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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달라", 과연 과학적 진실일까?

by 박진우

성격은 세대마다 다를까?


조직에서 우리가 듣는 가장 흔한 말이 있다.

“요즘 애들은 다르다.”
“예전 세대는 이 정도 스트레스는 버텼다.”

이 말에는 암묵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
사람의 성격 자체가 세대 별로 달라졌다는 믿음이다.


과연 그럴까?


성격은 정말 세대마다 달라졌을까?

최근 독일의 Kura & Rentzsch(2025) 연구진은 이 오래된 믿음을 매우 정교한 방식으로 검증했다.


이들의 접근은 단순한 세대 비교가 아니라,
독일 통일이라는 역사적 단절을 활용했다.

- 통일 이전, 서로 완전히 다른 사회·경제·정치 체계에서 성장한 세대

- 통일 이후, 동일한 제도와 환경에서 사회화된 세대

같은 언어, 같은 문화권 안에서 맥락만 극단적으로 달랐던 집단을 비교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유일한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이었다.

세대의 변화를 이렇게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은 결코 흔치 않다.





성격의 차이가 아니라, 성격 요인이 다른 성격 요인을 촉발하는 방식의 차이다.


연구 결과는 그야말로 통찰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듯,

"요즘 세대는 더 불안하다"

"예전 세대는 성격적으로 더 강하다"라는 결론은 데이터로 지지되지 않았다.

즉, Big Five 성격 점수의 평균 분포 자체는 세대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차이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Kura & Rentzsch(2025)가 찾아낸 답은 날카롭다.

사람의 성격이 달라진 게 아니라,
성격이 반응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성격을 고정된 점수의 묶음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동적 네트워크로 분석했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조직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Temporal-Contemporaneous-and-Between-Person-Networks-of-East-Left-and-West-Right.png


출처: Kura, M., & Rentzsch, K. (2025). Context effects on the personality network—Exploring differences between East and West German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연구에 따르면, 통일 이전 세대의 동독 출신들은
불안(신경증성)이 활성화될 때
다른 성격 특성들이 함께 위축되는 방향으로 연결돼 있었다.

이들은 불안이 올라가면,

- 대인적 접근은 줄고

- 행동은 조심스러워지며

-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선택을 했다.


반면, 서독 출신 참가자들의 경우

불안은 존재했지만, 그 불안이 외향성이나 성실성을 자동으로 차단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같은 수준의 불안을 느끼더라도,

- 상황을 확인하고

- 사람들과 소통하며

- 직접 개입해 불확실성을 줄이려고 행동했다.






‘요즘 애들은 다르다’는 말이 만들어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같은 감정을 느껴도,

그 감정이 다른 행동을 호출하도록 연결돼 있을 뿐이다.


조직에서 흔히 보이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절부절하는 구성원을 보고 우리는 쉽게 판단한다.

"요즘 애들은 스트레스를 못 견뎌. 참을성이 부족해"


하지만 연구가 보여주는 해석은 다르다.
그 사람의 성격의 취약성 때문이 아니라,
불안이 행동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학습된 네트워크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우리는 여전히 사람의 행동을 단순한 성격 요인으로 판단한다.

- '불안해 한다'를 '약하다'로

- '조심스럽다'를 '책임감이 없다'로

- '즉각 나서지 않는다'를 '소극적이다'로


하지만 이 평가는 틀렸다.

실제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이 사람의 성격은 불확실성 앞에서 어떻게 연결되어 작동하는가?”이다.


조직에서 성격을 둘러싼 세대 갈등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전 세대는 자신의 네트워크가 ‘정상’이라고 믿고

이후 세대는 같은 성격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니, 이전 세대로부터 끊임없이 평가당한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말한다.

“요즘 애들은 우리와는 달라.”

하지만 연구가 보여주는 더 정확한 문장은 이것이다.


요즘 애들은 다른 성격을 가진 게 아니라,

같은 성격을 다르게 작동시키는 환경에서 자라온 것이다.


조직에서도 세대 이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우리 조직은 어떤 반응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는가?"이다.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격이 움직이는 규칙은,

맥락이 바뀌면 놀랄 만큼 빠르게 재구성된다.


“사람이 변했다”는 말은 틀렸다.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환경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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