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분위기 파악을 못 해.”
나이 든 세대가 자주 하는 말이다. 반면 젊은 직원들은 말한다.
“우리 회사는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질 않아. 그냥 알아서 눈치껏 하래.”
말은 다르지만, 양쪽 모두 ‘암묵적인 규범’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금세 분위기를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조직에 스며드는데, 또 누군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어색함을 오래 끌기도 한다.
어떤 특성 때문일까?사람들은 흔히 스트레스를 덜 받아야 조직 적응이 빠르다고 생각한다. 긴장하지 않고, 여유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잘 적응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이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빠르게 조직의 암묵적 규범과 사회적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불확실한 상황에서 더 많은 긴장과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만큼 주변 신호에 더 집중하고, 피드백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실수를 학습의 재료로 삼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단지 성격 차이 이상의 메커니즘이다. 스트레스는 때로 위험에 대한 경보 시스템일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학습을 가속화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예민함은 조직 적응의 약점이 아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규범을 빨리 익히는 능력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
그런데, 스트레스에 더 민감한 사람이 더 빨리 배우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스트레스를 피해야 할 부정적인 감정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게재된 논문은 이 통념에 도전하며,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인일수록 경험적 피드백을 통해 사회문화적 규범을 더 빨리 학습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스트레스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우리가 복잡한 사회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도록 돕는 강력한 학습 메커니즘임을 시사한다.
연구의 핵심은 바로 개인의 스트레스 반응성 수준과 사회적 학습 속도 간의 연관성이다. 연구팀은 이를 밝히기 위해 독창적인 실험 설계를 활용했다. 참가자들은 가상의 '사회적 규범 학습 게임'에 참여한다. 참가자들은 암묵적 규범을 파악해야 하는 게임을 수행해야 했는데, 게임 도중 주어지는 피드백은 모호하고 간접적(예: 표정, 어조)이며, 정답은 명시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참가자가 특정 발언이나 행동을 할 때마다 시스템은 즉각적인 '사회적 피드백'을 제공했는데, 이 피드백은 점수일 수도 있었고, 아바타의 미간 찌푸림 같은 미묘한 비언어적 신호로 나타나기도 했다.
동시에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반응성을 측정했다. 놀라운 결과는 여기서 나왔다. 동일한 부정적 피드백(예: 아바타가 불편한 표정을 지음)을 받았을 때, 스트레스 반응성이 더 높은 참가자들이 그 피드백과 관련된 사회적 규범(예: 발언 길이 조절)을 다음 라운드에서 훨씬 더 정확하고 빠르게 학습했다. 스트레스 반응이 덜했던 참가자들은 같은 피드백을 받아도 학습 속도가 더뎠다.
구체적인 실험 절차는 아래와 같다.
출처: Madan, S., Savani, K., Mehta, P. H., Phua, D. Y., Hong, Y. Y., & Morris, M. W. (2025). Stress reactivity and sociocultural learning: More stress-reactive individuals are quicker at learning sociocultural norms from experiential feedback.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스트레스는 단순히 나쁜 감정이 아니다. 생존의 위협을 인식할 때, 뇌는 더 빠르게 정보에 민감해지고 환경 속 암시, 미묘한 단서, 표정 변화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즉,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은 "아, 나 지금 뭔가 잘못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더 빨리 들고, 이런 주의 집중 상태에서 피드백을 더 정교하게 처리한다.
이는 스트레스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사회적 신호에 대한 인지적 처리 능력을 높이고, 그 경험을 더 깊이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연구는 스트레스 반응성이 높은 개인이 사회문화적 규범 학습 과제 초기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이 초기 스트레스 경험이 전반적인 더 빠른 학습 속도를 예측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불편한 감정인 스트레스 자체가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강력한 학습 동기로 작용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심층적으로 재해석하게 만든다. 스트레스는 단순히 회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에 대한 우리의 민감도를 높여 그 결과 사회적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독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스트레스가 우리의 사회적 동물로서 복잡한 공동체 속에서 원활하게 기능하고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데 있어, 해로운 부산물이 아닌, 오히려 필수적인 학습 도구이자 사회적 감각을 예민하게 다듬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스트레스 민감성이 높은 사람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뒤집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불안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피드백을 잘 학습하는 감각이 탁월할 수 있다.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은 조직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 암묵지 학습 능력이 남다른 사람일 수 있다. 특히 한국 조직처럼, 공식 매뉴얼보다 눈치와 분위기가 더 중요한 조직 문화에서, 이러한 사람들은 사회문화적 민감성 덕분에 더욱 빠르게 맥을 짚고 적응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스트레스가 단지 심리적 고통의 원인이 아니라, 우리가 더 능숙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불편하지만 효과적인 스승'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명확히 일깨워준다. 당신이 사회적 상황에서 약간의 긴장감이나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것을 단순히 피하고 싶은 감정으로만 치부하지 말라. 우리의 스트레스 반응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 스트레스 반응성이 너무 높으면 회피 행동이 생기고, 지속적 스트레스 환경에서는 학습보다 번아웃이 앞선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피드백 환경, 즉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된 환경이다. 스트레스 반응이 학습의 적이 아님을 인정하자. "쟤는 예민해"가 아니라, "쟤는 신호에 민감한 사람"이라고 이해하자. 암묵지 중심 조직에서는 사회문화 학습이 중요한 성과지표 규범을 빨리 습득하는 사람이 결국 실수 없는 실행가가 된다.
