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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Dec 31. 2020

계획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일하는 마음의 작동법


여러분은 지금부터 앞으로 2주간 점심시간에 먹을 메뉴에 관한 계획을 작성해야 합니다. 회사 인근 식당들과 메뉴들을 떠올려 보면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평소 내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좋아하니, 1주일은 내내 김치찌개를 먹고, 다음 1주일은 된장찌개를 먹어야지’라고 생각하신 분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회사 근처에 있는 식당들과 메뉴를 골고루 먹을 계획을 세울 가능성이 더 큽니다. 오늘은 한식을, 내일은 중식을, 그 다음 날은 분식을… 우리는 이처럼 한 번에 여러 선택을 할 때, 가급적 다양한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한꺼번에 계획을 할 때, 오늘 점심에 먹은 음식을 이번 주 중에 다시 또 먹는다면 물릴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실제 계획대로 점심 식사를 할 때 발생합니다. 계획에 따라 매번 다른 메뉴로 식사하는 것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집안의 냉장고를 한 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냉장고 안쪽에 먹지 않은 음식들이 많을 겁니다.  우리가 마트에 가서 쇼핑을 할 때, 1~2주 정도의 식단에 관한 계획을 한꺼번에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매번 식탁에 같은 음식을 올릴 수는 없습니다. 시식코너에서 처음 맛본 음식도 왠지 계속 좋아하게 될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선호가 한 번 맛봤다고 해서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이번 시간엔 한꺼번에 세운 계획이 위험한 이유와 어떻게 하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고 실행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관한 우리 마음의 작동법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 번에 하나씩 실천하는 계획이 좋은 계획이다



우리는 한꺼번에 계획할 때 가급적 다양한 것을 선택하려 합니다.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의 이타마르 시몬슨(Itamar Simonson) 교수는 이처럼 우리가 계획할 때 가급적 다양하게 선택하려는 심리적 압박을 다양화 편향(diversification bias)이라고 불렀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다양성이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나 선호와 관련 없는 다양성은 실패하기 딱 좋은 조건입니다. 


다양화 편향을 확인하기 위해 시몬슨 교수는 하나의 실험을 계획했습니다. 학생들에게 간식을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수업을 준비하면서 그 때 먹을 스낵을 선택하라고 말했습니다. 스낵의 종류는 총 6개, 그리고 수업은 4주에 걸쳐 매주 월요일 오후에 열린다고 공지했습니다.


이때, 한 그룹의 학생들에겐 매주 월요일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에 스낵을 고르도록 했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은 4주간 먹을 스낵을 한꺼번에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그때그때마다 스낵을 고른 학생들의 선택은 거의 매주 동일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원래 좋아했던 스낵을 수업이 시작될 때마다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4주 수업에서 먹을 스낵을 한꺼번에 결정해야 했던 학생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계획을 세우라고 하자 3,4가지 다른 종류의 스낵들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오늘 먹은 김치찌개를 다음에 또 먹게 된다면 물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와 다르지 않은 결정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이 학생들이 실제 수업에서는 자신들이 미리 선택한 스낵을 먹으며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연초가 되면, 1년의 계획을 한꺼번에 세웁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실천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계획이 아닌, 다양한 계획을 동시에 떠올립니다. 다양화 편향의 압박을 받으며 왠지 다양한 계획을 세워 두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공부도 해야 하지만, 운동도 해야 합니다. 직장 내 관계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야 하고... 이런 식으로 계획을 만들다 보면 뿌듯합니다. 모든 면을 놓치지 않은 매우 훌륭한 계획처럼 보이니까요. 문제는 그러한 계획들 중에 상당수는 소위 말하는 ‘구색 맞추기’에 가깝고 굳이 하거나 할 필요가 없는 계획도 많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우리가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인간이 여러 계획을 동시에 실행하는 장면에선 지극히 비효율적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림 1>


자, 그림 1의 왼쪽에서 빨간색 사각형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오른 편에서도 빨간색 사각형을 찾아보세요. 어떠세요? 사람들은 이 두 장면에서 빨간색 사각형을 찾는 시간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왼쪽 그림은 방해자가 셋이고, 오른 쪽은 방해자가 열 개나 되지만 똑 같은 속도로 빨간색 사각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림 2>


그림 2에서도 같은 실험을 해보겠습니다. 역시 빨간색 사각형을 왼쪽에서도 찾고, 다시 오른쪽에서도 찾으시면 됩니다. 이번엔 오른 편 그림이 약간 더 어렵습니다. 이번엔 방해자 수가 늘어나서 찾는 시간도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 그림 1에서 우리는 방해자 수가 늘어난 것에 방해받지 않았습니다. 유독 그림 2에서만 방해자 수가 힘들게 합니다. 


그림 2에서 시간이 늘어난 이유는 방해자 수 때문이 아니라, 방해자의 속성 때문입니다.

 그림 1에서 빨간색 사각형을 찾으라고 했지만 그저 빨간색만 찾으면 됩니다. 그런데, 그림 2에서 빨간색 사각형을 찾을 때는 빨간색이면서 사각형 모양까지도 찾아야 합니다. 이때는 다른 모양의 빨간색들이 빨간색 사각형을 찾는 것을 방해합니다. 


계획에 따라 효율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려면,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이때 우리는 목표 대상에 집중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방해자를 무시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심리학이 정의하는 집중력이란 좀 과장해서 표현하면, 과제 자체에 집중하는 능력이 아니라 과제와 관련 없는 것을 억제하거나 무시하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무시할 수 없는 과제들이 주변에 있다면, 진짜 해야 할 과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다른 주변 과제가 주는 영향력을 억제하거나 무시하는 데 이미 에너지를 다 쓰고 맙니다. 진짜 해야 할 일은 시도조차 못했는데, 이미 지쳐 있다는 말입니다.


계획은 한 번에 하나씩 실천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버킷리스트 같은 환상은 현실 세계에서 실천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버킷리스트를 50개씩 두고 인생을 산다면, 하나도 달성하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나에게 필요한 계획을 하나라도 실행하고 다음 계획을 생각해 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계획을 할 때는 장애물을 반드시 확인하라

 


스크랜튼 대학교 심리학과 존 노르크로스(John Norcross) 교수는 미국 성인 2명 중 1명은 새해를 맞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데, 변화를 계획한 사람들 중 절반은 6개월이 지나지 않아서 연초의 계획을 깨끗이 포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2년이 지나 조사했을 때, 포기하지 않았던 절반 중 단 20%만이 계획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노르크로스 교수는 지속한 사람들의 특성이 궁금했습니다. 그는 계획을 지속했던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을 발견하고 정리했습니다. 



노르크로스 교수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실행을 지속한 사람들은 바로 한꺼번에 여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하나씩 계획을 세운 사람들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공통점은 계획을 할 때 낙관적으로 목표가 완료된 모습만을 상상했던 것이 아니라, 목표 달성 과정에서 방해 요소들이 무엇인지 현실적으로 생각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막연히 달라지면 좋겠다는 동기나 기대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목표에 집중하고 실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때 ‘우리 마음이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구나’하고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목표 집중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집중력 부족이 아니라 여러 목표가 동시에 방해자로서 경쟁하기 때문입니다. 

실천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실천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실천 과정에서 장애물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집중력은 과제와 관련 없는 것을 억제하거나 무시하는 능력이 제대로 발현되거나 그러한 환경이 구축됐을 때, 비로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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