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검사에서 너무 이상적인 답만 고르면 거짓말 아닐까요?”
“면접에서 잘 보이려고 일부러 착한 척하는 지원자, 믿어도 되는 걸까요?”
많은 채용 담당자들은 속임수를 쓰는 사람은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입사 전 검사에서 의도적으로 더 좋아 보이려는 시도, 그 자체를 ‘정직하지 않다’, ‘진짜가 아니다’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그런데, 속임수는 무조건 부정적인가?
아니면, 사회적 상황에 맞춰 자신을 조절하는 능력, 즉 전략적 자기표현의 일종일 수 있는가?
고객을 상대하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솔직함보다, 상대방의 기대를 읽고 적절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매장에 들어온 순간, 직원이 아무 감정 없이 평소 성격대로만 응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신의 평소 성격이나 현재의 감정보다는, 고객의 말투와 표정에서 기분을 파악하고 자신의 말투와 태도를 바꿔가며 자신을 포장할 줄 아는 사람이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입사 전 검사나 면접에서의 ‘착한 척’은 정말로 속임수일까? 아니면, 그 사람의 사회적 민감성과 직무 적합성을 보여주는 증거일까?
최근 심리학자들은 지금 이 질문에 대해, 어쩌면 속임수 능력이야말로 실전에서 통하는 핵심 역량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캐나다 세인트메리스대학교 심리학과의 사라 카버(Sarah Carver) 교수는 소매 판매 직무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설계했다(Carver, S. J., McCurrach, C. W., & Goffin, R. D. (2024). Should faking ability on pre-employment tests be reviled or revered in retail sales?. Journal of Personnel Psychology.).
참가자들에게 성격 검사를 실시하되, 두 집단으로 나누어 조건을 달리했다. 한 집단에게는 '자신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응답하라'고 요청했고, 다른 집단에게는 '이 회사에서 선호할 만한 이상적인 인재라면 어떻게 응답할까?'를 생각하며 답하도록 했다. 그 뒤, 참가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정교하게 조직이 원하는 모습에 맞춰 응답했는지, 즉 그들의 속임수 능력(faking ability)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 속임수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실제 소매 매장에서의 판매 실적과 고객 응대 성과가 더 우수했다.
-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 속였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속였는가’였다.
- 이들은 조직의 기대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자기 표현을 전략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이 연구는 하나의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속임수는 반드시 부정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 그것은 때로 사회적 감각, 판단력, 자기조절 능력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배워왔다. “거짓말은 나쁘다. 정직해야 한다.” 물론 그 말은 여전히 옳다. 정직은 분명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현실의 조직은 무조건 정직한 사람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고객 불만이 폭주하고, 예상치 못한 요구가 쏟아지는 사회적 긴장 상황에서, 무조건 솔직한 반응만을 내놓는 사람이 과연 효과적일까?오히려 그 순간에는 자신의 감정과 표현을 조절하고, 상대의 기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연출할 줄 아는 능력, 즉 전략적 속임수의 기술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이 사람은 속임수를 썼는가?'에서 '이 사람은 어떤 목적을 위해 어떻게 자신을 표현했는가?'로,
'속이는 사람은 어떤 위험이 있는가?'에서 '속임수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고객 대응에선 강점이 될 수 있지 않은가?'로,
'이 사람의 진짜 성격이 무엇인가?'에서 '실제 상황에서 어떤 행동 전략을 쓸 사람인가?'로.
특정 직무에서 속임수는 전략이다.
모든 속임수가 나쁜 건 아니다. 조직의 기대를 읽고, 상황에 맞는 인상을 설계하고, 자기 이미지를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은 단지 속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실행력이다. 속임수는 가끔 적응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다. 그리고 그 능력은, 지금 당신이 찾고 있는 고성과 인재의 핵심 역량일 수 있다.
소매 영업 직군에서의 faking 능력은 감춰야 할 결함이 아니라, 발휘되어야 할 자산일 수 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4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1. “솔직한 사람”만 찾는 채용에서 벗어나기
- 단순한 진실성(faithfulness)보다는 상황 적응력과 표현 유연성을 함께 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 특히 고객 응대, 영업, 대인 서비스와 같이 사회적 인터페이스가 중요한 직무에서는 이 전환이 필수다.
2. 성격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 전략의 정교함도 고려하기
- 프로파일 일치도(PSI)를 활용해 조직이 원하는 방향에 얼마나 정교하게 반응했는가를 진단의 지표로 삼을 수 있다.
- 단순한 ‘좋은 점수’가 아니라, 맥락 반응성의 역량 지표로 재해석해야 한다.
3. 행동 기반 인터뷰(BEI)나 상황 판단 과제(SJT)를 병행하기
-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습니까?”가 전략적 실행력을 더 잘 드러낸다.
