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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Aug 30. 2023

나이 어린 팀장이 불공정하게 느껴지는 이유

당신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리더를 원하는가? 아니면 어린 리더를 원하는가?

직장인들은 대개 자신의 상사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길며, 교육 수준도 높기를 기대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수십만년 동안 이 위계 구조 내에서 생활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이, 경력,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을 지위 일치(status congruence) 조건이라고 한다. 연공서열적 승진 체계를 생각하면 쉽다.


그러나 현대 조직에서 직장인들은 과거에 비해 상사보다 나이도 어리고, 교육 수준도 낮으며, 자신보다 경력이 짧은 상사의 지시를 받는 지위 불일치(status incongruence)경우도 흔하다. 지위 불일치가 확산되는 중요한 이유 하나는 능력 기반의 승진 체계를 구축해야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고령화에 따라 경직된 계층 구조를 타파하고자 기존 연공서열 기반의 승진 시스템에 더이상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지위 불일치(status incongruence) 조건, 즉 자신보다 나이 어린 상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상사 역시 자신보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을 불편해 하지만,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자신보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보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상사가 직장 생활을 더 힘들게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교 문화권의 국가에서 더 그렇다.


이처럼 지위 불일치가 점점 더 보편화되면서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직장 분위기에서 지위 불일치가 직원들의 업무 태도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마땅히 승진해야 할 사람이 승진한다면, 지위 불일치에 따른 불공정성을 상대적으로 덜 느낄 것이다. 하지만, 승진 자격이 없는 사람이 승진해서 생기는 지위 불일치 경험은 승진 체계 뿐만 아니라, 조직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다.


지위 불일치를 수용하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마땅히 승진해야 할 사람, 즉 능력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될 때다. 나이와 경력이 자신보다 모자란데 능력도 없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면, 불공정함을 참기 힘들다. 사람들은 불공정함을 느끼게 되면 우선 자신들이 투입한 노력과 시간을 줄인다. 이는 곧 성과 저하로 이어진다. 그리고,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이 아니라, 자신을 공정하게 대해 줄 다른 조직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따라서 직원들이 사내 승진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은 성과와 이직 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나이 어린 리더가 역량이 탁월하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나이 어린 리더가 역량에도 문제를 보인다면 공정성에 대한 문제 의식을 느끼기 쉽다는 것은 굳이 조직심리학을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응용심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변수가 더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논문이 게재돼 화제가 되고 있다. 그 변수는 바로 직원들의 역량이다.


중국 내 40개 회사의 800명의 부하직원과 160명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지위 일치와 불일치 그 자체는 공정성에 대한 인식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팀장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직원들이 불공정을 가장 크게 느끼는 조건은 직원 스스로 능력이 없다고 느낄 때,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데 능력도 부족한 사람이 리더가 된 경우다. 직원 스스로 능력이 부족한데,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리더가 능력이 탁월하다면 사람들은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무능한 사람이 나이와 경력이 많다는 이유로 리더가 된 경우에 사람들은 매우 공정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무능한 사람들이 리더가 되는 것에 아무런 문제를 못느끼는 이유는 구성원들 스스로 무능하고 무기력하다고 느껴서다.


그런데, 스스로 유능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달랐다. 이들은 조직 내 승진에 있어 지위 일치와 지위 불일치 자체가 중요하지 않았다. 나이나 성별, 경력을 떠나 능력이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무능한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을 매우 불편하게 생각했다.  



출처: Li, H. J., Wang, X. C., Williams, M., Chen, Y. R., & Brockner, J. (2023). My boss is younger, less educated, and shorter tenured: When and why status (in) congruence influences promotion system justification.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그렇다. 지위 불일치를 수용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상사의 역량이 탁월해야 한다. 그런데,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조건은 부하 직원의 역량 역시 높아야 한다. 나이 많고 경력 많은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아무런 문제 없이 받아들여지는 조직은 구성원의 역량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리더와 직원 모두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높다면, 지위 일치나 지위 불일치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조직은 연공서열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겠지만, 높은 수준의 기술과 능력이 필요치 않은 조직일수록 연공서열에 어긋난 사람이 리더가 되는 지위 불일치적 조건에서 반발이 심할 것이다.


한편으로, 무능한 리더가 계속 득세하려면 구성원들을 똑똑하게 만들면 안된다. 직원들의 자율성을 박탈하고 시키는 일만 아무 생각없이 하게 만드는 것이 무능한 리더가 살아남을 있는 최상의 조건이다. 무능한 리더일수록 구성원의 성장이 두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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