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원래 있었던 사람이나, 외부에서 이 상황을 관찰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직원의 탓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굳이 밀의 인과적 귀납법(Mill's method)을 들먹이지 않아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기존에 비해 달라진 변수를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존 직원들이 불편한 기색을 비칠 때면, 새로 합류한 직원은 눈치를 더 살피게 되고 노심초사한다.
새로 합류한 팀의 분위기가 이전보다 좋지 않다면, 그것은 새로 합류한 직원 때문일까?
조직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새로운 피(fresh blood)를 수혈한다. 새로운 피는 신입으로 합류할 수도 있고, 다른 팀에 있다가 새로운 팀으로 합류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합류한 직원은 조직의 사회화(organizational socialization) 과정을 거친다. 조직 사회화 과정은 새로 합류한 사람들의 적응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기존 직원들에게도 새로운 직원의 합류는 꽤 큰 사건(sailent affective event)이다. 새로 합류한 직원 덕에 팀 분위기가 더 좋아질 수도 있고, 새로 온 직원 때문에 팀 분위기가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신규 직원이 기존 직원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력은 얼마나 클까?
이를 연구한 심리학자들과 경영학자들이 있다.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캠퍼스 심리학과 이하오 리우(Yihao Liu), 텍사스 A&M 메이 비즈니스스쿨의 헤일리 트레이너(Hayley Trainer), 북경대 광후아 경영대학원의 잭 팅쥐 치앙(Jack Ting-Ju Chiang) 교수 등 6명의 연구진은 신규 직원의 합류가 기존 팀에 미치는 정서적 영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최근 응용심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게재했다.
기존 직원들과 신규 직원들의 특성이나 하는 일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조직 사회화 과정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다. 기존 직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로 온 직원들의 성향이나 전공 등이 기존 직원들과 너무 다를 때다. 이때는 반드시 적응의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피를 수혈했는데, 거부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는 새로운 피가 이질적(dissimilarity)일 때다. (참고로, 우리가 조직에서 흔히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영어에서도 fresh blood라는 동일한 표현을 쓴다.)
연구자들은 신규 직원이 기존 직원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을 확인하기위해 88명의 중국 경찰학교 졸업생들이 경찰학교를 떠나 각각 다른 경찰서로 배치돼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살폈다. 각 경찰서는 한 팀으로 긴밀히 협력하는 여러 명의 경찰관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들은 치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시로 상호작용하고 업무를 조정하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신입들의 두 가지 특성에 주목했다. 하나는 신입들의 성향이 기존 직원들과 얼마나 다른지였는데, 이는 신입과 기존 직원들 간의 관계적 불일치를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신입들의 전공이 기존 직원들과 얼마나 다른지였는데, 이는 신입과 기존 직원들 간의 기능적 불일치를 나타낸다.
연구자들은 관계적, 기능적 일치 정도가 높을수록 기존 직원들의 긍정 정서에 영향을 미치고, 불일치 수준이 높다면 부정 정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결과를 보니 관계적, 기능적 불일치 수준보다 더 큰 효과를 미치는 요인이 발견됐다. 바로 신규 직원이 합류하기 직전의 팀 성과(Prior Team Performance)였다.
팀 성과가 높은 그룹은 관계적 불일치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팀 성과가 낮은 그룹은 관계적 불일치 수준이 높을수록 기존 직원들의 부정정서가 커졌다. 신규 직원이 기존 직원과 성향상 맞지 않아서 문제가 된 그룹은 직전 성과가 나쁜 팀뿐이었다는 것이다. "새로 누가 들어와서 팀 분위기를 흐렸네, 어쨌네"라는 말이 조직에 만연하다면, 팀 성과가 좋지 않아 나빠진 분위기에 덤탱이를 씌울 핑곗거리를 신입한테서 찾은 거나 다름없다.
출처: Liu, Y., Song, Y., Trainer, H., Carter, D., Zhou, L., Wang, Z., & Chiang, J. T.-J. (2023). Feeling negative or positive about fresh blood? Understanding veterans’ affective reactions toward newcomer entry in teams from an affective events perspectiv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08(5), 728–749.
신입과 기존 직원의 관계적 불일치는 기존 직원들의 긍정 정서에도 영향을 미쳤다. 관계적 불일치 수준이 높을수록 긍정적인 분위기는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 역시도 직전 성과가 나빴던 팀에 한해서 나타났다. "누구 한 명이 들어와서 좋았던 분위기가 망쳤어"라고 말한다면, 실상은 기존 성과가 좋지 않아 웃을 일이 없거나, 웃을 일이 생겨도 웃지 못한 상황에 대한 핑계를 그 신입한테서 찾은 것일 따름이다.
한편, 신입 직원과 기존 직원들의 기능적 불일치 수준은 기존 직원들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기능적 불일치는 기존 직원들의 부정 정서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으나, 긍정정서에는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기능적 일치 수준이 높다고 긍정 정서가 높아지지는 않으나, 부정 정서에는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들은 일도 궁합이 맞는 사람하고 할 때 좋은 거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의 궁합이 맞는다고 더 좋아지지는 않으나, 궁합이 안 맞을 때는 진짜 나빠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정말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됐다. 일의 궁합이 잘 맞아서 긍정 정서가 더 높아지는 경우가 있더라는 것이다. 다름 아닌, 기존 성과가 좋았을 때다. 직전의 성과가 좋았던 팀은 새로운 직원과 기능적으로 잘 맞을 때, 더 즐거워했지만, 직전 성과가 나빴던 팀은 기능적으로 맞는 직원이 들어왔다 해도 별 반응은 없었다. 성과가 나쁜 팀은 기능적으로 맞지 않은 직원이 들어오면, 부정 반응을 표출했지만, 맞는 직원을 배치했을 때, 긍정 반응은 높아지지 않았다.
당신 조직에 신입 직원이 들어왔는데, 관계적으로 맞지 않아 팀의 긍정적인 분위기는 다운돼고, 분위기가 점점 나빠진다고 느낀다면, 신입 직원 탓이 아닐 것이다. 우리 팀의 성과가 좋지 않은 타이밍에 신입이 들어온 것일 뿐이다. 직전에 성과가 좋았던 팀은 신입 직원과의 관계적 불일치가 높은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일에 있어서의 융화도 마찬가지다. 직전 팀의 성과가 좋은 팀은 일의 궁합이 잘 맞을 때, 긍정적 분위기가 고조된다. 하지만, 성과가 나쁜 팀은 일적인 궁합이 잘 맞을 때는 좋아질 일이 없지만, 궁합이 안 맞을 때는 험악한 분위기는 높아진다. "누가 이런 전문성도 없는 사람을 우리 팀에 들였냐"고 짜증을 낸다면, 십중팔구 직전 성과가 좋지 않을 때일 것이다. 사람들은 직전의 성과가 좋은 경우엔 일적인 갈등이 나타나도 감정적인 문제 없이 해결한다.
정리하자면, 직전 성과가 좋은 팀에 들어간 신입은 설령관계적으로, 일 적으로 잘 맞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운 좋게 잘 맞는다면 기존 직원들은 크게 반길 것이다. 문제는 직전 성과가 나쁜 팀에게서 나타난다. 팀 성과가 나쁜 팀은 신입직원이 잘 맞을 때의 긍정 효과는 거의 없지만, 조금만 틀어져도 기존직원들의 불평 불만이 쉽게 튀어 나온다. HR이 부서 배치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할 팀은 직전 성과가 나쁜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