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동기를 설명하는 수많은 이론들이 있지만 비교적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설명 중 하나는 동기의 소재에 따른 구분이다. 리더십이나 조직 이론에서는 동기의 소재에 따라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로 구분한다. 외재적 동기는 당근과 채찍 즉 보상과 처벌이다. 내재적 동기는 보상이나 처벌 같은 외적인 요소가 아닌 내면의 의미와 재미에 집중한다.
동기 관련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다니엘 핑크(Daniel Pink)의 『드라이브(Drive)』는 자발적, 의욕적, 창의적 행동을 위해서 외적 보상은 중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외적 보상으로 인해 자발적 행위가 손상된다고 주장한다. 내적 동기는 중요하다. 헌신, 조직 몰입, 창의성, 직무 열의, 직무 의미 창조 등 다양한 조직 이론도 내적 동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직의 장기적 성장과 성과를 위해서도 내적 동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비전을 내재화시키고, 일하는 목적이나 의미를 되새기려는 수많은 슬로건과 교육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은 양자 택일의 관계일까?
내적 보상은 중요하지만 외적 보상은 중요하지 않은가?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리처드 월튼(Richard E. Walton)교수는 두 종류의 보상이 서로 다른 장면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조직에서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 개선 등을 강조할 때는 외적 보상이 중요하지만 구성원의 역량 개발이나 신뢰 등이 강조되는 문화에서는 외적 보상보다 내적 보상 기반의 HRM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우리는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을 동시에 추구한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면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은 전경과 배경의 관계와 유사하다. 루빈의 잔을 떠올리면 쉽다. 그림의 밝은 면을 보면 잔이 보인다. 잔이 전경이 되고 검은 색은 배경이 된다. 그림의 어두운 면에 주목하면 마주보는 두 얼굴이 보인다. 두 얼굴이 전경이 되고 흰 색은 배경이 된다.
루빈의 잔, 하얀 곳에 주목하면 잔이, 검은 배경에 주목하면 마주보는 얼굴이 보인다
전경과 배경에 관한 생각은 전통적인 외적, 내적 보상의 분류 체계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전통적으로 돈과 같은 금전적 보상은 외적 보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 내적 보상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만약 연봉 수준이 자신의 성취감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생각한다면 돈은 단순한 외적 보상이 아닐 수 있다. 성취감이나 유능감의 또다른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은행과 같은 금전적 보상이 지배적으로 작동되는 금융 업계조차도 돈은 완벽히 외적 보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 금융업계에선 돈이 지위나 성취에 대한 기호, 유능감을 나타내는 기호로 뇌 속 깊이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와 같은 사람들은 연봉이 곧 자신의 내재적 목표이고 비전이다.
이처럼 우리 내면은 복잡한 인식과 해석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단순히 이분법적 분류로는 동기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또한 같은 보상이라 하더라도 외적 보상에서 내적 보상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가 내적 보상과 외적 보상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을 구분하는 것보다 우리가 전경에 주목하면 잔이, 배경에 주목하면 마주보는 얼굴이 보이는 심리적 기제가 조직 내 동기 유발 과정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은 루빈의 잔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바와 유사하다. 외적 보상은 노동자들이 돈이 우선시되는 환경일 때 즉, 연봉으로만 모든 것이 평가되고 금전적으로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고 인식할 때 전경으로 대두된다. 그 밖의 경우에는 외적 보상은 배경으로 후퇴하고, 일상적인 업무에서는 내적 보상이 전경으로 등장한다.
미 해군대학원의 케네스 토마스(Kenneth Thomas) 교수는 좋은 직원을 확보하기 위해 외적 보상이 전경으로 대두되지 않도록 조직 공정성(organizational justice)을 높여야 하고, 내적 보상을 체계적으로 증진시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조직 내 직무 동기를 연구해 온 그는 데시(Deci)와 라이언(Ryan)의 자기결정성이론(self determination theory)을 보완하여 4가지 내적 동기 요소를 정리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의미, 자율성, 역량, 성과에 대한 욕구를 타고 난다. 아무 의미 없이 시키는 일만 하는데, 능력은 향상되지 않고 잘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언제 일하는 느낌이 좋은가?
자신이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느꼈거나(의미), 자신의 재량대로 일을 할 수 있었거나(자율성), 어떤 활동을 특히 잘 해냈거나(역량), 실제로 일이 진척되고 있음을 확인할 때다(성과). 이러한 긍정적 느낌은 앞서 설명한 접근 동기에 보다 가깝다.
일에 있어 이러한 긍정적인 느낌을 갖기 위해서는 보상 체계의 설계가 필요하다. 일에 아무런 가치를 못 느끼는 구성원에게 내적 동기를 강조하기 보다는 보상을 제시하며 일을 시작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외적 동기에 계속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 적절한 시기에 구성원 스스로 성찰하는 기회를 주어 내적 보상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