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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판단의 골든 타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by 박진우

성격의 초기 판단은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


조직에서 새롭게 사람을 만나면 늘 생기는 착각이 있다. 첫 한 두 달 동안 보이는 동료의 모습만 보고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성격이구나' 하고 단정짓는 일이다. 실제 사람들은 초반 몇 주에 관찰된 행동을 근거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첫인상이 별다른 근거 없이 전체 성격을 대표한다고 믿는 오류(대표성 휴리스틱)까지 작동한다.


그런데, 성격심리학과 조직행동 연구들은 이 초기 판단이 놀라울 정도로 부정확하다고 말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초기 행동은 성격이 아니라 상황이기 때문이다.


초기 행동은 성격이 아닌, 강한 상황(strong situation)의 효과다. 마시멜로우 실험으로 유명한 Walter Mischel(1968)은 강한 규범과 압력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개인차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상황이 강하면 누구나 비슷하게 행동한다.


입사 초기라는 맥락이 바로 그런 강한 상황(strong situation)이다. 이 시기의 사람들은 성격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평가를 의식하고, 관계를 망치지 않으려 하고, 조직의 암묵적 규범을 탐색하며 안전해 보이는 행동을 선택한다.


실제로 Meyer, Dalal & Hermida(2010)는 근속 초기 구성원의 행동 변산성이 극도로 줄어들어 개성이 거의 사라지는 패턴을 보인다고 보고했다. 다시 말해, 초반 행동은 그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이 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표준화된 역할 수행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기에 본 행동을 그 사람의 기질, 성격으로 오해하며 과도하게 일반화한다. 하지만, 입사 직후라는 시점에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역할 압력’에 반응한다. 초기에 보이는 과한 친절, 지나친 경계심, 과도한 성실함이나 무난함은 모두 성격이 아니라 강한 상황 압력(situational strength)이 만드는 행동에 가깝다.


그렇다면, 진짜 성격은 언제 드러날까?



3~9개월 사이에 판단하라.


연구들은 일관되게 말한다. 성격 판단 정확성은 3~9개월 사이에 가장 높아진다. 왜 하필 이 시기인가? 이 구간에서 비로소 다음 세 가지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1) 이상적 자아(ideal self)가 붕괴된다.

초기 긴장이 풀리면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행동 통제'가 약해지고 자연스러운 행동 리듬이 드러난다.


2) 관찰 기회(opportunity)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협업 과정, 스트레스, 갈등, 일정 변경, 돌발 상황 등 성격 기반 행동이 드러나는 장면이 본격적으로 누적된다.


3) 성격을 스스로 평가하는 것보다 타인이 오히려 더 정확하게 보기 시작한다.

흥미롭게도 Vazire(2010) 의 Self–Other Knowledge Asymmetry 연구는 성실성, 정서적 안정성처럼 ‘행동으로 드러나는 성격’은 본인보다 타인이 더 정확하게 평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9개월 이후에는 왜 경직되는가?



오래 보면, 한 번 형성된 이미지에 갇히기 쉽다.


9개월이 지나면, 새로운 정보의 업데이트는 급격히 줄어든다. 즉, 초기 인상에 맞추어 해석하려는 경향(확증편향)이 강해진다. 실제 Human & Biesanz(2013)의 연구를 보면,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떤 사람에 대해 더 잘 안다고 느끼지만 정작 새로운 정보 업데이트는 줄어든다고 보고했다.


다시 말해, 오래 본 사람이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오래 본 사람일수록 한 번 형성된 이미지에 갇혀 볼 가능성이 높다.


연구를 종합하면, 사람에 대한 판단은 이렇게 달라져야 한다.


입사 0~2개월 = 성격 판단 금지 구간이다.

행동의 90%는 상황의 산물이며, 성격 관련 판단의 타당도는 최저다.


입사 3~9개월 = 성격 판단 정확성의 정점의 시기다.

성격에 따른 행동이 발현되기 시작하며, 스트레스, 갈등, 협업 경험을 통해 자연스러운 패턴이 관찰된다.


9개월 이후 = 경직성 증가가 나타난다.

잘못된 판단에 관한 업데이트가 어려워진다.


조직에서 성격 판단의 골든 타임은 단 하나다.


논문들은 서로 다른 샘플과 상황을 다뤘지만, 결론은 하나다.

“동료의 성격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시점은 합류 후 3~9개월이다.”

초반은 상황이 너무 강하고, 그 이후는 판단이 너무 굳어진다. 따라서 이 시점을 활용해 평가, 배치, 피드백, 개발을 설계하는 조직이 성공 확률이 높다.


사람을 잘 보려면 ‘언제 보느냐’가 ‘무엇을 보느냐’만큼 중요하다. 이 골든 타임을 놓치는 순간, 우리는 잘못된 판단을 옳다고 믿는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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