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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Mar 21. 2022

현재 조직에 만족할수록 외부 네트워크를 늘려야 한다.

<세계적 학술지에서 찾은 직장생활 꿀팁>

현 직장의 조직문화와 잘 맞는다면 사내 네트워크를 더 늘릴 것이 아니라 사외 네트워크를 확장할 시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지금 다니는 직장의 조직문화와 잘맞고 소속 팀에 만족할수록 외부 네트워크를 늘려야 좋은 평판을 얻고 성과를 높일 수 있었다. 역으로 현 직장의 조직문화와 맞지 않는다고해서 외부 네트워크를 늘린다면 내부 평판은 더 나빠졌다.


스탠포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아미르 골드버그(Amir Goldberg)와 UC버클리 하스비즈니스스쿨의 사미르 스리바스타바(Sameer Srivastava) 교수 등의 연구진은 5년간 601명의 전자 회사 직원들의 무려 천만 건이 넘는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조직문화 적합성(cultural fit)과 내부 네트워크 연결의 강도(network constraint) 간에 맞교환관계(tradeoffs)가 존재함을 밝혀냈다(Goldberg, A., Srivastava, S. B., Manian, V. G., Monroe, W., & Potts, C. (2016). Fitting in or standing out? The tradeoffs of structural and cultural embeddednes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81(6), 1190-1222).


이 연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조직문화와 잘맞는 사람은 외부 네트워크 연결이 많을수록 좋은 평가를 얻었고, 조직문화와 잘맞지 않은 사람은 외부 네트워크 연결이 많을수록 나쁜 평가를 얻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네트워크 연결 강도는 질적이라기보다는 양적, 즉 연락을 주고받는 빈도임을 염두에 두고 Robert와 James의 사례로 연구를 이해해 보자.



출처: Burt, Ronald S., Martin Kilduff, and Stefano Tasselli. 2013. "Social Network Analysis: Foundations and Frontiers on Advantage."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4:527-547.


James는 B그룹 내에서 Robert에 비해 실선의 강한 연결(strong ties)이 많다. 그렇다고 James가 인싸라는 것은 아니다. 연락을 주고받는 빈도가 주로 내부에 많다는 의미다. Robert는 B그룹 내에선 James에 비해 강한 연결이 적지만 A그룹과 C그룹에 강한 연결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James는 B그룹 내에서 공백이 없는 연결망 안에 위치한 반면, Robert는 B그룹 내에서 본인만 C그룹에 연결됐기 때문에 Robert가 빠지면 B와 C사이에 구조적 공백(structural hole)이 생기게 된다. 이를 네트워크 이론에선 Robert가 James에 비해 구조적 공백이 많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James와 Robert는 B그룹 내에서 각각 어떤 평가를 받을까?

연구(Burt 등, 2013)에 따르면 구조적 공백이 많은 Robert는 James에 비해 나쁜 평가를 받을 확률이 낮고, 조기 승진 가능성은 높으며 큰 보너스를 받을 확률도 높았다. Robert가 A-B-C의 세계에서 중요한 브로커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Robert가 없으면 A-B-C 세계의 구조적 시너지를 만들 수 없다. 선거 때마다 인맥 관련주가 급등하는 장면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유력주자와 친분있는 사외이사 한 명을 영입하는 것이 뭐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이 없으면 새로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은 소셜 네트워크의 가치를 비이성적으로 높게 평가하곤 한다.


출처: Burt, R.S. (2001). Structural Holes versus Network Closure as Social Capital.


Robert는 구조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평가, 승진, 보너스 등에서 실리를 챙겼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Robert와 같은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좋은 평판과 평가를 얻는 것은 아니었다. 위의 E 그림을 보자. 구조적 공백(structural holes)이 많은 network constraint이 0~10 사이에서 높은 보너스를 받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Robert가 유리하다는 경향성은 분명하나 모든 Robert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Goldberg 등이 5년간 1만 건이 넘는 직원들 이메일을 분석하고 이들의 조직문화적합도(cultural fit)을 평가해보니, 답이 보였다. 조직문화적합도가 높은 Robert는 좋은 평판과 평가를 챙겼지만 그렇지 못한 Robert는 외부 네트워크의 장점을 조직 내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 James들 중에서는 조직문화적합도가 낮은 James가 조직문화적합도가 높은 James에 비해 좋은 평가를 얻었다. 강한 사내 연결망이 조직문화적합도가 낮은 것을 보상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문화적합도가 높은 James는 그룹 내에서 강한 연결망을 갖고 있음에도 왜 낮은 평가를 받았을까? 연구에는 상세히 기술되지 않았지만 나는 조직에 강한 충성심을 보이고 조직 내부 네트워크에만 안주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혁신적이고 도전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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