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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Jan 01. 2021

몸이 생각을 만든다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일하는 마음의 작동법

1세기 후반에 당시 로마 황제와 귀족, 그리고 사회상을 풍자했던 시인 데키무스 유니우스 유베날리스(Decimus Iunius Iuvenalis)는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신체에 깃든다(Anima Sana in Corpore Sano)"는 말을 남긴 바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일본 스포츠 브랜드 ASICS는 이 글 속 단어들의 앞글자를 따서 작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실제로 우리 몸과 생각은 뗄레야 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은연 중에 이 원리를 활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당신은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합니다. 둘 중의 어떤 방식을 택하시겠습니까?


1. 눈으로 읽으면서 머리 속에 프레젠테이션 장면을 연상한다.

2. 손, 발을 포함한 몸의 전체를 활용하면서 소리 내어 읽으면서 리허설한다.


둘 중 더 유리한 방식은 존재합니다. 1번보다는 2번의 방식이 훨씬 낫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뇌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몸으로 생각합니다.


당신은 면접관입니다. 면접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뜨거운 커피잔을 손에 쥡니다. 그리고 입사 지원 서류를 검토합니다. 당신은 그 서류에 묘사된 지원자를 따뜻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면접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차가운 콜라잔을 손에 쥐었다면 같은 입사 지원 서류를 보면서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왠지 차갑고 이기적인 사람처럼 느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입사 지원 서류를 보면서 전혀 다른 판단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당신의 몸 상태 때문입니다. 따뜻하거나 차가운 당신의 몸 상태는 당신의 생각에 영향을 미칩니다.


신체 상태와 생각은 따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일하는 마음의 작동법, 이번엔 우리 생각이 몸 전체의 움직임이나 환경 자극에 연결되어 있다는 심리학의 개념인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몸이 자유로우면 생각이 더 잘 떠오른다

 


시카고 대학의 수전 골딘 미도우(Susan Goldin-Meadow) 교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계획했습니다.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집단은 수학문제를 푸는데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 반면, 다른 집단은 손을 움직이지 못한 채 문제를 풀게 했습니다.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집단에 속한 아이들이 무려 1.5배 성적이 좋았습니다. 손 뿐만이 아닙니다. 눈동자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집단에 속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집단의 아이들보다 성적이 높았습니다.


연극 수업을 들으며 보다 신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노인들은 미술과 같은 정적인 수업이나 아예 수업을 듣지 않았던 집단에 속한 노인들에 비해 기억력이나 문제풀이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싶다면 먼저 몸을 자유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엉덩이로 공부한다’는 얘기를 접해 보셨을텐데요, 사실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책상에 가만히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보다 몸을 자유롭게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눈 똑바로 쳐다보고 말해’, 대화의 상대에게 정직함을 요구할 때 우리는 간혹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하면 오히려 생각이 안 떠오릅니다. 정직하게 말하고 싶어도 생각 자체가 잘 나지 않습니다.


다음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맨 처음 먹었던 음식은 무엇이었습니까?그 때 당신은 어떤 색깔의 옷을 입고 있었나요?


