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스스로를 “이재명이 아니라 이죄명”이라고 부르며 자기비하 유머를 사용했다. 동시에, 야당 지도자들은 유튜버 한두자니의 공격적 유머에 강한 반발을 보였고, 일부는 법적 대응까지 선택했다.
이 두 장면은 리더의 유머가 작동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의 차이를 드러낸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유머가 어떻게 연구되어 왔는지부터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초기 심리학에서 유머는 개인 특성(trait)으로 다뤄졌다. 유머 감각이 좋은 사람이라는 식의 접근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조직심리학과 사회심리학은 유머를 관계적 행동(relational behavior)으로 재정의했다.
이 관점에서 유머는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말이 아니라,
누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분석되기 시작했다.
이 전환을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Martin et al.(2003)의 유머 구성개념 4분류다.
(1) 친화 유머 (Affiliative humor)
- 유머를 던지는 사람은 타인과 함께 웃으며 서로 하나의 공동체라는 신호를 주고 받는다. 사람들은 친화 유머를 통해 신뢰와 친밀감을 강화한다.
(2) 자기강화 유머 (Self-enhancing humor)
-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웃음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낙천성이 아니라 정서적 회복탄력성의 신호로 해석된다.
(3) 공격적 유머 (Aggressive humor)
- 타인의 실수나 외모, 약점을 희화화하는 유머다. 웃음을 만들어내지만, 그 과정에서 유머 대상자의 사회적 서열 조정과 지위 하락이 동시에 발생한다.
(4) 자기비하 유머 (Self-defeating humor)
- 자신을 낮추며 웃음 유도한다. 이 유형의 핵심은 유머를 던지는 주체가 그 대가를 짊어진다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유머는 모두 웃음을 만들 수 있지만, 리더 맥락에서는 효과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2000년대 이후 최근까지 리더 유머 연구의 공통 결론은 명확하다. 리더의 유머는 리더의 역량이나 유능함을 직접적으로 증명하지 않는다. 리더의 유머는 리더의 의도, 권력의 안정성, 규범에 대한 인식 수준을 드러내는 사회적 신호로 작동한다.
Cooper et al.(2018)은 이를 사회적 신호 이론으로 설명했다. 리더의 유머는 동시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
- “나는 위협적이지 않다”,
- “나는 이 관계를 컨트롤하고 있다”,
- “나는 이 정도의 농담은 감당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신호가 리더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는 것이다. 특히, 공격적 유머와 자기비하 유머에서 그 차이가 명확히 나타난다.
자기비하 유머를 사용할 때, 리더는 체면 손상과 권위 약화라는 비용을 스스로 부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비하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신호로 해석된다.
“나는 이 정도 손실을 감당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즉, 자기 비하 유머는 겸손의 표현이기 이전에 권력 안정성에 대한 자신감의 신호다.
반대로 부하에 대한 공격적 유머는 구조가 정반대다.
유머의 비용을 부하직원이 부담하고, 웃음이 발생하는 동안 체면 손상을 입는다. 리더는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는 있지만, 그 대가로 부하의 위협 신호와 방어 반응을 감당해야 한다.
조직심리학적으로 공격적 유머는 예외 없이 사회적 평가 위협(social-evaluative threat)을 동반한다. 따라서 공격적 유머에 대한 발끈이나 분노 반응 자체는 비이성적인 반응이 아니라, 매우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리더의 반응 방식은 또 다른 신호를 만든다.
유튜버 한두자니의 유머는 전형적인 공격적 유머다. 정치인을 희화화하고, 웃음의 대가를 특정 인물에게 전가한다. 여기에 대해 야당 지도자들은 반복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하고, 규범을 선언하며, 법적 대응까지 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반응은 권력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리더가 선택하기 쉬운 방어 전략이라는 것이다. Kim et al.(2020)의 표현을 빌리면, 권력의 경계가 불안정할수록 유머는 웃음이 아니라 도전(challenge)으로 인식된다. 불쾌감을 표출하고 규범을 강조하는 행위 등은 '이 신호를 무력화해야 한다'는 권력 방어 행동이다.
대통령의 “이죄명” 발언은 전혀 다른 신호를 보낸다.
“이 정도의 흠집은 문제되지 않는다.”,
“내 권위는 이 농담보다 크다.”
그래서 리더의 자기비하 유머는 겸손이 아니라 권력의 안정성으로 읽히는 것이다.
리더라면 유머의 심리적 작동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리더의 유머는 재치나 성격이 아니라, 사회적 신호다. 공격적 유머에 즉각 발끈하고 고소로 대응하는 리더는 그 순간 자신의 권력이 아직 방어를 필요로 하는 불안정한 상태임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반대로, 스스로를 낮추며 자기비하 유머를 쓰는 리더는 방어가 필요 없는 권력이라는 사회적 신호를 준다.
정리하면, 리더의 자기비하 유머는 겸손이나 여유의 표현이 아니라 정당성이 이미 확보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고, 공격적 유머에 대한 과잉 반응은 아직 권력이 시험대 위에 있음을 드러내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