이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후배를 보며 이렇게 말해보자.
“그 반응, 나쁘지 않아. 넌 빠르게 배우는 중이야.”
아래는 CARAT 학습자를 위한 글입니다.
신경증성(N)은 의외의 장점이 있다. 신경증성이 높은 사람은 정서적 반응성이 높고 불안, 긴장감에 민감하다. 그런데, 신경증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스트레스 유발 상황에서 더 강한 경계 반응을 보이며, 이에 따라 사회문화 피드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형평민감성(ES)도 같은 맥락에서 장점이 있을 수 있다. 형평민감성은 타인의 대우나 보상에 대한 민감성을 나타내는데, 높은 ES는 불공정함 또는 규범 위반에 대한 즉각적 감지력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집단 내 규범 위반 가능성에 더 빠르게 반응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위험 회피 기반 학습이 촉진될 수 있다.
여기에 자기 효능감(E)이 높다면, 긍정적 효과를 가속화시킬 수 있지만, E가 낮다면 신경증성과 형평민감성의 장점을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자기 효능감은 자신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높은 E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효율적 대처 전략을 구사하게 하고, 피드백을 단지 위협이 아니라 학습의 단서로 인식하게 만들 것이다. 반면에 E가 낮다면 피드백을 위협으로 간주해 위협으로 간주해 스트레스로만 반응하고, 회피 행동이나 자기방어적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민감한 학습 수용성(N)은 오히려 불안정한 정서 반응만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요컨대, N이 외부 환경의 신호를 빠르게 감지하고 받아들이는 수용성의 조건이라면, E는 그 신호를 학습으로 전환하는 내적 조절의 역량이다.
N이 낮고 E가 낮은 것이 조직 적응에 최악일 수 있다. N이 낮으면 변화 감지력도 낮고 E가 낮다면, 대처 역량도 부족해 느린 적응 및 오류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는 종종 자신감 있고 여유로운 사람을 빠르게 적응할 인재로 간주하지만, 실제로는 ‘감지 능력(N)’과 ‘대응 능력(E)’의 상호작용이 적응력의 진짜 결정 요인이 될 수 있다. 신경증성이 높은 직원은 피드백에 예민하고, 미묘한 규범 변화를 잘 감지한다. 이들이 자기효능감이 높다면 조직 적응, 암묵지 학습, 비언어적 신호 이해에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반면, 자기효능감이 낮은 상태에서의 민감성은 지속적 긴장과 위축 또는 방어적 학습 태도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들의 적응력 향상을 위해서는 명확한 기대치 전달, 심리적 안전감 조성, 작은 성공 경험 제공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한 가지 요소가 더 고려되어야 한다. 바로 조직신뢰(T)다. 조직신뢰는 구성원이 리더나 동료, 조직 시스템 전반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의미한다. T는 스트레스 환경에서 심리적 안전감이 유지되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T가 낮다면, 스트레스를 느낀 구성원은 자신을 방어하려는 경계심이 과도해지고, 피드백을 위협으로 해석하여 회피, 침묵, 고립 행동으로 반응할 수 있다. 반면 T가 높으면,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실패해도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신뢰 기반이 형성되어 피드백 수용성과 학습 반응이 유지된다.
이러한 CARAT의 메커니즘은 단지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CARAT은 조직 내 신입사원 온보딩, 팀 단위 적응 훈련, 리더-팔로워 간 피드백 시스템 설계 등 실제 운영 현장에서 정서적 민감성, 자기조절 역량, 심리적 안전감을 유기적으로 고려한 정밀한 적응 전략을 설계하는 데 핵심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단순한 역량 중심의 접근으로는 놓치기 쉬운 개인의 스트레스 감수성(N), 그에 대한 대처 능력(E), 그리고 그것이 발현되는 환경적 맥락(T)까지 통합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학습 속도, 피드백 수용성, 조직 문화 내재화 수준에서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CARAT은 누가 더 똑똑한가가 아니라 누가 환경을 더 민감하게 감지하고, 그것을 학습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를 읽어내는 도구다. 그리고 그 학습이 신뢰의 틀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가를 함께 평가해야 조직은 진짜로 적응하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