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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과 굿, 우리가 헷갈려온 두 가지 평판

by 박진우

쿨(Cool)과 굿(Good), 조직에서 필요한 두 얼굴


1. 왜 쿨과 굿을 구분해야 할까?


우리는 일터에서 종종 '저 사람 참 쿨하다'라는 말을 쓴다. 그런데 이 표현은 '좋은 사람이다'라는 평가와는 미묘하게 다르다. 누군가는 규칙을 살짝 어겨도 멋있게 보이고, 권력이나 즐거움을 추구하면서도 주변에서 매력적이라고 인정받는다. 반대로, 너무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은 "좋긴 한데 쿨하진 않아"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즉, 쿨과 굿은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분명히 다른 사회적 표식이다. 바로 이 질문에서 칠레 아돌포 이바녜스대학교 (Universidad Adolfo Ibañez) 경영학과 토드 페추티(Todd Pezzuti) 교수 등의 연구가 출발했다. “쿨한 사람은 누구인가?”, “좋은 사람과는 무엇이 다른가?”, “문화마다 그 기준이 다를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연구자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12개국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쿨과 굿의 속성을 비교했다. 논문의 제목도 명료하다. Cool People~


2. 쿨과 굿, 다른 얼굴


연구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일관됐다.


- 쿨한 사람: 외향적이고, 모험적이며, 자율적이고, 권력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특성.

- 좋은 사람: 따뜻하고, 성실하며, 협력적이고, 안정과 전통을 중시하는 특성.

- 공통점: 두 집단 모두에서 “유능함(Capable)”은 핵심 속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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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ezzuti, T., Warren, C., & Chen, J. (2025). Cool people.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54(9), 2410–2431.


더 중요한 발견은 이 패턴이 문화권에 따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독일 같은 서구권과 한국, 인도, 나이지리아 같은 비서구권 모두에서 사람들이 비슷한 기준으로 쿨과 굿을 구분했다. “쿨하다”는 개념은 이미 글로벌하게 공유된 사회적 코드인 셈이다.


3. 쿨 리더 vs 굿 리더


이 차이는 리더십을 이해하는 데 강력한 시사점을 던진다.

- 쿨 리더: 카리스마와 에너지로 팀을 이끈다. 외향성, 모험심, 자기 주도성은 변화를 촉진하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따뜻함과 성실이 부족하다면 신뢰와 장기적 협력은 약해진다.


- 굿 리더: 안정과 신뢰를 제공한다. 성실함과 따뜻함은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전을 주고 협력을 강화한다. 그러나 지나친 안정 지향은 혁신을 가로막고, 믿을 수 있지만 매력 없는 리더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조직이 원하는 리더는 어느 한쪽에 치우친 사람이 아니라 쿨함과 굿함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발휘할 줄 아는 사람이다.


4. 평판의 두 자원: 매력 vs 신뢰


조직에서 평판은 두 가지 차원으로 형성된다.


- 쿨(Cool): “멋있다, 매력적이다”라는 평가. 비공식적 영향력과 혁신 추진력의 원천이 된다.

- 굿(Good): “믿을 만하다, 안전하다”라는 평가. 신뢰와 협력의 기반이 된다.


둘 중 하나만 있어서는 위험하다. 쿨하지만 굿하지 않으면 카리스마 있지만 믿기 어려운 리더가 되고, 굿하지만 쿨하지 않으면 믿음직하지만 매력이 없는 리더가 된다. 따라서 쿨과 굿의 균형이 조직 내 영향력의 핵심 자원이다.


5. 쿨과 굿은 동시에 가능할까?


연구를 보면 쿨과 굿은 완전히 배타적이지 않다. 둘 다 공유하는 핵심은 유능함(Capable)이다. 하지만 가치 체계가 일부 상충하기 때문에, 타고난 성격으로만으로는 동시에 얻기는 어렵다.


쿨과 굿이 동시에 가능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 맥락적 발현: 혁신이 필요한 순간에는 쿨함을, 신뢰가 중요한 순간에는 굿함을 드러내는 리더십 유연성이 필요하다.

- 시간적 분할: 평상시에는 따뜻하고 성실하게 관계를 쌓고, 위기나 변화의 순간에는 대담함과 자율성을 보여주는 방식.

- 정체성 복합성: 한 사람이 다층적 자아를 가지고 상황에 따라 다른 면을 발휘할 때, 동료들은 그를 동시에 쿨하고 굿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스티브 잡스는 쿨함은 넘쳤지만 굿함이 부족해 신뢰 문제가 컸다. 반면 사티아 나델라는 혁신(쿨)과 공감·성실(굿)을 동시에 발휘해 두 평판을 모두 얻었다.


6. HR과 조직문화 설계의 시사점


조직은 쿨과 굿을 모두 갖춘 리더와 문화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 혁신 중심 조직: 쿨함을 장려하되, 제도와 제약을 통해 신뢰와 성실성을 보완해야 한다.

- 안정 중심 조직: 굿함이 강점이지만, 변화와 도전을 위해 쿨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 리더십 피드백 도구: 쿨-굿 균형을 측정하는 항목을 추가해, 리더가 자신의 평판 균형을 점검할 수 있게 한다.


7. 조직의 방향: 쿨+굿의 균형


결국 조직이 원하는 리더는 쿨하거나 굿한 사람이 아니라, 쿨하면서 동시에 굿한 사람이다.

함은 조직을 앞으로 끌어가는 추진력, 굿함은 사람들을 묶어주는 신뢰의 접착제다. 쿨과 굿의 교차점에서만 조직은 신뢰와 혁신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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