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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Aug 05. 2023

에디슨이 만든 채용검사가 있다고?

발명가 에디슨도 산업조직심리학자처럼 선발 검사를 개발한 적이 있다.


우선 산업및조직심리학이 무엇인가부터 간략히 살펴보자. 산업심리학(Industrial Psychology)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결정하고 그 역량을 갖춘 후보자들을 고용하며, 이후 교육훈련을 통해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마디로 채용, 선발, 육성이 주된 관심사다. 조직심리학(Organizational Psychology)은 구성원들이 직무수행을 잘하도록 보상, 인정 다양한 기제를 통해 동기부여하고, 직무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조직 의사소통)하며, 즐겁고 만족스러운 직무 환경이 조성될 있는 조직구조와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 산업심리학의 시작은 선발 검사였다. 1차 세계대전에 신병들을 검사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도록 개발된 Army Alpha(글을 읽을 수 있는 군인들 대상), Army Beta(문맹인 군인들 대상)가 대표적이다. 산업심리학자들이 개발한 이 검사에서 점수가 높은 신병들은 정식훈련을 통해 복잡한 직무를 수행하거나 지휘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했고, 점수가 낮은 신병들은 대부분 보병으로 배치됐다.


출처: History of Gifted Education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에 토마스 에디슨도 선발 검사를 개발했다는 사실이다. 1920년에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은 매니저와 과학자들을 선발하기 위해 163개 항목의 검사를 개발해 실시했다. 모든 지원자들은 2시간 동안 역사, 문학, 과학, 지질학 다양한 분야에 대한 문제에 답해야 했고, 이후에 자신들이 지원한 특수 분야에 대한 질문들로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에디슨은 대학 졸업장을 믿지 않았다. 에디슨은 자신이 고용한 대졸자들이 놀랄만큼 무지하다고 그것도 눈 앞에서 비하하는 것을 서슴지 않던 인물이었다. 에디슨은 자신이 개발한 검사의 선발 가이드도 제시했는데, 기준은 90% 이상의 정답률이었다. 당시 시험을 치른 대졸자(이 시기만 해도 지원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718명 중 합격한 사람은 32명에 불과했다. 4.5% 합격률이라는 극악의 난이도였다. 험난한 이 과정을 통과해 합격한 사람들은 에디슨으로부터 "A급 인재"로 관리돼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에디슨의 아들인 시어도어(Theodore) 또한 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재원이었음에도 에디슨 테스트에 통과하지는 못했다.


물론, 출제된 문제는 극비였다. 에디슨은 직접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도 홀로 했다. 지원자들이 외부에 시험 문제를 유출하는 것도 극도로 경계했다. 그러나 지원자들 중에서는 암기력의 달인도 있어서 무려 141 문항을 정확히 기억해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에 유출했다. 언론에서는 이 테스트가 대단히 지엽적이고 대졸자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부적절한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에디슨이 개발한 문제와 비슷한 문제를 출제해 에디슨에게 풀어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보무도 당당했던 에디슨은 이 요구를 수락하고 95% 정답률을 보였다.


이쯤이면 에디슨 테스트가 궁금하지 않은가?


에디슨 테스트 중 일부는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 웹사이트에서 치를 수 있다(https://www.nps.gov/edis/learn/education/the-edison-test.htm). 그 중 일부를 아래에 공개한다.



그렇다. 문항은 대부분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제대로 암기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한 것들이다. "퀴즈쇼 세상만사"라고나 할까. 에디슨이 생각한 좋은 인재의 기준은 다양한 분야에 관한 호기심과 기억력이었던 것 같다. 물론 산업심리학자들은 당시에도 이보다 훨씬 체계적인 직무 수행 기본 능력을 테스트하는 문항들을 개발했지만, 에디슨이 시도한 것처럼 현실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고차원적인 정신 조작 능력(지능 검사)에 가까운 문항들이었다.


지능 검사 예시


에디슨은 업무 역량기본은 기억력이라고 보았고, 거기에 호기심이라는 요인이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 같다. 에디슨은 산업및조직심리학자는 아니었지만, 누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지에 관한 통찰이 있었던 경영자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인재가 곧 성과에 핵심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어떻게 적합한 사람을 선발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사람이었다. 만약 에디슨이 이 고민을 산업및조직심리학자와 나눴다면 어땠을까? 자신의 아이디어에 과학적 근거를 더해 선발 검사 개발이나 선발 기준 선정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구성해 이후 비즈니스 역사에 한 획을 그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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