- 실전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 ‘착한 척’과 ‘전략적 조절’의 차이를 더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4. 면접관 교육에서 ‘표현의 유연성’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는 기준 도입
- 과장된 표현만으로 평가 절하하지 않도록, 자기 조절력, 사회적 상황 판단력이라는 해석 프레임을 함께 교육해야 한다.
- 특히 ‘꾸밈’을 무조건 감점 요인으로 해석하는 기존 평가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
평가란 결국 ‘누가 진짜인가’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누가 실제 상황에서 유능하게 작동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일이다. 속임수처럼 보이는 행동 이면에는, 조직이 필요로 하는 현실적 역량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이제는 그걸 눈속임으로 지워버릴 게 아니라, 제대로 읽어내고, 전략적으로 환영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꾸민다', '속인다'는 단어에 자동으로 부정적인 판단을 덧붙인다. 그러나 오늘날의 조직은 단순한 정직함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맥락을 읽고, 기대를 파악하며, 자신을 전략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실제 현장에서 더 유능하게 움직일 수 있다.
‘속임수’라는 단어가 아직 낯설고 거슬릴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이면에 숨은 능력이다. 그것은 단순한 가식이 아니라, 사회적 감각, 정서적 민첩성, 자기조절 능력의 정제된 결과물일 수 있다.
그러니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이 사람은 꾸몄는가?”가 아니라, “이 사람은 어떻게 조절하고, 왜 그렇게 표현했는가?”로.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사람의 진짜 잠재력을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래 글은 CARAT 학습자를 위한 글입니다.
CARAT은 단순한 성격이나 태도의 측정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심리적 준비성과 태도의 구조다. ‘속임수 능력(faking ability)’이라는 논쟁적 개념도, CARAT의 관점에서 보면 보다 정교하게 해석될 수 있다.
먼저, 속임수 능력은 어떤 CARAT 요인과 연결될 수 있을까?
- 마키아벨리즘(M): 전략적 사고와 맥락 민감성, 때로는 조직적 목적에 부합하는 자기조절로 기능할 수 있다.
- 나르시시즘(Na): 주목받고자 하는 성향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보여야 할까’라는 자기 이미지 조정으로 나타난다.
- 원만성(A): ‘착한 척’의 이면에는, 사실 대인관계 조화와 긍정적 관계 유지를 중시하는 태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
- 자기효능감(E): ‘내가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기 신념이 있을 때, 역할에 맞게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이 더 잘 발휘된다.
- 회복탄력성(R): 낯선 채용 상황이나 모호한 기대 속에서도, 정서적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힘이 된다.
CARAT의 시선은 단순히 “이 사람은 꾸몄는가?” 에서 멈추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이 사람이 왜 그렇게 표현했는가?”, “그 표현은 어떤 심리 요인의 작동 결과인가?”, “그 행동은 실제 업무 맥락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가?”
CARAT은 12가지 요인의 입체적 조합을 기반으로, 속임수처럼 보이는 표현이 실제로는 심리적 방어, 전략적 판단, 대인관계 조절 등 다양한 기제의 결과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Na와 M이 높고 ES(형평민감성)가 낮은 경우엔 자신의 유리함을 추구하더라도, 실제 조직 내에서 갈등이나 저항보다는 전략적 자율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반면, M이나 ES가 높고 OB(조직 기반 자긍심)가 낮은 경우에 그 꾸밈은 책임 회피, 조직 불신, 대인적 긴장 회피의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왜 꾸몄는가?”다. 단순히 꾸몄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 즉 표현의 동기를 읽어내는 것이다.
- 불안을 피하려는 방어적 반응일 수 있다
- 혹은 갈등을 줄이기 위한 관계 조율 전략일 수도 있다.
- 혹은 더 나아가, 조직이 원하는 모습에 맞추려는 목적 중심적 자기조절일 수도 있다.
이러한 해석은 단일 요인으로 불가능하다. Na, M 같은 전략적 성향 요인에 더해, ES(형평 민감성), OBSE(조직 기반 자긍심), T(조직 신뢰) 같은 관계적·정서적 요인들을 함께 고려할 때 비로소 그 표현의 진짜 의미가 드러난다.
이처럼, CARAT은 속임수를 평가하는 잣대가 아니라, 속임수로 보이는 행동의 심리적 구조를 이해하는 렌즈다. 그리고 이 렌즈를 통해 우리는 “어떤 사람이 실제 상황에서 유능하게 작동할 수 있는가?”를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더 이상 구성의 응답 진실성만을 놓고 고민해서는 안된다. CARAT은 각 개인의 전략적 자기표현이 어떤 성향과 준비성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해석할 수 있는 정교한 프레임이다. ‘속임수’라는 표현에 가려져 있던 잠재력과 정서적 역량, 전략적 감각을 읽어내려면,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서는 CARAT과 같은 통합적 진단 도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