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웃을 때마다, 내 마음은 불편했다.
동료의 성취가 곧 나의 손실로 느껴질 때, 조직은 천천히 얼어붙는다. 성과를 낸 사람이 많을수록 경쟁이 심해지고, 축하보다 냉소가 먼저 나온다.
제로섬 리더십은 누군가의 이익은 곧 다른 누군가의 손실이라는 믿음 위에서 작동한다. 겉보기에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조직에선 윈-윈할 수 없다는 암묵적 가정이 깔려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사람들의 심리적 계산법이 달라진다. 타인의 성공은 더 이상 기쁨의 이유가 아니라 경계의 이유가 된다.
상대가 잘되면 나는 불리해진다는 인식이 반복적으로 학습되면, 결국 공감은 기능적으로 불필요한 감정이 된다.
최근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된 연구는 이 메커니즘을 실험적으로 보여줬다. 참가자들이 타인의 행복을 ‘자신의 손실’과 함께 경험했을 때, 이후 그 사람의 슬픔에도 공감하지 않았다(Zhang, Y., & Hackel, L. (2025). Reward association with mental states shapes empathy and prosocial behavior. Psychological Science, 09567976251351304.).
연구자들은 타인의 감정이 나의 보상과 어떻게 연결될 때 공감이 형성되는지를 검증했다. 참가자들은 낯선 인물이 일상에서 겪는 장면들을 관찰했다. 이미지에는 긍정적 사건과 부정적 사건이 교차로 등장했다.
- 부정적 사건: 복통을 호소하거나, 발가락을 부딪히는 장면, 자전거에서 넘어지는 장면, 낙제 점수를 받고 좌절하는 장면.
- 긍정적 사건: 음악을 들으며 휴식하거나,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 그네를 타거나 반려견과 교감하는 장면.
출처: Zhang, Y., & Hackel, L. (2025). Reward association with mental states shapes empathy and prosocial behavior. Psychological Science, 09567976251351304.
각 장면이 제시될 때 화면 하단에는 참가자의 금전적 결과(예: +10달러 또는 -10달러)가 표시되었다. 한 그룹에서는 인물이 행복할 때 참가자가 돈을 얻는 조건(합치 조건), 다른 그룹에서는 인물이 행복할 때 돈을 잃는 조건(불일치 조건)이 주어졌다. 모든 그림은 얼굴 표정이 비워진 채로 제시되었다. 참가자들이 단순히 미소를 단서로 학습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참가자들은 그림 상의 감정을 맥락을 통해서만 의미를 파악해야 했다.
조건화가 끝난 뒤, 연구진은 새로운 상황에서 같은 인물을 다시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금전 보상이 없었고, 참가자들은 단지 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얼마나 공감이 되는지를 평가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가진 돈의 일부를 그 사람에게 기부할지 여부를 물었다.
결과는 놀라울 만큼 일관됐다. 타인의 행복이 나의 보상과 함께 학습된 사람들은 그 인물이 슬플 때 더 큰 공감을 느꼈고, 실제로 자신의 돈을 나누려 했다. 반면 타인의 행복이 나의 손실로 학습된 사람들은 그 사람의 고통에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공감은 단순한 마음의 온도가 아니라, 감정과 보상의 연합 학습이었다. 조직에서 공감은 성격이 아니라 학습의 결과고, 그 학습을 이끄는 건 바로 보상 구조일 수 있다.
제로섬 리더십 아래에서는 보상 체계가 사람들의 감정 회로를 왜곡한다. 리더가 누가 1등인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면,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성취를 위협 신호로 인식한다. 성과를 올린 동료를 축하하기보다, 그로 인해 자신이 밀려날 가능성을 계산한다. 그 순간 공감은 차단되고, 협력은 방어로 바뀐다.
또한 성과는 오직 개인의 몫이라는 문화에서는, 공동의 결과조차 개인의 위협으로 느껴진다. 팀이 잘되는 것보다 자신의 몫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타인의 감정은 나의 일과 무관한 정보로 취급되고, 정서적 연결은 빠르게 약화된다. 리더가 실패를 용납 불가능한 결과로 정의할 때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실패는 함께 배우는 기회가 아니라, 경쟁자가 약해진 신호로 해석된다. 그 결과, 조직 내의 감정 교환은 ‘안도감’과 ‘위기감’만 남고, 공감은 사라진다.
반대로, 공감이 살아나는 조직에는 전혀 다른 학습이 일어난다. 리더가 성과의 초점을 누가 잘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달라졌는가에 두면, 구성원들은 타인의 성장을 자신의 성장과 연결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동료의 성공은 위협이 아니라 기대의 신호가 된다.
성과를 연결된 결과로 정의하는 리더는 자연스럽게 <타인의 성공 = 나의 보상>이라는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동료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누군가의 웃음이나 동기부여가 팀의 성과로 이어진다는 경험이 반복되면, 그 감정은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는 신호로 조건화된다. 또한 실패를 학습의 재료로 다루는 리더는 공감의 토양을 넓힌다.
누군가의 실패는 조직의 데이터라고 규정되는 순간, 타인의 실수는 나의 손실이 아니라 공동의 자산으로 재정의된다. 이런 조직에서는 감정이 부정적인 사건으로 억압되지 않고, 서로의 경험 속에서 의미로 재구성된다.
결국 공감은 보상의 구조로부터 학습된다. 공감은 타고나는 덕목이 아니라, 리더가 만들어내는 보상의 경험 구조 속에서 자라나는 정서적 학습이다. 타인의 행복이 나의 불행으로 느껴지는 제로섬 조직에서는 공감이 기능을 잃고, 타인의 행복이 나의 보상으로 연결되는 조직에서는 공감이 본능이 된다.
결국, 보상의 방향이 공감의 방향이다. 리더십이란 누가 이겼는지를 가리는 게임이 아니라, 감정의 회로를 설계하는 심리적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