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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Aug 11. 2023

당신이 "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지 못한 과학적 이유

세계적 학술지에서 찾은 직장생활 꿀팁

일에 대한 열정(Passion for work)은 중요하다.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은 정서적으로는 일을 좋아하고, 인지적으로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의 가치관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행동적으로는 일을 하며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자발적으로 투입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일을 하며 억지로 열정을 강요당하는 경우도 있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이를 강박적 열정(obsessive passion)이라고 해서 자발적인 열정(harmonious passion)과 구분하지만, 이번 글에선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자발적인 열정에 대해서만 언급하겠다.  


에 대한 열정이 다양한 조직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는 인과 관계를 살펴 본 메타 연구(지금까지 발표된 모든 연구들을 검토하고 결과를 수집한 후 결론을 얻는 통계적 방법)를 보자. 일에 열정이 있다면, 성과 개선은 물론이고 창의성, 직무만족, 효능감 등 직무 수행에 있어 긍정적 요인은 높아지고 직무 탈진(burn out), 조직 냉소(cynicism),  이직의도(turnover intention) 낮아진다.

출처: Pollack, J. M., Ho, V. T., O'Boyle, E. H., & Kirkman, B. L. (2020). Passion at work: A meta‐analysis of individual work outcomes.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41(4), 311-331.


한 마디로 일에 대한  열정은 개인의 안녕감(well-being)과 조직의 성과 모두를 높이는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조직 내에서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2014년 Deloitte에서 발표한 Global Report를 보면, 조사 대상 직장인 중 단 12%만이 일에 열정을 느끼고 있었다.


출처 https://officevibe.com/blog/passion-work-important-engagement


일에 대한 열정은 누구에게나 쉽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일에서 열정을 발견하는 것은 꼭 필요한 사명처럼 느껴지지만, 그 열정은 일하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행운은 아닌 것이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명연설로 꼽힌다. 잡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을 결코 멈추지 말라고 주장했다. 일의 열정을 발견하는 데는 "Stay hungry, Stay foolish"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TTimes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당신도 스티브 잡스의 생각이 옳다고 믿는가?


사실, 잡스의 말은 과학적으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경로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는 데 있어 더 적합한 경로가 있다.  


첫 번째 경로는 적합 이론가(fit theorist) 경로다. 이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만나야 열정이 생성된다. 그래서 적합 이론가에 속하는 사람들은 현재 하는 일에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다른 분야에서 열정을 발견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 시간과 노력을 낭비가 아니라 투자 개념으로 인식해야 한다. 실제 이 유형들은 자신에게 맞는 일을 만나야만 스파크가 튄다.


두 번째 경로는 개발 이론가(develop theorist) 경로다. 이들은 어떤 일을 하던지 그 일에 대한 열정과 의미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따라서 섣불리 다른 일로 옮겨서는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기 일쑤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특정 범주 내에서 자신의 직무 스킬이 늘어나는 것을 즐기며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범주 내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것보다는 반대로 자신이 정말 싫은 일을 피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의 일을 결정하는 것이 유리할 때가 많다. 이 사람들은 일에 있어 열정과 의미가 시간이 갈수록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자, 그렇다면 당신이 어떤 경로에 적합한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심리학자들은 두 가지 경로에 대한 세 가지 진단 방식을 개발했다. 먼저 2 문항으로 이루어진 진단이다.

[다음 문장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1~5점으로 답하시오]

"나는 사람마다 딱 맞는 직업이 있고, 그 직업을 찾는 것이 직장에서의 행복과 성공을 좌우한다고 믿는다"

"나는 내가 선택한 직업에서 숙련 과정을 통해 열정이 개발된다고 믿는다"

첫번째 질문에 동의 경향이 강하다면 적합 이론가(fit theorist)일 가능성이 높고, 두번째 질문에 동의 경향이 강하다면 개발 이론가(develop theorist)일 가능성이 높다.


단, 두 문항으로 평가하는 것이 왠지 미덥지 못하다면 각 항목별 다섯 문항으로 구성된 진단, 즉 10문항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여러 진단 방식을 개발하던 심리학자들은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고, 놀랍게도 이 방식이 앞서 소개한 두 가지 방식보다 더 타당도와 신뢰도가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 방식은 바로, 두 가지 진술 중 하나에 강제적으로 선택하게 만드는 문항(dichotomous measure)이었다.

[다음 두 문항 중 더 동의하는 쪽으로 선택하시오]

A. 일에 대한 열정은 내가 딱 맞는 직업을 찾았을 때 생긴다.

B. 일에 대한 열정은 내가 업무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진들은 강제 선택 방식에 따라 사람들을 진단하고 실제 일에 대한 열정을 그렇게 느끼지는지 확인했다. 연구 결과, 적합 이론가에 속한 사람들은 직업 초기에 적합성이 높아야 이후에도 그 일이 맞는다는 신념을 가질 수 있었지만, 개발 이론가에 속한 사람들은 직업 초기에 적합도가 높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며 점점 그 일에 의미나 가치를 느끼고 있었다.


출처: Chen, P., Ellsworth, P. C., & Schwarz, N. (2015). Finding a fit or developing it: Implicit theories about achieving passion for work.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1(10), 1411-1424.


연구진들은 또한, 직업 초기에 적합도를 낮게 평가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열정을 느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개발 이론가들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당신이 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당신의 내면은 개발 이론가(develop theorist)인데, 스티브 잡스와 같은 적합 이론가(fit theorist)의 말에 휘둘렸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열정이 생길 수 있는 일임에도 업무 숙련도가 떨어져 일을 어렵게 느끼는 시점에 적합 이론가들의 충고를 들으면, '내 선택이 잘못됐구나'라고 착각할 수 있다.


세상엔 적합 이론가들보다 개발 이론가들이 훨씬 더 많다. 적합 이론가들은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나서라고 충고하지만, 당신이 개발 이론가라면 새로운 일을 찾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현재 하는 일에 어떻게 하면 유능감을 느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편이 낫다.








제 신간, <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가>를 소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길을 걷다가 들려오는 노래에 발걸음을 멈추고 ‘어? 이거 내 이야긴데?’라든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거였어!’ 하면서 무릎을 친 적이 있을 것이다. 음악은 우리의 마음과 귀를 붙잡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가』에서 저자는 우리의 마음을 붙든 노랫말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물론 같은 노랫말이라 하더라도 듣는 사람의 기분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해석은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음악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심리 기제를 풀어냄으로써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우리를 자연스레 설득해나간다. 그 덕분에 우리는 마음의 작동 방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와 타인을 좀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이 책은 특정 음악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BTS, 트와이스, 멜로망스, 이무진, 잔나비, 폴킴 등 33곡의 다양한 노래들을 심리학적으로 조명한다. 게다가 독자들이 손쉽게 노래를 찾아 들을 수 있도록 각 꼭지마다 QR 코드가 있어 읽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듣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조선일보 과학 서평 소개 글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medicine-health/2023/08/06/RSNVAZ3P7BEPVIFU5UXBQO4T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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