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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Sep 26. 2023

직장 내 불안을 느낀다면, 업무 이메일 활동을 늘리세요

지금 현재 불안하지 않다면, 당신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2017년 New York Times가 미국을 "Untited States of Xanax"로 규정하며 덧붙인 말이다. 자낙스(Xanax)는 알프라졸람의 상품명으로 불안증, 공황장애, 우울증에 일시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의약품인데,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오남용 의약품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일터에서 불안을 느끼면, 업부 집중력 저하로 인해 생산성의 손실로 이어진다. WHO는 직장 내 불안감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1조 달러 가량의 손실로 추정하고 있다. 직장 내 불안은 점점 확산되고 있고, 관련 비용 역시 증가함에 따라 직장 내 불안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조직 내 HR과 리더들은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직장 내 불안이 항상 나쁜 것일까?

사실, 그동안의 직장 내 불안 연구들은 주로 성과 저하와 비생산적 행동 증가, 비윤리적 행동 증가, 이직의도 증가 등 주로 부정적 영향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진화적으로 인간에게 불안은 "투쟁 또는 도피(Fight of Flight)"라는 복합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불안은 불안 상태에서 도망치려는 행동을 야기하기도 있지만, 불편한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맞서 싸우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다음 날 시험을 봐야 하는 아이들이 만약 전날 저녁에 아무런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 선수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선수들은 두근두근거리는 불안감을 싸움에서 이기고자하는 열망과 흥분의 신호로 바꾸는 달인들이다. 이처럼 인간에게 불안은 무조건 회피해야 할 대상만은 아니다.  


최근 조직연구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기류가 뚜렷하다. 불안을 부정적이고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조직 내부에 무엇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에 관한 내부 경보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 내 불안을 적응적으로 활용할 경우, 문제 예방 행동과 친사회적 행동을 조장할 수 있다는 증거들도 많다.


직장 내 불안은 일상적인 경험이다. 생각해 보자. 직장 내 불안이 일상적인 경험이라면 일상적 활동으로 적절히 대응하게 만드는 것은 얼마나 지혜로운 일인가? 최근 이렇게 직장 내 불안을 일상적 활동으로 대응하는 방법에 관한 논문이 "Journal of Vocational Behavior"에 발표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논문의 제목은 <You've got mail! How work e-mail activity helps anxious workers enhance performance outcomes>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메일 수신! 어떻게 업무 이메일 활동이 불안한 직장인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가?"다.


직장인들이 불안을 느끼는 원천은 다양하지만, 크게 3가지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업무 난이도, 업무량, 시간적 압박과 같은 직무요구다. 둘째, 리더의 공격성, 동료와의 갈등 등 대인관계 요인이다. 마지막으로는 스킬 및 역량 부족 등의 개인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이 중, 직무 요구는 대표적인 직무 스트레스와 번아웃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의 직장인에게 직무요구는 직무기술서에 있는 내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직장인들은 시도때도 없이 떨어지는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한 업무적 압박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한 업무관련 압박에 즉시 응답하려는 집착과 충동을 텔레프레셔(telepressure)라고 하는데, 텔레프레셔가 클수록 불안을 크게 느낀다. 텔레프레셔가 높은 사람들은 일상의 직장생활에서 긴장의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 수치가 클수록 일상의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 일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궁금하면 아래 문항에 응답해 보길 바란다.


1. 나는 누군가로부터 메일이나 메시지를 받으면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2. 나는 메시지에 응답하고 난 후에 다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3. 나는 메시지 응답을 완료하기 전까지 메시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다.

4. 나는 다른 사람의 말에 즉시 반응하고 싶은 충동이 높다.

5. 나는 누군가의 요청을 받는 순간 바로 응답해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6. 메시지에 즉시 응답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어렵다.


출처: Barber, L. K., & Santuzzi, A. M. (2015). Please respond ASAP: workplace telepressure and employee recovery.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20(2), 172.


그렇다면, 불안을 크게 느끼는 직장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을 회피하고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면 업무 불안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높아질까? 안타깝게도 그렇진 않다.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효능감(efficacy)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고 결과가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일, 즉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당장 시작할 수 있고 결과가 바로 보이는 일은 여러 직무요구 이메일을 활용한 업무가 맞다. 이메일을 작성하여 전송을 클릭하면 완료 결과가 뜬다. 작지만 작은 성취의 순간이다. 또한 업무 이메일을 통해 업무 수행에 필요한 여러 중요 정보를 교류하기 때문에 업무 관련 내용을 논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전체 상황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의 업무에서 보다 주도적으로 활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다른 팀원들의 업무 현황에 대한 객관적 파악이 가능해 필요 시 도움행동을 나타낼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불안할 때 대인 관계가 필요한 업무는 오히려 불안감을 가중시키지만, 접촉을 피하고 업무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면 불안을 낮출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업무가 이메일 중심으로 처리되는 일이라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메일을 활용한 업무가 단발성이 아니고 이메일 중심적으로 진행되는 업무일 경우, 불안감을 느낄 때 이메일에 집중하는 것은 현명한 대처다.


딱, 이것만 기억하자. 불안할 때는 작고 구체적인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답이다.

출처: Cheng, B. H., Zhou, Y., & Chen, F. (2023). You've got mail! How work e-mail activity helps anxious workers enhance performance outcomes. Journal of Vocational Behavior, 144, 103881.


실제 현장 연구에서도 불안감을 느낄 때, 이메일을 활용한 일처리가 불안을 낮추고 주도성과 도움행동을 더 많이 보인다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이메일 중심으로 업무가 처리되는 일일수록 그 효과는 더 컸다.



직장에서 불안은 언제 어떻게 우리를 덮칠지 모른다. 적절한 대처 방식을 잘 알고 있다가 불안이 엄습할 때, 활용하는 것은 성과는 물론이고 개인적 웰빙 수준을 유지하거나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스킬이다. 자기 스스로 통제감을 가지고 있다고 느낄 때, 우리 마음 속에서 불안은 서서히 배경으로 사라지는데, 대인 접촉을 피하고 이메일을 활용한 업무 처리는 이 효과를 누리기에 매우 적절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조직과 리더는 불안을 크게 느낄만한 업무 환경이나 구성원에게는 업무 이메일을 활용한 소통과 업무처리를 보다 빈번하게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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