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 가지 팀 이야기
A팀: 다같이 당하는 팀
제조업 A사의 생산팀은 폭군 같은 상사 밑에서 일했다. 사소한 불량에도 공개적인 호통이 이어졌다. 하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불만을 꺼내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팀원들은 서로를 경계했고, 공격적 언행이 늘었으며, 결국 몇몇은 회사를 떠났다.
B팀: 험담을 공유하는 팀
IT 스타트업 B사의 개발팀도 비슷했다. 상사는 코드 리뷰 때마다 “이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야근 후 모인 자리에서 팀원들은 상사에 대한 불만을 자연스레 공유했다. “또 시작이더라”, “진짜 너무하다.” 그 순간 팀원들은 “나만 겪는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끼며 서로를 지지했다. 다음날도 상사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지만, 팀원들 사이에는 묘한 결속감이 생겼다.
C팀: 건강한 팀
서비스 기업 C사의 팀장은 실수를 지적할 때도 “이 부분은 개선해보자”라고 말했다. 팀원들은 두려움 없이 의견을 내고, 성과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 팀에는 불만을 공유할 이유조차 없었다.
2. 실제 현장 연구
실제 연구진은 두 개의 현장 연구(111개 팀, 237개 팀)를 통해 리더를 향한 부정적 대화가 어떤 조건에서 독을 해독으로 바꾸는지 살폈다(Zhong, R., Yu, L., Zhu, J., & Zhu, L. (2025). Combat poison with “poison”: Leader-targeted negative team gossip mitigates the detrimental team consequences of abusive supervision climat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10(9), 1174–1197.).
- 조건 A에서는 학대적 문화가 그대로 팀의 공격성, 신뢰 저하, 성과 악화로 이어졌다.
- 조건 B에서는 같은 학대적 분위기라도, 리더에 대한 부정적 대화가 완충 장치로 작동해 팀의 성과와 신뢰를 지켜냈다.
- 조건 C처럼 건강한 리더십 환경에서는 불필요한 부정적 대화가 나타날 이유가 없었다.
즉, 부정적 뒷말이 항상 독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독(학대적 리더십)을 무력화하는 면역 반응일 수 있다.
1. 정서적 공유(Emotional Sharing)와 심리적 정화(Catharsis)
- 부정적 감정은 억압될수록 개인 내에서 강화되고, 팀 전체에 은밀한 긴장을 퍼뜨린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리더에 대한 불만을 공유하는 순간, 그 감정은 사회적으로 배출된다. 이는 카타르시스(catharsis) 개념과 연결되며, 팀 차원에서는 정서적 공유(Emotional Sharing)를 통해 긴장이 완화되는 심리적 정화 효과가 나타난다.
2. 사회적 동일시(Social Identification)와 유사성 인식(Perceived Similarity)
- 학대적 리더십(abusive leadership)은 팀을 분열시키고 개인화된 고립감을 강화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같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유사성 인식은 팀원 간 집단 정체성(social identity)을 강화한다. Tajfel의 사회적 동일시 이론에 따르면, “나도 피해자다”라는 공통 경험은 집단 응집력을 강화하는 강력한 심리적 접착제가 된다. 즉, 독(리더의 학대)이 개인을 약화시키지만, 또 다른 독(리더에 대한 부정적 대화)이 그것을 팀 차원의 연대로 바꿀 수 있다.
3. 역할 모델링(Role Modeling) 차단 효과
- Bandura의 사회학습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권력자를 행동 기준으로 삼기 쉽다. 학대적 리더 밑에서는 구성원들도 공격적 행동을 내면화할 위험이 크다. 그러나 리더에 대한 부정적 대화는 상사의 행위를 따라할 만한 가치가 없는 행동으로 낙인찍는다. 이로써 role modeling 효과가 차단되고, 공격성이 팀 내에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4. 심리적 면역체계(Psychological Immune System)
-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Dan Gilbert 교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심리적 면역체계를 작동시킨다고 설명한다. 학대적 리더십이라는 강력한 독성 자극이 주어질 때, 팀은 생존을 위해 집단적 심리 방어 전략을 발동한다. 이때 리더를 향한 부정적 대화는 개인의 자존감을 보호하고, 팀 차원에서는 심리적 면역 반응으로 작동한다.
5. 스트레스 완충(Buffering) 모형
- 조직심리학에서 오래된 개념 중 하나가 스트레스-자원 상호작용 모형(buffering model)이다. 부정적 대화는 전통적 의미의 자원은 아니지만,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처럼 기능하여 학대적 리더십의 스트레스 효과를 완충한다. 즉, 더 큰 독(학대)을 직접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그 독이 팀원들에게 가하는 심리적 타격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가 된다.
1. 정서적 배출구의 필요성
- 팀원들이 안전하게 불만을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면, 공격성은 내면화되거나 왜곡된 방식으로 터져 나온다.
2. 비공식적 대화의 사회적 기능
- 부정적 대화는 단순 잡담이 아니라, role modeling 차단과 유사성 인식 강화라는 심리적 기능을 한다.
3. 리더십 피드백의 재구성
- 리더를 향한 소문을 ‘배신’으로만 보기보다, 팀의 심리적 건강을 지키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