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두려워하는 조직보다 더 위험한 조직

by 박진우

실패를 보지 못하는 조직


많은 조직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조직은 실패에 지나치게 예민하고, 구성원들은 실패를 너무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심리학 연구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실제 우리가 겪는 많은 문제는 실패를 두려워기 때문이 아니라, 실패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Eskreis-Winkler, L., Woolley, K., Kim, M., & Polimeni, E. (2025). The failure gap.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failure gap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실패가 실제보다 훨씬 덜 발생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왜곡은 단순한 숫자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실패를 공유하는 방식 자체가 비대칭적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실패를 과소평가하는 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생태계의 문제로 정의한다.


Failure Gap은 낙관편향(Optimism bias)과 다르다


기존의 낙관 편향 연구는 주로 “나는 괜찮을 것이다”, “나는 병에 안 걸릴 것이다”, “내게는 나쁜 일이 덜 일어날 것이다” 같은 자기관련 예측 오류에 집중해 왔다. 그런데, Failure Gap 연구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뿐 아니라, 세상 전반에 대해서도 실패를 체계적으로 과소추정한다고 주장한다.


연구진은 이 주장을 대규모 표본을 대상으로 검증했다. 대학생들이 제때 졸업을 못하는 확률, 의약품의 효능 실패, 병원의 위생 실패, 범죄 미검거, 인간관계 파탄, 국제적 빈곤, 환경 파괴까지 목표 달성 실패 전반을 포괄하는 수십 개 영역에서 사람들의 추정치를 측정했다. 결과는 일관적이었다. 실제 실패율은 훨씬 높은데, 사람들은 그것을 눈에 띄게 낮게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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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skreis-Winkler, L., Woolley, K., Kim, M., & Polimeni, E. (2026). The failure gap.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가장 인상적인 예시는 NHL 경기다. 스포츠 경기에서 한 팀이 이기면 반드시 다른 팀은 진다. 따라서 리그 전체 패배율은 논리적으로 50%여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수치를 50%보다 낮게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를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과소추정의 사례로 제시한다. 사람들은 단순히 숫자에 약해서가 아니라 실패 자체를 비현실적으로 적게 상상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연구자들은 그 이유를 개인의 동기보다 공유되는 정보의 편향성에서 찾는다. 실패는 실제보다 덜 공유된다. 실제, 뉴스, 소셜미디어, 온라인 리뷰를 분석한 결과도 모두 같은 방향이었다. 실패는 실제 발생 비율보다 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리뷰 데이터가 그렇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약이 효과가 없을 수 있는데도, 온라인 리뷰 공간은 대체로 긍정적인 경험으로 채워져 있다. 사람들은 이 편향된 공유 정보를 현실의 표본처럼 받아들인다. 나도 얼마 전, 4,000개 리뷰의 평점 4.9의 놀라운 효능의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런 효과를 경험하지 못했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주 듣지 못한 일은 실제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추론한다 것이다.


Failure Gap의 부정적 효과는 조직에서도 반복된다.


대부분의 조직은 실패를 학습 자원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실패는 공식 보고서에 덜 남고, 회의에서 덜 언급되고, 사례집은 성공담 위주로 기록된다. 또한, 실패는 평가 불이익, 비난, 관계 비용, 자기 효능감 손상과 연결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당연히 실패는 덜 공유된다. 그 결과, 구성원들은 실패를 드문 사건으로 인식하게 되고, 어떤 실패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구조의 문제보다 개인의 결함으로 해석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실패 문화를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로 이해한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핵심은 실패 허용이 아니라 현실의 실패가 실제로 공유되는 문화다. 실패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학습도 일어나지 않는다.


Failure Gap을 줄이면, 처벌에 대해 부정적으로 변한다.


이 논문의 백미는 failure gap을 줄이면, 처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준 점이다. 사람들에게 법정 출석 실패, 학생들의 문제 행동, 정신건강 문제 같은 현상이 실제로 얼마나 흔한지 알려주면, 가혹한 처벌에 반감을 갖고, 낙인 찍기를 덜 한다. 반대로 실패를 드물다고 믿을수록, 사람들은 실패한 사람을 더 쉽게 무책임하고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해석한다.


이 현상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실패를 드문 일로 믿는 조직에서는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을 지원하기보다 분리하고 평가절하하려 한다. 실패 문화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은 실패가 얼마나 흔한지를 모르기 때문에, 실패를 시스템의 신호가 아니라 개인의 일탈로 해석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어떤 조직은 겉으로는 실패에서 배우자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실패한 사람에게만 학습의 책임을 전가한다. 실패의 구조적 빈도는 보지 않고, 실패의 도덕적 교훈만 강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실패는 과소 추정하면서 실패의 유익함은 높게 평가한다.


이 점에서 연구자 중 한 명인 Woolley의 이전 연구들이 연결된다. Wolley의 기존 연구 중 하나는 인센티브가 리뷰 내용을 더 긍정적으로 만든다는 점을 보여주었다(Woolley, K., & Sharif, M. A. (2021). Incentives increase relative positivity of review content and enjoyment of review writing.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58(3), 539-558.). 사람들은 본래 현실을 중립적으로 반영하는 정보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보상 구조에 따라 더 긍정적인 리뷰를 남긴다. 우리 주변의 음식점 네이버 평점, 배달 플랫폼을 보라. 이번 failure gap 논문은 바로 그 다음 단계를 검증했다. 사람들은 편향된 정보 환경 속에서 현실의 실패 빈도를 과소추정한다. 정보 생산의 왜곡이 현실 판단의 왜곡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Woolley의 이전 연구는 우리가 실패의 효용을 지나치게 미화한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사실이다(Eskreis-Winkler, L., Woolley, K., Erensoy, E., & Kim, M. (2024). The exaggerated benefits of failure.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53(7), 1920.).


이 두 연구와 이번 연구를 함께 놓고 보면 매우 흥미롭다. 사람들은 실패가 얼마나 흔한지는 낮게 보면서, 실패가 얼마나 유익한지는 높게 말한다. 즉, 실패를 구조적으로 이해하지는 않으면서도, 실패를 개인 성장의 교훈으로 낭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패는 흔하지 않다고 믿으니 실패자는 예외적 낙오자로 취급하고, 동시에 실패는 배움이라고 말하니 제도적 개선 대신 개인에게 교훈을 얻기를 요구한다.


그래서 실패 문화의 핵심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우리 조직이 실패를 얼마나 허용하는가'가 아니라, '우리 조직은 실패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볼 수 있는가'이다. 실패가 눈에 띄는 조직이 반드시 실패가 많은 조직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를 더 빨리 보고하고, 더 정확히 기록하고, 더 집단적으로 해석하는 조직일 가능성이 크다.

Amy Edmondson의 심리적 안전감 연구가 반복해서 보여준 것도 이 점이다. 오류 보고가 많은 팀이 꼭 더 형편없는 팀은 아니다. 오히려 더 안전하게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오류가 드러나는 팀일 수 있다.


진짜 학습 조직은 실패를 미화하는 조직이 아니라, 실패의 빈도를 정확히 보는 조직이다. 그리고 그런 조직만이 처벌보다 개선, 낙인보다 설계, 비난보다 교정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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