보인 그림(일러스트)은 실제 음식의 맛과 의미를 투영한 이미지가 아니고 그저 그 일러스트 작가의 상상력과 능력을 보여준 것 독립적인 결과물이라는 결론입니다.
그러므로 깊은 철학까진 아녀도 그 그림은 그 가게에서 파는 음식의 표상이라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우는 이 가게의 문제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프랜차이즈 점의 햄버거 가게에서 보게 되는 두툼해 보이는 고기 패티와 신선해 보이는 채소가 쌓여 있는 사진이 과장된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짜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산업 광고의 시각 정보물속에 대해 속아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브랜드를 제작하거나 홍보 디자인을 제작할 때 디자이너들은 항상 거짓말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한 거짓말이 사회 통념을 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광고주의 요구에 또 다른 거짓말로 이어가야 할 때를 가끔 있었을 것입니다.
소비자와 직접적인 대면을 하게 되는 시각물의 철학의 방향을 광고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잡아가고 소비자는 그것을 통해 그 제품과 서비스를 인식하게 되고...
기업주가 그 철학을 이어간다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가 되는.... 어쩔 수 없는 입장.
물론 모든 기업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유명 대중인이 그 제품의 얼굴로 보일 때와는 다르게 광고나 디자인 작업의 그 작업자는 뒤에 숨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광고나 디자인에 의해 보이는 좋은 이미지는 기업의 좋은 이미지가 아니라 단점을 속이고 장점만을 부각하여 이미지를 속이는 능력을 지닌 그것을 작업한 회사나 디자이너의 좋은 능력만이 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모든 기업이나 제품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기업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는 어느 정도 그 기업과 사회의 영향을 받음에 분명합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색과 형에 의한 시각적 이미지는 미적 표현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 그 상품 및 서비스의 의도를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로고의 형태와 함께 기업의 경영철학과 서비스 방향에 맞는 색의 색조(tone)나 두 가지 색 이상의 조합을 통한 배색을 활용하여 표현하려 합니다. 이러한 형태와 색채는 심벌마크를 기획할 때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매뉴얼을 통해 배포되며 브랜드의 칭호 사용 이외의 요소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대적 사회의 요구에 의해 그 이미지의 형과 색을 변화하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형과 색채의 변화 이유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기업 경영철학과의 연관을 이해해 보기로 합니다.
주 고객층에 따른 변화
통신기술 서비스에서 모바일 서비스로의 확대를 통해 젊은 층까지 고객이 확대됨에 따라 경쾌한 도형과 색상으로 변경.
기술을 강조하던 통신사의 이미지를 SK Red와 SK Orange를 통해 소비자가 추구하는 서비스 방향에 맞춰 리뉴얼된 사례.
사업 확대에 따른 변화
국제화로 나아가는 국제 금융사를 상징하기 위한 형과 푸른색을 통한 글로벌 이미지를 강조하여 변화를 꾀하였다.
아시아나와 금호타이어의 색상과 엠블럼을 통일시켜 통합적인 기업 이미지를 고취하기 위해 변경하였으나 이후 금호타이어는 ‘타이어프로’라는 네이밍으로 독립적인 이미지를 구축하였으나 색의 조합을 통일시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의 심벌마크의 리뉴얼 과정에서 기존 대표 색상의 이미지를 변경하는 것은 오랜 기간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해 온 기업으로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요소가 아녔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리뉴얼 과정을 통해 상표의 형태와 함께 기존의 대표 색채를 과감하게 변경한 사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술 중심의 시대에서 서비스 시대로의 패러다임을 겪으면서 기술 분야의 회사는 기술을 강조하는 이미지에서 소비자에게 친숙한 서비스의 이미지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그 변화의 내용에는 색채에 의한 변경 요소로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변화의 이유로 ‘금호타이어’나‘금호아시아나’와 같이 기업의 통합에 따른 새로운 이미지 구축을 위해 색채를 이용한 통일감을 유지하고 있음도 위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리뉴얼의 이유를 하나의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여건의 변화와 기업 홈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그 변화의 원인을 주관적 자료로 분석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점을 안고 시대의 흐름에 따른 기업전략과 기업 철학의 변경에 따른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이미지 변경 이유를 유추해 보았습니다.
이처럼 기업의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변화를 꾀한 사례도 있지만, 아래와 같이 동일 색상에 채도의 변화만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변화의 흔적도 보였습니다. ‘처음처럼’이나 ‘풀무원’의 경우와 같이 직관적인 ‘풀’의 이미지를‘녹음(綠陰)’과 새 생명을 상징하는 ‘새싹’의 연두색으로 변화시켜 색에 의한 브랜드 에센스(brand essence)를 새롭게 도출하려는 예도 있었으며 ‘이브자리’의 경우와 같이 명도 대비의 변화를 통해서도 기업의 이미지를 새롭게 고취하려는 예도 볼 수 있었습니다.
유사 색상 톤에서 채도의 변화
강력한 검은 색상의 대비에서 포근한 잠자리뿐만 아니라 신선한 삶의 터전을 표현하기 위해 차분한 채도로 변경한 예.
두산주류의 ‘산(山) 소주’는 2005년 당시 진로 ‘참 眞 이슬 露’의 반격으로 인해 브랜드 파워가 약해지자 ‘알칼리수’라는 전략으로 기존 녹색의 산의 색보다 낮은 채도를 통해 부드러운 색채와 함께 리뉴얼을 시도했다.
순수한 바른 먹을거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기업 의지를 보다 청정한 밝은 그린 색상으로 자연 지향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며 변경하였다.
이처럼 기업의 브랜드에 표현되는 시각 이미지는 단순한 장식적인 표현이 아닌 그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의 경영이념에 대한 표현 수단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이해해 보았습니다.
다음 장에는 이러한 브랜드가 시장에서 어떻게 소비되며 미디어의 변화에 의해 변화하는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