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우 Oct 30. 2021

통찰력을 기르려면

리더십의 심리학



리더의 통찰력 기르기

 

그 어느때보다도 통찰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공을 이룬 거의 모든 사례에서 통찰은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수많은 비즈니스 사례에서 통찰의 결과물은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통찰이 어떻게 발현되고 작동되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모든 리더들은 통찰력을 원하지만 어떻게 학습하고 개발해야 할지는 막막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통찰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통찰 이해하기


먼저, 통찰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고 다음 질문에 가급적 빠르게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질문 1에서는 평균을, 질문 2에서는 합산을 물었습니다. 둘 중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 더 빨랐나요? 아마 질문 1에 대한 답이 더 빨랐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평균은 더하기보다 어려운 개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려운 문제를 풀 때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선 어려운 문제를 훨씬 쉽게, 그리고 빨리 해결했습니다. 평균을 구할 때, 맨 왼쪽 선을 기준으로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으니 대략 5cm안팎으로 쉽게 답을 하지만 전체 길이의 합을 구하려면 하나씩 일일이 세어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만일 그림 속의 수직선이 10개 정도로 늘어난다고 해도 평균을 구하는 속도는 거의 변화가 없지만 더하는 속도는 현저히 느려집니다.


우리가 이처럼 어려운 문제를 쉬운 문제보다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위의 사례에서 평균을 구할 때 우리는 우리의 직관 체계를 활용하지만 더하는 문제는 분석 체계로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직관은 빠릅니다. 하지만 빠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오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이번엔 다음 문제에 관한 답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직관적으로 떠오른 답은 1,000원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답은 500원입니다. 직관이 유도한대로 야구공이 1,000원이고 야구 방망이가 10,000원이 더 비싸면 방망이 가격은 11,000원이어야 하므로 둘을 합치면 12,000원입니다. 이처럼 직관은 오류를 일으킵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직관체계를 쓰지 않고 분석 체계를 쓰게 하면 정답률은 크게 높아집니다. 프린스턴 대학교 심리학자 아담 알터(Adam Alter)와 다니엘 오펜하이머(Daniel Oppenheimer)는 문제를 푸는 사람들이 쉽게 직관 체계를 쓰지 못하도록 문제를 일부러 흐리게 인쇄하고 글꼴도 이탤릭체로 바꿨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문제 전체를 한 번에 빠보지 못하고 천천히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수직선 문제로 설명하면, 한 번에 수직선 전체를 보지 못하고 하나씩 수직선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으로 만든 것입니다.


통찰은 우리 사고 체계 중 직관의 프로세스를 따릅니다. 그래서 빠르게 대안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대안의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통찰력이 탁월한 리더라도 한 번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조직을 위기로 내몰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올바른 통찰을 기르고 훈련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통찰은 좋은 정서에서 발현된다



좋은 통찰력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의사결정할 때 정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뇌신경과학자들은 우리 몸과 뇌가 좋은 상태일 때 좋은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의사결정은 본질적으로 정서예측(affective forecasting)입니다.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결정하는 것은 짜장면을 먹고 나서의 정서와 짬뽕을 먹고 나서의 정서를 예측하고 상호비교해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의사결정은 우리의 정서적 기억(과거 짜장과 짬뽕을 먹었을 때의 기억)과 현재 정서 상태(지금 뭐가 끌리는지)에 아주 큰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현재 신체나 정서 상태에 관한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상태를 10점 만점에 몇 점인지를 평가하는 것만으로도 나쁜 의사결정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정서상태를 객관화하는 시도로 나쁜 정서에 매몰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사결정을 위한 자기 점검 도구로 HALT도 유용합니다. 배고프거나(Hungry), 화나거나(Angry), 우울하거나(Lonely), 심신이 지쳤을 때(Tired)는 결정을 잠시 미루는 것입니다. 


한편, 베일러 의대 신경과학자인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은 분석 시스템은 외부 세상을 분석하는데 쓰이지만 정서 시스템은 내부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외부 상황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내면 상태와 관계없이 수학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우선 순위를 결정하거나,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는 상황에서는 내면 상태의 개입 없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내면 정서상태에 관한 점검과 조절은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통찰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직관과 통찰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응용심리학자 게리 클라인(Gary Klein)은 힘든 의사결정 상황에서 효과적 판단을 내리는 여러 전문 집단을 수십년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은 문제 상황에서 문서화된 절차나 매뉴얼을 떠올리며 분석하고 적용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정 문제를 순식간에 판단하고 대처하는 과정에서 해당 문제 뿐 아니라 상황 전체를 구조화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좋은 판단을 위해서는 문제에서 발생된 변수 만이 아니라, 전체 상황에서 어떤 변수를 무시해야 하고 어떤 변수가 중요한 신호인지 알아차리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가 발견한 전문가들이 통찰을 기르는 과정은 크게 3가지 절차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문제 상황에 대한 경험과 관찰입니다.


통찰력 있는 전문가들은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경험과 관찰을 통해 어떤 요인들이 유효한 영향을 미쳤는지, 또 유효하다고 생각했으나 의미 없는 요인은 무엇이었는지 정리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둘째, 모형화(modeling)입니다.


모형화란 복잡한 현실 세계를 핵심 변수만 추출하여 변수들 간의 관계를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찰력 있는 사람들의 모형화는 단순히 문제 상황의 변수만이 아니라 주변 상황 변수를 민감하게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에 관한 모형화를 시도한다면, 비전문가들은 집값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수요, 공급, 금리, 정부 정책 등을 변수로 활용하지만 전문가들은 매수자-매도자 심리, 세계 경제 상황, 미래 수요, 인구 예측 등 상황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여 모형을 구성할 것입니다. 체스 초보자들은 주로 각각의 말에 집중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속에서 말들의 통합적 관계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즉, 전체 속에서 의미 있는 변수와 변수들의 관계를 발견하는 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셋째, 멘탈 시뮬레이션(mental simulation)입니다.


멘탈 시뮬레이션은 경험과 관찰을 통해 확보된 변수들, 그리고 변수들의 관계를 모형화한 결과를 머릿속에서 적용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통찰력 있는 전문가들은 자신의 직접 경험 뿐 아니라 타인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예측합니다. 예측은 맞을 때도 있고 빗나갈 때도 있습니다. 맞을 때는 모형을 유지하고 빗나가면 모형을 수정하면 됩니다. 예측이 크게 틀렸을 때 오히려 학습효과는 큽니다. 망신감을 느낄 정도로 크게 틀린 답은 나중에 다시 문제를 접했을 때 수정된 정답으로 기억하지만, 아슬아슬하게 틀린 답은 처음에 틀린 답을 또다시 정답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모형으로 여러 예측을 할 때, 그때마다 정답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많이 빗나간 모형을 수정하는 것이 훨씬 쉽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멘탈 시뮬레이션을 습관화하는 방안으로 10-10-10 기법이 있습니다. 모든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10분 후, 10개월 후, 10년 후의 세 가지 시간대로 예측해보는 것입니다. 꼭 10이라는 숫자에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10분은 지금 당장, 10개월은 예측가능한 가까운 미래, 10년은 예측 불가능한 먼 미래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통찰은 직관을 기반으로 하나, 좋은 통찰력을 개발하려면 체계적인 과정이 필요합니다. 즉, 직관과 분석 체계는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닌 상호 보완하며 발전시켜야 할 우리의 사고 기제인 것입니다. 통찰력을 기르기 위한 도구는 메모로도 충분합니다. 메모장에 매일 자신의 정서 상태를 점검하고 문제 상황에서 어떤 변수들이 있을지 생각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