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구성원간의 관계에 관한 대표적 리더십 이론으로 상사-구성원 교환이론(LMX; Leader-Member eXchange)이 있다.
리더십은 크게 평균적 리더십 이론(average leadership style: ALS)과 상사-구성원 교환관계 이론(LMX)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평균적 리더십 이론은 리더의 일방적 영향력에 초점을 맞춰 집단의 구성원들은 리더에 의해 동일한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한다. 평균적 리더십 이론에 따라 리더십의 효과성을 알고 싶다면 리더의 행동이나 반응에 대한 구성원들의 평균적인 지각을 측정하면 된다.
하지만 리더가 각각의 구성원들과 평균적인 수준의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각각 차별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평균 모형은 리더십의 효과성을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다. 평균적 리더십 이론이 리더의 일방적 영향력에 따른 여러 구성원들의 평균적 지각을 의미한다면 LMX 이론은 리더가 구성원과 맺은 개별적 관계의 특성이나 질에 따라 차별적인 효과성이 발현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리더와 서로 관심과 신뢰를 교환하는 관계적 질이 높은 구성원들은 내집단(in-group)으로, 관계의 질이 낮은 구성원들은 외집단(out-group)으로 구분될 수 있다. 대개 내집단 구성원들은 외집단 구성원에 비해 리더로부터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고 자신의 상사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나타내고, 리더 또한 내집단 구성원과 보다 많은 상호작용을 한다. 리더는 대체로 내집단 구성원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신뢰와 자율성, 경력개발의 기회, 실질적인 혜택 등을 제공하고, 반대급부로 충성심과 헌신, 조직몰입을 요구한다.
LMX의 질이 높은 구성원들은 상대적으로 직무환경을 우호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주어진 직무요구를 넘어 동료들을 자발적으로 돕는 조직시민행동(OCB)의 경향도 높다. 이들은 직무를 수행하는 동기나 태도가 대체로 긍정적이어서 실제 성과도 높고 직무수행 경험을 자기 자신의 성장 기회로 삼는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 정서적으로 몰입되어 있으며 현재 수행하고 있는 직무를 관계적 측면이나 인지적 측면에서 새롭게 구성하는 잡크래프팅 행동을 나타낼 가능성 또한 높다.
이처럼, 리더와 구성원 간의 관계의 질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만약 이런 질적 관계가 어느 한 쪽의 착각이라면 어떨까? 나는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나만의 착각인 남녀 관계라면 그것만큼 비참한 일도 없다. 리더와 구성원 간의 관계 역시 이런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LMX Agreement"라는 개념이다.
아래 표에서 처럼, 상사도 LMX의 질이 높다고 생각하고, 부하 역시 동의한다면 LMX agreement가 높은 수준이다. 반대로, 상사도 LMX의 질이 낮다고 생각하고, 부하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역시 LMX agreement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서로 다른 LMX의 질을 상정할 때다. 상사는 부하직원과 친밀감을 느끼는데 부하직원들은 그렇지 않다면, 부하직원은 상사와 친밀감은 느끼는데 상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LMX disagreement 상태라 할 수 있다.
출처: Epitropaki, Olga & Marstand, Anders & van der Heijden, Beatrice & Bozionelos, Nick & Mylonopoulos, Nikolaos & Van der Heijde, Claudia & Scholarios, Dora & Mikkelsen, Aslaug & Marzec, Iza & Jedrzejowicz, Piotr. (2020). What are the career implications of ‘seeing eye to eye’? Examining the role of leader‐member exchange (LMX) agreement on employability and career outcomes. Personnel Psychology. 74. 10.1111/peps.12432.
최근 조직 연구를 보면, LMX보다 LMX Agreement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리더는 구성원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disagreement 상황일 때가 가장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2023년 9월, 일리노이 시카고 대학교 경영학과 전위 위앤(Zhenyu Yuan) 교수 등은 그동안 LMX에 관한 연구들를 종합해 LMX 못지 않게 LMX Agreement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해 응용심리학 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발표했다. 리더-구성원 간의 관계의 질이 좋은 직원이 직무 성과(task performance)도 높고 조직시민행동(OCB)의 경향이 높다는 것은 오직 LMX Agreement가 높은 조건일 때만 해당된다. 즉, 리더와 구성원 간 관계의 질에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면, LMX가 높다고 성과와 OCB에 좋은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출처: Yuan, Z., Sun, U. Y., Effinger, A. L., & Zhang, J. (2023). Being on the same page matters: A meta-analytic investigation of leader–member exchange (LMX) agreement.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그래서 이 논문의 제목이 "Being on the same page matter(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다. 아주 흥미로운 점은 부하직원은 리더와 친밀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보다, 리더가 부하직원들과 친밀하다고 느끼는데 실제 그렇지 않을 경우에 드러난 부정적 효과가 컸다는 것이다.
리더가 부하직원과 친하다고 느낄 때(High Leader-Reported LMX), 부하직원 역시 동의(High LMX Agreement)한다면 최상의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리더는 부하직원과 친하다고 느끼는데, 부하직원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Low LMX Agreement) 최악의 성과를 보였다. 심각한 점은 리더와 부하직원 서로 관계의 질이 좋지 않다고 동의하는 수준만큼 떨어졌다는 것이다.
많은 리더들은 부하직원 각각과 친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그만큼 좋은 리더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은 리더만의 착각인 경우도 많다. 팀원들이 팀장에게 갖는 긍정적 착각은 폐해가 없다. 팀원들의 생각이 정답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 연구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집단주의 문화에서 팀원이 팀장과 가깝게 느낀다면 팀장도 가깝게 느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팀장이 팀원들에게 갖는 긍정적 착각은 그냥 기분 좋은 환상이 아니다. 팀장 혼자만의 착각은 최악의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착각이 나쁜 성과로 이어지는 이유는 LMX의 질이 높은 In-group 팀원에게 쓰는 동기부여 스킬을 Out-group에게 쓰기 때문이다. Out-group 팀원은 형평 민감성(equity sensitivity)가 높다. 즉각적인 보상이 효과적인 동기부여책이다. 오늘 야근했으면 내일 출근 시간을 늦춰줘야 한다. 특근 수당 역시 즉각적으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칭찬과 격려 또한 즉각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In-group 팀원들은 조직의 장기 비전을 함께 하며 길게 보고 함께 성장하는 꿈을 나누는 동기부여책이 더 효과적이다. In-group 팀원들은 일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경력개발을 함께 고민해 주는 리더를 원한다.
그러니, 팀장들이여, 혼자 친하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팀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조직은 짝사랑처럼 단순히 혼자만의 착각으로도 만족스러운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