이 질문을 받고 생각하는 동안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까? 답을 생각을 하는 동안 눈동자는 어느새 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신체가 함께 반응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생각을 하는 동안 의도적으로 다른 쪽으로 눈동자를 돌리는 것은 우리의 생각을 보다 깊게 만듭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신체와 생각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선한 발상을 하고 싶다면 신체 상태를 깨끗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서울역 앞에서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습니다.  때는 정말 친했던 친구였는데 세월이 흐르니 이 친구 이름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안부도 나누고 옛 추억도 나누고 헤어지며 다시 연락하자고 연락처도 받았지만 휴대폰에 이름은 입력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이 이런 유사한 상황을 경험하신 적이 있다면 언제 이 친구의 이름이 기억이 났습니까? 헤어진 직후, 서울역 앞이었습니까? 그럴 가능성보다는 집에 와서 샤워할 때 ‘아하’하고 생각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샤워를 하며 깨끗해진 신체 상태는 생각을 맑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옛날 산속의 도사들이 폭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은 그냥 우연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물을 보며 상쾌함을 느끼는 것도 생각에 영향을 미칩니다. 대형 백화점 1층에는 분수대가 있습니다. 분수대에 뿜어 나오는 물은 우리 생각을 보다 여유롭게 만듭니다. 그래서 분수대가 가동되었을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백화점 매출이 높습니다. 물을 보는 상쾌함이 우리의 생각을 보다 관대하게 만들어 쇼핑하는 물건의 활용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범죄 영화를 보면, ‘나 손 씻었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전과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실제로 손을 씻으면 나쁜 생각이나 행동을 할 가능성이 낮을까요? 손 씻었다는 관용적인 표현은 실제 도덕성을 상기시킵니다. 거짓말을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에서 손을 씻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더 정직하게 반응합니다. 깨끗한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싶다면 신체를 보다 자유롭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아이디어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거나 또다른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신체를 깨끗하게 하거나 물을 보며 상쾌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하는 환경 역시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미션 임파서블과 같은 첩보 영화를 보면 악당에게 중요한 정보나 아이템을 얻어내는 과정이 녹록치 않습니다. 수많은 복잡한 절차와 고비를 넘어야만 겨우 수중에 들어옵니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해당 정보나 아이템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정보나 아이템 자체의 가치 뿐만 아니라 얻어내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만약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데, 그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입구에서 신분증 확인을 하고 게이트 하나를 넘어갑니다. 게이트를 넘었더니 보안 유지 서류를 작성하게 하고 휴대폰과 노트북을 봉인합니다. 또 하나의 게이트를 넘으니 엑스레이 스캔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겨우 찾아간 미팅룸 앞에서 비서가 최종 확인을 하고 들여보내 줍니다.


물론 복잡한 절차에 짜증이 날수도 있지만 그 미팅이 당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미팅이라면 당신은 은연중에 당신이 만나는 상대에 대해 중요도를 높게 평가하게 됩니다.


옛날 황제나 왕을 만나러 가는데 절차가 복잡했던 것은 보안의 문제도 있지만 황제나 왕의 중요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절차가 복잡하면 중요도를 높게 평가합니다.


당신에게 누군가 어떤 서류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합니다. 한 번은 사무실 책상 위에 있으니 가져와 달라는 부탁이고, 또 다른 한 번은 책상 서랍에서 열쇠를 꺼내 캐비닛을 다이얼을 돌려 열고 캐비닛 안의 상자를 열쇠로 열어 가져와 달라는 부탁입니다. 같은 서류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절차의 서류의 중요도는 높게 평가됩니다.


또한 인사 관련 서류가 결재판에 있는 경우와 그냥 서류만 가볍게 주어지는 경우, 우리는 은연 중에 그 중요도를 달리 판단합니다.


그런데 만약, 어려운 절차를 통해 사람을 만나거나 어떤 자료를 얻었는데 그 사람이나 자료가 알고 보니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무조건 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중요한데 가볍게 여길 만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완해야 하지만 중요하지도 않은데 절차만 복잡하게 하면 효율만 떨어뜨릴 뿐입니다.


반대로 절차가 쉬우면 친근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퇴임한 대통령을 대통령의 고향 마을만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국민들은 그 분을 더욱 친근하게 느꼈습니다. 회사의 윗사람들을 만나는 절차가 복잡하다고 느낀다면 중요도는 높일 수 있지만 친근감을 떨어집니다. 중요도가 우선인지, 친근감이 우선인지 리더라면 자신의 포지션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아이디어가 필요한 공간이라면 공간에 들어가는 절차를 쉽게 하고 폭포수와 같이 높은 천장과 상쾌한 물이 느껴지는 톤의 인테리어가 도움이 됩니다. 책상이나 의자는 서로 쉽게 맞닿을 수 있는 그래서 신체의 따뜻함을 서로 교류할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바닥은 딱딱한 대리석보다는 나무 재질이 좋습니다.


반면에 뭔가 중요하고 심각한 논의를 해야 하는 공간이라면 들어가는 절차를 복잡하게 하고 어두운 톤의 인테리어나 가구를 배치해야 합니다. 서로 신체가 닿지 못하도록 의자의 간격도 넓히는 것이 좋습니다.


환경은 우리의 생각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생각을 생각 탓만 해서는 안된다



좋은 생각을 못하는 것을 인지 능력 즉, 생각 탓만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생각은 신체 상태나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관계의 갈등도 역시 마찬가지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갈등의 원인을 성격이나 세대 차이 탓으로만 돌릴 것은 아닙니다. 신체 상태나 환경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좋은 생각이 필요하고 더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현재와는 다른 신체 상태와 환경을 바꾸는 것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의외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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